
요즘 배가 자꾸 아프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분이라면 인터넷에서 과민성 대장증후군 치료법 5가지 같은 글을 벌써 몇 개는 읽어 보셨을 텐데요. 그런데 다들 비슷한 다섯 가지를 늘어놓고 이것만 지키면 낫는다는 식으로 끝을 맺어서, '그럼 나는 왜 아직도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드셨을 텐데요. 이 다섯 가지가 진짜 그만큼 효과가 있는 건지 궁금해서, 학회가 실제로 낸 진료지침 원문을 직접 열어 봤습니다. 다섯 가지 방법 각각의 근거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정말 나을 수 있는 병인지를 하나씩 따져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어느 글을 봐도 거의 같은 다섯 가지가 나옵니다. 식이 조절, 약물치료, 프로바이오틱스,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심하면 항우울제입니다. 이 다섯 가지는 실제로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가 2017년에 개정한 과민성장증후군 임상진료지침에도 전부 들어 있는 항목입니다. 그러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문제는 다섯 개를 똑같은 무게로 늘어놓는다는 데 있습니다. 학회 지침은 방법마다 권고수준과 증거수준을 따로 매겨 놓았는데, 인터넷 글은 이걸 대부분 생략합니다. 근거가 약한 방법과 강한 방법을 구분하지 않으면, 뭘 먼저 시도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섯 가지를 하나씩, 근거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증상 유형에 따라 맞는 방법도 갈립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대체로 변비가 주된 변비형, 설사가 주된 설사형,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오는 혼합형, 가스가 유독 심한 가스형으로 나눠 봅니다. 다섯 가지 방법을 그대로 다 하기보다는, 내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부터 가늠해 두는 편이 뒤에 나오는 표를 읽을 때 도움이 됩니다.
포드맵은 장에서 발효되면서 가스를 만들고 삼투압을 높이는 당류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양파, 마늘, 밀, 사과, 우유, 꿀처럼 평소에 자주 먹는 식품에 많이 들어 있어서, 이름을 몰랐을 뿐 이미 매일 먹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학회 지침은 저포드맵 식이가 복통과 복부 팽만감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지만, 권고수준은 약함, 증거수준은 낮음으로 매겼습니다.
근거로 쓰인 전향적 연구 세 편은 전부 4주 이하로 짧게 진행됐습니다. 몇 달, 몇 년을 저포드맵으로 버텼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아직 답이 없는 셈입니다. 이 식단은 평생 참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한동안 비워 보고 나에게 맞는 음식만 다시 채워 넣는 식료품 정리에 더 가깝습니다.
고포드맵 음식을 전부 평생 멀리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4주 정도만 제한했다가 하나씩 다시 넣어 보면서, 내 몸이 반응하는 음식만 골라내면 됩니다.
식이를 조절해도 안 된다면, 다음은 약물입니다.
여기서 살짝 뒤집힙니다. 인터넷 글은 식이와 유산균을 앞세우고 약은 마지막에 슬쩍 덧붙이는데, 학회 지침에서는 순서가 다릅니다. 진경제는 복부 불편감을 줄이는 데 권고수준 강함, 증거수준 중등도를 받았습니다. 설사형 환자에게 쓰는 로페라마이드도 권고수준은 강함입니다. 다만 증거수준은 낮음입니다.
강한 권고는 아무 때나 쓰라는 뜻이 아닙니다. 해당 증상, 그러니까 복부 불편감이나 잦은 설사가 있을 때 쓰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식이나 유산균부터 몇 달씩 시도하고 약은 마지막으로 미루는 순서는, 근거만 놓고 보면 오히려 거꾸로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약들은 처방이 필요하고 부작용도 있어서, 인터넷 글이 먼저 권하기 어려운 항목이기는 합니다.
그럼 다들 첫손에 꼽는 유산균은 어떨까요.
프로바이오틱스는 다섯 가지 중 가장 자주 추천되는 항목입니다. 그런데 학회 지침이 인용한 2014년 메타분석 수치를 그대로 옮기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위약과 비교했을 때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은 쪽의 비교위험도는 0.79였고, 7명이 복용하면 그중 1명 정도가 추가로 좋아지는 수준이었습니다.
나머지 6명에게는 위약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뜻이 됩니다. 권고수준도 약함, 증거수준도 낮음입니다. 게다가 학회는 국내외 여러 연구를 검토하고도 특정 균주나 용량을 추천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지금 시판되는 유산균 제품 중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할 근거는, 적어도 이 지침에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유산균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대신 효과를 판단하려면 최소 4주는 꾸준히 먹어 보라는 것이 학회의 권고입니다.
약과 식이, 유산균을 다 봤으니 이제 마음 쪽입니다.
