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앞에 단어 하나만 붙이면 클로드 답이 확 좋아진다는 목록, 보신 적 있으시죠? ELI5, Pre-mortem, Steelman, Red Team, First principles. SNS에서 자주 도는 다섯 개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다섯 개가 원래 어디서 온 사고법인지, 그리고 단어 대신 무엇을 적어야 더 잘 통하는지 정리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건 클로드가 따로 알아듣는 비밀 명령어가 아닙니다. 앤트로픽 공식 프롬프트 문서 어디에도 이런 키워드를 특별히 인식한다는 말은 없어요. 그런데도 통하는 건, 각 단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해 달라"는 작업 지시를 한 번에 담고 있어서입니다.

앤트로픽의 프롬프트 모범 사례 문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클로드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시에 잘 반응하고,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말할수록 결과가 좋아진다고요.
같은 문서에 재밌는 비유가 있어요. 클로드를 "똑똑하지만 우리 업무 방식을 모르는 신입 직원"으로 생각하라는 겁니다. 내 프롬프트를 맥락 모르는 동료에게 보여줬을 때 그 사람이 헷갈리면 클로드도 헷갈린다는 거죠.
이 기준으로 보면 "Steelman" 한 단어는 신입에게 던지기엔 너무 짧습니다. 뜻은 대충 알겠는데 뭘 기준으로 얼마나 해야 하는지가 빠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래 다섯 개는 단어 뜻과 함께, 같은 일을 풀어 쓴 지시를 나란히 적었습니다. 쉬운 것부터 갈게요.
Explain Like I'm 5, "다섯 살에게 설명하듯"의 줄임말이에요. 2011년에 생긴 레딧 게시판 이름에서 퍼졌습니다.
세법 조항이나 계약서처럼 단어는 다 아는데 무슨 말인지 안 들어오는 글을 읽을 때 쓰죠. 다만 진짜 다섯 살용 설명이 필요한 경우는 드뭅니다. 저도 다섯 살 수준까지는 필요 없더라고요. 대상과 수준을 적어 주는 게 낫습니다.
짧게 : ELI5 이 조항
풀어서 : 이 조항을 법률 지식 없는 직장인이 이해하게 설명해줘. 전문용어는 처음 나올 때 한 번 풀어주고, 내 상황에서 뭘 해야 하는지로 끝내줘
이해가 됐다면 다음은 그 계획이 망할 가능성을 볼 차례입니다.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이 200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소개한 방법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이 프로젝트가 이미 실패했다"고 가정하고 그럴듯한 실패 이유를 적게 하는 거예요.
이 방법과 함께 자주 인용되는 연구가 있습니다. 1989년 미첼, 루소, 페닝턴의 연구로, 일이 이미 일어났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결과의 이유를 맞히는 능력이 30% 늘었다는 내용이죠.
다만 저는 원 논문과 HBR 본문의 해당 문장을 직접 열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수치를 인용한 다른 글에서 확인했어요.
짧게 : Pre-mortem 이 계획
풀어서 : 이 계획이 6개월 뒤 실패했다고 가정해줘. 실패 이유를 가능성 높은 순서로 5개 적고, 각각 지금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신호를 하나씩 붙여줘
계획 말고 내 주장을 시험하고 싶을 때는 다른 도구가 필요합니다.
허수아비 논증(straw man)의 반대말입니다. 허수아비는 상대 주장을 약하게 비틀어 놓고 때리는 것이고, 스틸맨은 상대 주장을 가장 강한 형태로 세워 놓고 상대하는 거예요.
내가 맞다고 확신할 때 쓰면 꽤 아픕니다.
그래서 쓸모가 있죠.
짧게 : Steelman 내 주장
풀어서 : 내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반론을 만들어줘. 내 주장의 약점을 일부러 봐주지 말고, 반론이 맞다면 내가 뭘 바꿔야 하는지도 적어줘
반대 의견을 넘어 아예 깨뜨리려고 덤비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레드팀은 1960년대 냉전기 미국 군사 시뮬레이션에서 나온 말이에요. 소련 쪽을 빨강, 미국 쪽을 파랑으로 표시했습니다. 지금은 보안 분야에서 많이 쓰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용어집은 레드팀을 잠재적 공격자의 공격 능력을 흉내 내도록 허가받고 조직된 집단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많이들 헷갈립니다. 스틸맨이 "반대 의견"이라면 레드팀은 "공격"이에요. 기획서나 결정을 깨뜨릴 구멍을 찾는 데 씁니다.
