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진이 전역한 바로 다음 날이었어요.
리허설이었고, 사운드 체크로 자기 곡을 부르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떨려서 노래 못 부를 것 같은데. 지금도 중간중간에 울컥해서 못 불렀어. 어떻게 해?
옆에서 괜찮다고, 이제 익숙해져야 된다고 하니까 부끄럽다고 하고요. 그러다 이런 말을 해요.
무대에 내가 섰었다는 게 기억이 안 나. 처음 서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데뷔 11년 차가 한 말입니다. 스타디움을 몇 개나 채워본 사람이요.

*전역 다음 날 사운드 체크 중에. 방탄소년단 공식 채널 에피소드 영상 중에서*
이 사람 시작이 좀 특이하잖아요.
배우를 하려던 사람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드라마 보고 연기를 하고 싶어져서 연기학원을 다녔고 연영과에 들어갔고요. 등굣길 버스에서 내리는 걸 회사 사람이 보고 캐스팅했다는 얘기는 유명하죠. 태어나서 당신처럼 잘생긴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는데, 그 회사에 그때 소속 가수가 한 명도 없었대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오디션장에서 처음 노래를 불렀을 때 심사위원들이 경악했다고 합니다. 연기 발성이랑 노래 발성이 완전히 달라서 낮은 톤밖에 안 나왔대요. 고음을 내보려고 며칠 악을 쓰다가 목이 나가기도 했고요.
춤은 더 힘들었고요. 그때 팀 콘셉트가 힙합이었는데, 이 사람은 평생 바르게 걸어야 한다고 배우고 자란 사람이었어요. 근데 회사에서는 껄렁껄렁하게 걸어야 멋이 산다고 하니까 적응이 안 되는 거죠. 매일이 무서웠다는 말을 나중에 했더라고요.
그래서 뭘 했냐면 그냥 계속했대요. 하루도 안 빼놓고요. 꿈에서까지 노래 연습을 하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 했다는 얘기도 있고요.
스무 살이 넘으면 뼈가 굳어서 몸이 잘 안 바뀝니다. 그 나이에 연습생을 시작해서 춤추는 몸을 다시 만들었다는 건 남들 몇 배로 했다는 뜻이에요. 멤버들한테 그룹에서 제일 노력 많이 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다들 이 사람을 꼽는다고 합니다.
원래 무대가 편했던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면, 전역 다음 날 리허설에서 손을 떠는 장면이 좀 다르게 보여요. 십일 년 하고도 여전히 어려운 거예요.
이 사람이 방송에서 힘든 얘기를 거의 안 해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밝기만 합니다.
왜 그러는지 본인이 밝힌 적이 있어요.
가끔 팬들 반응을 보는데, 자기가 기쁜 일에는 다 같이 행복해하시는데 자기가 마음 아픈 일에까지 공감하고 같이 우울해하시는 분이 계시더라는 거예요. 나를 보는 건 기분 좋으려고 보는 건데 나 때문에 팬들이 마음 아파하면 내 마음이 더 안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고요.
그런 사람이 딱 한 번 다른 말을 한 적이 있어요. 2019년에 찍은 다큐에서요.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고 했어요. 자기는 변한 게 없는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자기를 어려워하고, 그렇게 떠나가는 게 안타깝다고. 주변 사람을 제일 많이 잃은 것 같다고요.
그리고 이 문장이 나옵니다.
방탄 진은 항상 밝게 사는 것 같은데 반대편에 나 김석진은 조금 힘든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슬픈 걸 꺼내는 통로는 노래밖에 없었던 거예요. 먼저 떠난 반려동물들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 있는데, 자기 노래니까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슬픈 노래니까 너무 많이는 안 들었으면 좋겠더라는 말을 했더라고요.
2018년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고 멤버들이 다 울었던 날이 있어요.
거기서 이 사람이 아무도 안 꺼낸 얘기를 꺼냅니다. 올해 초가 생각난다고, 저희끼리 얘기하면서 해체를 할까 말까 고민도 했다고요. 그러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서 이런 성적을 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어요.
맏형이 제일 먼저 그 말을 꺼냈다는 게 저는 좀 오래 남았어요. 다들 알지만 아무도 입 밖에 안 내던 걸 시상식 무대에서 말해버린 거잖아요.
나중에 멤버들한테 이런 말도 했대요. 나는 너희들을 만나면서 인생이 변했다고. 원래는 흘러가는 대로 살았는데 너희들은 항상 노력하니까 그걸 보고 배운다고요.
다시 전역 다음 날로 돌아올게요.
이 사람이 그날 준비한 게 웃긴데요. 떨 걸 아니까 심신을 달래는 약을 먹기로 했는데, 그걸 3일 전에 예행연습으로 먼저 먹어봤답니다.
이유가요, 노래 부를 때 목이 타는지 안 타는지 확인하려고요.
먹어봤더니 목이 건조해지더래요. 그래서 다른 대체품을 구했다고 합니다.