신체활동은 증상 호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권고를 받았지만, 권고수준 약함에 증거수준도 낮음입니다. 숫자만 보면 이 항목을 빼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삼환계 항우울제는 권고수준은 약함인데, 증거수준은 높음으로 매겨져 있습니다.
권고수준과 증거수준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증거수준은 연구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는 것이고, 권고수준은 그 방법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해도 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효과가 확인된 약이라도 부작용이나 개인차 때문에 모두에게 권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정신과 약물이라는 이름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이 지침에서는 복통과 전반적인 증상 개선을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항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트레스 관리가 거창한 치료 프로그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지침이 근거로 삼은 연구들은 걷기나 요가처럼 흔한 유산소 운동을 다뤘습니다. 다만 근거수준이 낮다는 건, 아직 몇 명 중 몇 명이 좋아지는지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라서, 다른 방법과 병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섯 가지를 다 봤으니, 이제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겠습니다.
방법 | 권고수준 | 증거수준 | 특히 맞는 경우 |
|---|---|---|---|
저포드맵 식이 | 약함 | 낮음 | 복통·복부 팽만이 심할 때 |
진경제 | 강함 | 중등도 | 복부 불편감 전반 |
로페라마이드(지사제) | 강함 | 낮음 | 설사가 잦은 유형 |
프로바이오틱스 | 약함 | 낮음 | 가스 관련 증상 |
신체활동·스트레스 관리 | 약함 | 낮음 | 스트레스로 악화되는 유형 |
이 표는 정답지가 아닙니다. 내 증상이 어느 줄에 가까운지 찾는 지도에 가깝습니다. 강함이 붙은 두 항목이 가장 믿을 만해 보이지만, 강한 권고에는 늘 조건이 붙어 있어서 변비형인데 지사제부터 찾는 식으로 조건을 무시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이 표를 두고, 애초에 던졌던 질문을 다시 꺼내 보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학회 지침 서론에 이미 나와 있습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반복적으로 복통과 배변 습관 변화가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만성적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역사회 인구의 10% 가량이 겪을 만큼 흔한 질환이라는 설명도 함께 있습니다.
완치는 이 지침이 쓰는 표현이 아닙니다. 호전과 악화의 반복이라는 표현이 대신 쓰여 있습니다. 다섯 가지 방법으로 증상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사람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게 다시는 안 생긴다는 보장까지는 아닙니다. 인터넷에 흔한 '이것만 하면 완치'라는 말은, 이 지침이 실제로 쓰는 표현과는 다릅니다.
그렇다고 노력해 봐야 부질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목표를 완치가 아니라 증상을 줄이고 재발 간격을 늘리는 쪽으로 잡는 편이, 나중에 실망이 적습니다.
그러면 언제부터는 이 다섯 가지로 안 되고 병원에 가야 할까요.
학회 지침은 대장내시경을 고려해야 하는 경고 증상을 따로 정해 놓았습니다. 혈변, 빈혈,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 50세 이후 새로 생긴 배변 습관 변화, 소화기암 가족력이 그것입니다. 이런 증상이 하나라도 있다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넘겨짚기 전에 다른 병부터 가려내야 합니다.
위의 다섯 가지 방법은 이런 경고 증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시도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순서를 거꾸로 해서 혼자 식이 조절만 몇 달째 하다가 정작 필요한 검사를 미루면, 그게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최근 6개월 안에 시작된 복통이 3개월 동안 주 1회 이상 반복되고, 배변 습관 변화가 함께 있을 때를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진단 기준으로 봅니다. 다만 이 기준은 연구용으로 엄격하게 잡은 것이고, 실제 진료에서는 이보다 느슨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준에 딱 맞는지 스스로 따지기보다는, 증상이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로 진료를 받아 보는 편이 낫습니다.
근거를 다 확인했다면, 이제 오늘 뭘 할지만 남았습니다.
다섯 가지 방법은 전부 학회 지침에 실려 있는, 근거가 있는 방법입니다. 다만 그 근거의 크기가 다 다르고, 완치를 약속하는 방법은 그중에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은 다섯 가지 중 딱 하나만 골라 2주만 시도해 보세요. 위의 표에서 내 증상 유형에 맞는 줄을 하나 짚어 보면 됩니다. 경고 증상이 하나라도 걸린다면, 그 하나는 병원 예약이어야 합니다.
정혜경, 「2017 과민성장증후군의 임상진료지침 개정안 소개」, 대한소화기학회지(Korean J Gastroenterol) 제72권 5호(2018), 252-257쪽 — 권고수준·증거수준, 저포드맵 식이·프로바이오틱스 메타분석 수치, 경고 증상 기준 — doi.org/10.4166/kjg.2018.72.5.252
Song KH, Jung HK, Kim HJ, et 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Irritable Bowel Syndrome in Korea, 2017 Revised Edition",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2018;24:197-215 — jnmjournal.org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과민성장증후군 항목 — health.kd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