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베이스로 9급 독학을 시작하려는데 도대체 몇 개월을 잡아야 하는지 감이 안 오시죠. 저도 그게 제일 막막했습니다.
저는 2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독학으로 시작해서 11개월 만에 필기에 붙었습니다. 학원도 안 다녔고 스터디도 안 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합격수기를 한 40편쯤 찾아 읽었는데요. 그때는 그냥 "사람마다 다르구나" 하고 넘겼는데, 붙고 나서 다시 보니 기간이 갈리는 지점이 딱 하나였습니다.
제 11개월이 어떻게 굴러갔는지, 그리고 수기들을 모아보니 뭐가 기간을 갈랐는지 순서대로 적었습니다. 중간에 제가 한 달을 통째로 날린 실수도 같이 적어뒀습니다.
제가 본 수기 중 가장 빨랐던 사람은 4개월이었습니다. 11월 24일에 시작해서 4월 4일 국가직 시험을 봤고, 평균 94점이 나왔습니다.
이것만 보면 "4개월이면 되는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본인 베이스를 적어놨는데, 외고를 나왔고 영어 강사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험 점수도 영어 100점이었습니다.
15개월 걸린 교행 합격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어는 고등학교 때 1~2등급, 영어는 어학연수 8개월. 그분은 수기에 이렇게 써놨습니다.
국어·영어 75점 이상 베이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전공이 노베이스라도 평일 하루 8시간을 채우면 1년 안에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몇 개월 걸리나"는 총 공부량이 아니라 시작할 때의 국어·영어 점수로 갈립니다. 전공 과목은 누구나 0에서 시작하니까 차이가 안 납니다. 차이가 나는 건 이미 쌓여 있던 쪽입니다.
저는 국어가 중간, 영어가 바닥이었습니다. 그래서 11개월이 걸렸고,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정상 속도였습니다.
그럼 내 베이스는 어떻게 재는가. 이게 시작 전에 할 첫 번째 일입니다.
인강도 교재도 사기 전에, 작년 국가직 기출을 국어·영어만 시간 재고 풀어보시면 됩니다. 채점만 하고 틀린 건 안 봐도 됩니다.
제가 처음 풀었을 때 국어 65점, 영어 40점이었습니다. 수기들과 대조해 보니 대략 이렇게 갈렸습니다.
시작 시점 국어·영어 | 수기에서 본 합격 기간 | 하루 공부시간 |
|---|---|---|
둘 다 85점 이상 | 4~6개월 | 4~6시간 |
둘 다 75점 안팎 | 10~15개월 | 7~8시간 |
한쪽이 60점 이하 | 1년 6개월~2년 | 8시간 이상 |

표본이 40편이라 이걸 공식처럼 쓰면 안 됩니다. 다만 "1년이면 된다"는 말이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은 아니라는 건 확실합니다.
숫자가 낮게 나와도 괜찮습니다. 낮게 나왔다는 건 재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도 영어 40점으로 시작했습니다.
베이스를 쟀으면, 다음은 과목 순서입니다. 여기서 제가 한 달을 날렸습니다.
9급 한국사는 이제 시험장에서 푸는 과목이 아닙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성적으로 대체됩니다.
「공무원임용시험령」 제7조 제1항 제3호가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의 제1차시험 중 한국사 과목은 별표 4에서 정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한다고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한국사는 점수를 올리는 과목이 아니라 자격을 따는 과목이 됐다는 뜻입니다. 기준 등급만 넘기면 그 뒤로는 100점을 맞든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든 총점에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저는 이걸 모르고 한국사를 다른 과목처럼 회독하고 있었습니다. 8개월쯤 지나서야 알았고, 그때까지 한국사에 쓴 시간 중 절반은 버린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기한이 있습니다. 한능검은 아무 때나 보면 되는 게 아니라, 시험 시행일 전날까지 등급이 발표된 회차만 인정됩니다. 한능검은 두 달에 한 번쯤 있고 발표까지 또 시간이 걸립니다. 시험 두 달 전에 부랴부랴 신청하면 늦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첫 달에 한능검부터 끝내는 겁니다. 실력을 쌓는 일이 아니라 서류를 채우는 일이라서, 미루면 나중에 다른 과목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한국사를 치웠다면 남는 건 네 과목입니다. 여기서 또 순서가 있습니다.
합격자를 거르는 순서가 조문에 적혀 있고, 그 순서를 뒤집으면 공부 순서가 됩니다.
먼저 각 과목 만점의 40% 미만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자리에서 탈락합니다. 총점이 아무리 높아도 소용없습니다. 그다음에 남은 사람들끼리 총점으로 줄을 세웁니다.
그래서 순서가 이렇습니다.
1순위 — 40점 밑인 과목을 찾아서 거기부터 올린다
2순위 — 그다음에 총점을 올린다
당연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반대로 하기 쉽습니다. 잘 되는 과목이 재미있어서 거기만 파게 되거든요. 저는 행정법이 재미있어서 3개월쯤 거기만 붙잡고 있었고, 그동안 영어는 40점에서 45점이 됐습니다.
잘 되는 과목을 더 올리는 건 총점 몇 점을 벌지만, 안 되는 과목을 40점 위로 올리는 건 합격과 탈락을 가릅니다. 크기가 다른 일입니다.
참고로 2026년 국가직 9급 공채 경쟁률은 28.6대 1이었습니다(인사혁신처 발표). 숫자만 보면 무섭지만, 원서만 내고 시험장에 안 오는 사람이 매년 상당수입니다. 실제로 앉아 있는 사람 기준으로는 이보다 낮습니다.
참고용으로 제 일정을 적어둡니다. 이대로 하시라는 게 아니라, 덩어리가 어떻게 나뉘는지 보시라고 적는 겁니다.
1개월차 — 한능검 준비와 응시. 이것만 했습니다.
2~4개월차 — 영어. 제일 바닥이라 제일 먼저 오래 잡았습니다. 단어와 문법만 했습니다.
5~7개월차 — 행정법, 행정학 기본 강의와 1회독.
8~9개월차 — 국어 + 기출 3회독. 여기서 처음 전 과목 모의고사를 봤습니다.
10~11개월차 — 동형 모의고사와 오답만. 새 교재는 안 샀습니다.

하루는 평일 8시간, 주말 4시간이었습니다. 주 1회는 아예 쉬었습니다.
교재를 여러 권 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본 수기 중에 교재를 많이 산 사람이 빨리 붙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4개월 합격자는 인강도 안 듣고 문제집 위주로만 했습니다.
9급 독학의 합격기간은 의지나 재능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시작할 때의 국어·영어 점수와 과목 순서로 정해집니다.
4개월 합격자도 15개월 합격자도 국어·영어 베이스가 있었습니다.
한국사는 한능검으로 대체되니 첫 달에 끝내는 게 맞습니다.
40점 미만 과목을 먼저 올리고, 총점은 그다음입니다.
제 11개월 중 한 달은 이 순서를 몰라서 날렸습니다.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작년 국가직 기출에서 국어와 영어만, 시간 재고 한 회씩 풀어보세요. 그 두 점수가 나오면 본인 기간이 대략 보입니다. 교재는 그다음에 사도 늦지 않습니다.
한국사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는 것은 「공무원임용시험령」 제7조 제1항 제3호 라목,
인정되는 기준 등급과 기한은 같은 영 별표 4에서 확인했습니다.
직렬별 합격선은 일부러 뺐습니다. 해마다 바뀌고 직렬마다 달라서, 지원할 직렬 공고를 직접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