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발이 유난히 자주 차갑거나 저릿한 분이라면, 오메가3와 은행잎추출물, 마늘 성분까지 뒤섞인 제품 진열대 앞에서 '대체 뭘 골라야 맞나' 하고 고민해 보셨을 텐데요. 저 역시 혈액순환 영양제를 검색창에 쳐 놓고 한참 스크롤만 하다 그냥 창을 끈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식약처 고시와 식품안전나라 게시판을 하나씩 뒤져, 혈액순환에 좋다고 알려진 성분 가운데 정부가 실제로 쓰도록 정한 표현과 그냥 떠도는 광고 말을 갈라봤습니다. 항응고제를 같이 먹을 때 생기는 위험도 뒤쪽에 담았습니다.
검색창에 쳐서 나오는 순서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오메가3만 먹으면 막힌 혈관이 뚫린다: 생선기름이 혈전을 없애준다는 말
은행잎추출물은 양이 많을수록 좋다: 많이 먹을수록 손발 저림이 빨리 풀린다는 말
마늘·양파 성분이면 종류를 안 가려도 된다: 매운 채소류 전체를 혈액순환 성분으로 뭉뚱그리는 말
성분을 여러 개 섞은 제품이 단일 성분보다 낫다: 성분 수가 곧 효과라는 말
영양제만으로 수족냉증이라는 증상 자체가 사라진다: 원인 질환까지 낫는다는 말
다섯 가지 다 허무맹랑한 말은 아닙니다. 오메가3와 은행잎추출물이 혈류와 관련된 기능성 원료로 다뤄지고 있다는 것 자체는 식약처 자료에서도 확인됩니다.
마늘·양파의 황화합물이 혈소판 관련 실험에 등장한 적이 있는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실험에 등장했다는 사실과, 정부가 심사를 거쳐 표시 문구까지 내줬다는 사실은 층위가 다릅니다. 지금부터 그 차이를 갈라보겠습니다.
'혈행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이 표현은 아무 성분에나 붙지 않습니다. 정부가 원료 규격을 미리 정해 놓았거나, 회사가 개별로 자료를 내 심사를 받아야 쓸 수 있는 문구입니다. 이 문구는 광고 카피가 아니라, 심사를 거쳐야만 얻는 정부 표현입니다.
이 문구를 실제로 쓸 수 있는 원료는 흔히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적습니다. 오메가3(EPA 및 DHA 함유 유지)와 은행잎추출물 정도가 여기 들어갑니다. 두 원료 모두 규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서, 그 기준에 맞으면 어느 회사 제품이든 같은 문구를 쓸 수 있습니다.
오메가3는 EPA와 DHA를 더해 하루 600밀리그램에서 2,000밀리그램 사이일 때 기능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구간은 인정을 받기 위한 기준선일 뿐, 사람마다 필요한 양을 정해주는 처방은 아닙니다.
하루 섭취량이 이 구간 안에 있는지가 먼저이고, 숫자가 크다고 더 잘 듣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은행잎추출물도 특정 성분(플라보놀배당체) 함량과 하루 섭취량 기준이 함께 정해져 있어서, 뒷면 표시가 그 기준에 맞는지 보는 편이 이름만 보는 것보다 낫습니다.
고시로 미리 정해진 이 두 원료 말고, 별도 심사로 인정받은 원료도 있습니다. 나토균을 발효해 얻는 나토키나제가 그런 경우입니다. 혈소판이 뭉치는 것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혈행개선 기능을 받았는데, 고시가 아니라 한 기업이 자료를 내서 얻어낸 인정입니다.
이름을 못 찾은 마늘·양파 성분, 코엔자임Q10, 비타민E, 마그네슘은 다른 기능성은 인정받았어도, '혈행개선'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목록에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뒷면 문구를 광고처럼 해석하지 말고 적힌 그대로 읽는 편이 낫습니다.
그런데 이 성분들을 한꺼번에 먹으면 효과가 곱절이 되는지는 별개로 따져봐야 합니다.
바로 위에서 정리한 내용을 한 번 뒤집어 볼 대목입니다. 오메가3, 은행잎추출물, 나토키나제가 각각 혈행개선 기능을 받았다면, 셋을 한 캡슐에 담은 제품이 하나만 든 제품보다 나은 게 당연해 보일 수 있습니다.
