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할 시군 정하려고 합격선 표를 찾아봤어요.
작년에 89점이었으니까 올해도 그쯤이겠구나. 옆 시가 3점 낮으니까 거기 쓰면 되겠구나.
저도 그렇게 계산하다가 멈췄습니다. 조문을 읽고 나서요.
합격선은 미리 정해진 선이 아니더라고요. 지원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값이었어요. 그걸 알고 나니까 표 보는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공무원임용시험령」 제25조에 필기 합격자를 이렇게 정한다고 나와 있어요.
각 과목 만점의 40퍼센트 이상 받은 사람 중에서
선발예정인원의 1.5배수 범위에서 성적 높은 순으로
실기랑 면접을 다 보는 경우엔 2배수고요.
읽어보면 어디에도 "몇 점 이상"이라는 말이 없어요. 인원으로 자르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합격선은 시험 전에 있는 선이 아니에요. 잘라낸 자리에 서 있던 사람 점수를 나중에 적어둔 숫자죠.
말로 들으면 당연해 보이는데, 직접 세어보면 좀 다르게 보입니다.
어느 시에서 일반행정 10명을 뽑는다고 할게요.
필기 합격 인원 = 10명 × 1.5 = 15명
과락 없는 응시자를 점수순으로 줄 세웁니다
위에서 15번째 사람 점수가 그해 그 자리 합격선이 돼요
같은 시험지로 옆 시에서 3명을 뽑는다면요.
필기 합격 인원 = 3명 × 1.5 = 4.5명, 5명 안팎
위에서 5번째 사람 점수가 그 자리 합격선
여기서 두 개가 나와요.
소수 선발 자리는 합격선이 크게 흔들립니다.
15번째랑 16번째 사이보다 5번째랑 6번째 사이 점수 차이가 더 벌어지기 쉬워요. 3명 뽑는 자리 작년 합격선은 그 자리의 성격이 아니라 그해 지원자 몇 명의 점수일 수 있습니다.
문제 난이도가 아니라 지원자 구성이 합격선을 만들어요.
같은 날 같은 시험지로 봤는데 시군마다 합격선이 다른 건 그 지역 시험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몇 명 뽑는 자리에 어떤 점수대 사람들이 몰렸느냐가 다를 뿐이에요.
선발예정인원. 앞에서 본 그대로예요. 인원 많은 자리가 선이 덜 흔들립니다.
실제 응시 인원. 원서 내고 시험장에 안 오는 사람이 매년 꽤 됩니다. 경쟁률 숫자엔 이 사람들이 들어가 있고 합격선엔 안 들어가요. 그래서 경쟁률 높다고 합격선이 높은 것도 아니고, 낮다고 낮은 것도 아닙니다.
법정 가점. 취업지원 대상자 가점 같은 건 합격선에 이미 반영된 점수예요. 가점 대상자가 많이 지원한 자리는 그만큼 선이 올라갑니다. 가점 요건은 직렬이랑 구분 모집에 따라 다르니까 지원할 자리 공고에서 직접 보세요.
하나 더요. 같은 "일반행정"이라도 일반 모집이랑 장애인·저소득 구분 모집은 선발도 합격선도 따로 갑니다. 표에 한 줄로 묶여 있으면 어느 구분인지부터 확인하셔야 해요.
작년에 낮았던 시군 골라 쓰는 방법, 매년 나오고 매년 같은 이유로 어긋납니다.
작년 표를 본 사람이 나만이 아니거든요.
합격선이 낮았다는 정보가 퍼지면 다음 해에 지원이 몰리고, 지원자 구성이 바뀌면 선이 올라갑니다. 지원자가 만드는 숫자라서, 널리 알려진 정보일수록 그 정보대로 안 돼요.
하나 더 있어요. 2022년부터 9급 공채 선택과목이 없어지면서 조정점수제도 같이 폐지됐습니다. 지금 합격선은 조정 없이 원점수 평균으로 나와요.
2021년 이전 합격선이랑 그 이후는 같은 단위가 아닙니다. 여러 해 나란히 붙여놓은 비교표 보실 때는 2022년부터만 이어서 보세요.
그래서 작년 표는 이렇게 쓰는 게 나아요. 점수 예측에 쓰지 말고, 그 자리가 해마다 몇 명 뽑는 자리인지 확인하는 데 쓰는 겁니다. 선발 인원은 합격선보다 훨씬 덜 흔들려요.
합격선 보기 전에 먼저 넘어야 하는 선이 있어요.
각 과목 만점의 40퍼센트입니다. 한 과목이라도 여기 못 미치면 총점 아무리 높아도 그 자리에서 끝나요. 20문항짜리 과목이면 8문항이에요.
그래서 점수 계획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40퍼센트 밑으로 갈 위험 있는 과목을 먼저 올린다
그다음에 총점 올려서 1.5배수 안에 든다
잘 되는 과목 더 올리는 건 총점 몇 점을 벌지만, 위험한 과목을 40퍼센트 위로 올리는 건 합격이랑 탈락을 가릅니다. 크기가 다른 일이에요.
동점자 처리도 알아두면 좋아요. 같은 조문에 필기 동점자가 선발예정인원을 넘기면 동점자를 다 합격시킨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해엔 필기 합격 발표 인원이 1.5배수보다 조금 많아요. 뭐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이 조항 때문입니다.
지원 고민하는 시군 두 곳의 최근 3년 공고에서, 합격선 말고 선발예정인원만 뽑아서 나란히 적어보세요.
저는 그 숫자 적어놓고 나서야 어디를 쓸지 정했어요. 합격선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그 자리 성격을 알려줍니다.
올해 합격선 숫자를 여기 안 적은 건 일부러예요. 해마다 바뀌고 시군마다 다른데, 제가 적어두면 내년에 이 글 읽는 분이 옛 숫자를 보게 되잖아요. 지원할 자리 공고를 직접 여시는 게 제일 정확합니다.
「공무원임용시험령」 제25조(6급 이하 공개경쟁채용시험 등의 합격결정) — 과락 40퍼센트, 1.5배수, 동점자 전원 합격
인사혁신처 2022년 9급 공채 시험과목 개편 — 선택과목 및 조정점수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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