짧게 : Red Team 이 기획
풀어서 : 너는 이 기획을 떨어뜨리려는 깐깐한 심사위원이야. 가장 치명적인 문제 3개를 골라 왜 치명적인지 설명하고, 사소한 지적은 빼줘
마지막 하나는 공격이 아니라 출발점을 바꾸는 방법입니다.
제1원리는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말이에요. 다른 명제에서 끌어낼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뜻합니다. 요즘은 일론 머스크가 자주 써서 알려졌죠. 그는 인터뷰에서 비유로 추론하지 말고 근본적인 사실까지 쪼갠 뒤 거기서부터 다시 추론하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다들 이렇게 하니까"라는 답이 나오기 쉬운 문제에 씁니다.
짧게 : First principles 이 문제
풀어서 : 업계 관행이나 남들 사례는 빼고, 이 문제에서 확실히 사실인 것만 먼저 나열해줘. 그 사실들만으로 다시 결론을 내줘. 확인 안 된 가정은 따로 표시해줘
다섯 개를 다 봤으니 상황별로 하나만 고르는 법을 정리해 볼게요.
지금 상황 | 쓸 것 |
|---|---|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 ELI5 |
시작 전인데 불안하다 | Pre-mortem |
내가 맞다고 확신한다 | Steelman |
남에게 보이기 전에 깨 보고 싶다 | Red Team |
다들 하는 방식이 답인지 모르겠다 | First principles |
여러 개를 한 번에 붙이면 지시끼리 부딪힙니다. 한 번에 하나씩 쓰세요.
그런데 AI가 해 준 비판을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여기엔 연구가 엇갈립니다.
2023년 Self-Refine 연구는 같은 모델이 스스로 피드백하고 고치게 했더니 과제 성능이 평균 20% 안팎 올랐다고 보고했습니다. 같은 해 다른 연구는 외부 피드백 없이 추론을 스스로 고치게 하면 잘 못 고치고, 때로는 고친 뒤에 성능이 더 떨어진다고 보고했고요.
그래서 레드팀이나 스틸맨 답을 받으면 그 비판이 맞는지 내가 한 번 더 봐야 합니다. 비판받은 항목 중 실제 자료로 확인할 수 있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부터 확인하세요.
이 다섯 개가 내 업무에서 정확히 몇 %나 답을 낫게 만드는지는 저도 재 본 적이 없습니다. 효과는 직접 써 보시고 판단하시길 권해요.
매번 이런 지시를 다시 치기 귀찮다면 지시를 저장해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클로드코드 스킬 만들기에 정리해 두었어요. 오늘 쓰실 거라면 내일 회의 안건 하나에 Pre-mortem부터 걸어 보세요.
Anthropic, Claude prompting best practices: https://platform.claude.com/docs/en/build-with-claude/prompt-engineering/claude-prompting-best-practices
Gary Klein,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 Harvard Business Review (2007-09): https://hbr.org/2007/09/performing-a-project-premortem
Process Excellence Network, "Pre-mortem analysis" (1989년 미첼·루소·페닝턴 연구 인용): https://www.processexcellencenetwork.com/business-process-management-bpm/articles/pre-mortem-analysis-anticipating-pitfalls-to-incre
Wikipedia, Steelmanning: https://en.wikipedia.org/wiki/Steelmanning
NIST CSRC 용어집, red team: https://csrc.nist.gov/glossary/term/red_team
Wikipedia, Red team: https://en.wikipedia.org/wiki/Red_team
Wikipedia, First principle: https://en.wikipedia.org/wiki/First_principle
NBC Chicago(CNBC 전재), 일론 머스크의 제1원리 사고: https://www.nbcchicago.com/news/business/money-report/elon-musk-calls-this-a-powerful-powerful-way-of-thinking-but-is-hard-to-do-heres-how-it-works/2414670/
How-To Geek, What Does ELI5 Mean: https://www.howtogeek.com/694298/what-does-eli5-mean-and-how-do-you-use-it
Madaan et al., "Self-Refine" (2023): https://arxiv.org/abs/2303.17651
Huang et al., "Large Language Models Cannot Self-Correct Reasoning Yet" (2023): https://arxiv.org/abs/2310.01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