실은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세 성분이 개별로 심사를 통과한 것과, 세 성분을 섞은 조합 자체가 심사를 통과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복합 제품이 단일 성분보다 낫다는 근거까지는 아직 나와 있지 않습니다.
성분을 여러 개 섞었다고 그 조합까지 검증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따로따로 인정받은 성분을 한 캡슐에 모아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게 제품이 거짓말을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합의 효과까지 밝힐 만큼 연구가 아직 쌓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원래 혈관 상태나 먹는 음식이 사람마다 다르다 보니, 같은 조합을 먹어도 체감이 갈릴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성분 수를 세기보다 각 성분이 인정받은 하루 섭취량 구간에 드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낫습니다.
이 세 성분을 표 하나로 묶어봤습니다.
구분 | 원료 | 인정 방식 | 확인할 표시 |
|---|---|---|---|
고시형 | 오메가3(EPA·DHA 함유 유지) | 정부가 규격을 미리 정함 | 하루 EPA+DHA 합계량 |
고시형 | 은행잎추출물 | 정부가 규격을 미리 정함 | 플라보놀배당체 함량, 1일 섭취량 |
개별인정형 | 나토키나제(나토균배양분말) | 기업이 자료를 내 개별 심사 | 나토키나제 활성 단위, 인정받은 제품명 |
표를 통째로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성분명 옆에 '혈행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문구가 그대로 붙어 있는지만 보면 됩니다.
이 세 성분에는 공통으로 걸리는 위험이 하나 있습니다.
오메가3, 은행잎추출물, 나토키나제는 작동 방식이 조금씩 달라도 겹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혈액이 굳는 속도를 늦추거나 혈소판이 뭉치는 걸 막는 쪽으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나 혈전용해제를 처방받은 상태라면, 이 성분들이 약과 같은 방향으로 겹칠 수 있습니다. 효과가 두 배로 느는 게 아닙니다. 출혈 위험이 함께 커지는 것입니다. 시간을 나눠 먹어도 몸속에서 작용이 쌓이기 때문에 위험이 줄지는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구가 없다고 안심할 일도 아닙니다. 비타민E는 앞서 본 대로 '혈행개선' 문구를 쓸 수 있는 원료가 아니지만, 항응고제와 함께 먹으면 비슷한 방식으로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문구가 있는지와 약과 겹쳐도 되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처방약을 복용 중이라면 이런 성분이 든 제품을 새로 시작하기 전에 처방한 곳에 먼저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복용을 미리 중단해야 하는지도 같이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뒷면의 '혈행개선' 문구는 처방약과 같이 먹어도 된다는 보증이 아닙니다. 오히려 약과 성분이 겹칠수록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여기까지 봤으면, 맨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혈액순환에 좋다는 영양제는 헛소리도, 아무거나 골라도 되는 식품도 아닙니다. 뒷면 문구를 확인하면 되는 식품입니다.
'혈행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문구는 오메가3·은행잎추출물 같은 고시형과, 나토키나제 같은 개별인정형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성분을 여러 개 섞었다고 조합 전체가 검증된 것은 아니어서, 개수보다 각 성분의 하루 섭취량 구간을 보는 편이 낫습니다.
마늘·코엔자임Q10·비타민E처럼 혈액순환과 자주 엮이는 성분 중 상당수는 '혈행개선' 문구를 쓸 수 있는 목록에 아예 없습니다.
항응고제나 혈전용해제를 먹는 중이라면 문구 유무와 상관없이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어 확인이 우선입니다.
지금 손에 있는 혈액순환 영양제를 뒤집어서 '혈행개선'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는지부터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그 한 줄만 봐도 광고 말인지 정부가 허락한 표현인지 갈립니다.
성분별 임상 참여자 수나 세부 개선 폭까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성분마다 실험 설계와 대상자 조건이 크게 달라서, 하나의 숫자로 뭉뚱그리면 원래 결과와 동떨어진 인상을 줄 수 있어서입니다. 특정 성분의 개선 폭이 궁금하다면 그 성분의 원 논문을 찾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이 글에서는 식약처가 밝힌 원료별 인정 범위와 항응고제 관련 위험까지만 다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