*멤버들 없이 혼자 쓰는 대기실*
리허설 끝나고 대기실에 혼자 앉아서 이렇게 중얼거려요. 잘 되길 기도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응원하는 거죠. 멤버들 없이 혼자 준비하는 대기실이 어색한지 너무 심심하다는 말도 하고요.
무대 올라가기 직전에는 떨린다 떨려, 떨지 말자, 하다가 혀를 깨물고 아파, 하고요. 객석에서 이름 부르는 소리가 들리니까 하지 마, 안 돼, 하면서 인이어를 빼면 안 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말이 이거예요. 데뷔 무대 같아요 지금. 감을 다 잃었어.
그날 행사가 뭐였냐면 허그회였어요. 팬 천 명을 한 명씩 안아주는 거요.
천 명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나 봐요. 끝나고 나서 아쉬워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천 명 했어도 됐을 것 같은데.
그러고는 원래 계획을 흘려요.
사실 제가 원래 계획했던 거는 밖에서 10시간 동안 프리허그만 하는 거였거든요.
전역하고 이틀 만에 밖에 서서 열 시간 동안 아무나 안아주려고 했다는 거예요.

*천 명이 한 줄로 섰고, 본인은 이게 너무 빨리 끝났다고 아쉬워했다*
나가는 사람들한테 꽃을 한 송이씩 들려 보냈고, 시계도 준비했더라고요. 오래도록 예쁘게 잘 키워달라고 부탁하는 대목에서 좀 웃었어요.
그날 새 노래도 하나 나왔어요.
슈퍼 참치라는 곡이 원래 1절뿐이었는데요. 본인이 노래방에서 그걸 부르다 보니 그대로 끝나서 허전하더래요. 그래서 2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같이 만든 형한테 전화를 했대요.
형, 나 6월 12일에 슈퍼 참치 할 건데 2절 만들어줘요.
그랬더니 어 그래, 하고 만들어 왔다고 합니다.
녹음을 언제 했냐면 6월 12일에서 13일로 넘어가는 자정이었어요. 전역한 날 밤에 녹음을 하고 다음 날 무대에 선 거죠.
멜로디가 마음에 든다고, 착착 감긴다고, 이런 거 또 언제 해보겠냐고 좋아하더라고요.

*전역한 날 자정에 녹음해서 다음 날 처음 부른 2절*
자전거를 타고 등장했어요. 자기 솔로곡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것처럼요.

*자기 솔로곡 뮤직비디오처럼 자전거를 타고 들어왔다*
인사를 하는데 목소리가 떨려요.
드디어 그립고 그립던 집에 돌아왔는데요 여러분. 너무 떨려가지고 지금 다시 데뷔한 느낌이라 노래도 잘 안 되고 얼굴도 떨리고 손도 떨리고 지금 난리가 났는데. 제가 어제 전역을 했습니다 여러분.
그러고 조금 더 앞으로 나와서 보고 싶었다고 했고요.
한 곡 끝내고 들어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폭발한다. 약은 소용이 없었어.
사흘 전에 미리 먹어보고 대체품까지 구해온 그 약이요.
이건 좀 웃긴 얘기인데 빼기 아까워서요.
전역식 날 부대 앞에서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색소폰을 들고 나왔어요. 군악대에서 배운 걸 그날 써먹은 거죠. 짧게 환영 인사만 하고 바로 연주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댓글창이 난리가 났어요. 우리 동네 공터에서 혼자 색소폰 연습하는 아저씨 같다는 말도 있었고, 어른들 앞에서 피리 잘 분다고 자랑하는 아이 같다는 말도 있었고요.
근데 그 밑에 이런 댓글이 제일 위에 있었어요.
같이 근무했던 몇몇 사람들이 눈물 훔치는 거 보고 진은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를 또 한번 알게 되네요
전역식에서 진이 전우들을 한 명씩 안았고, 몇 사람이 울었대요. 그거 보다가 같이 울려는 순간 색소폰 때문에 눈물이 쏙 들어가서 당황했다는 얘기였어요.
이 사람이 왜 맏형인지는 이런 데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제일 먼저 갔고, 나오자마자 천 명을 안았고, 안는 게 모자랐다고 아쉬워했고, 사실은 열 시간 동안 아무나 안아주려고 했고요.
무대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어요. 곧 모두의 방학이 끝나고 다시 멋진 모습으로 모이게 될 텐데 자기도 너무 기대된다고. 그러고는 아직 안 온 멤버들한테 대고 이렇게 외쳤어요.
친구들아 빨리 돌아와라.
그날 노래 부르는 방법도 까먹었다고, 너무 떨려서 부족한 시간이었을 거라고 본인은 미안해했는데요. 밑에 달린 말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떤다는 건 팬들의 애정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라고요.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밝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애쓰는 사람이 그날은 떠는 걸 못 숨겼는데, 그게 오히려 제일 그 사람다웠던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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