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시작하려고 보니까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노량진 가라는 얘기였어요.
혼자 하면 무너지니까 같은 처지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서 방부터 알아봤습니다. 계약하기 전에 하루만 가서 앉아 있어봤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첫해에는 안 가기로 했어요. 왜 그렇게 정했는지 적어둘게요.
제가 가려던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혼자서는 못 할 것 같아서.
이 말의 근거가 뭐냐면 이거거든요. 다들 공부하고 있으니까 나도 하게 된다.
근데 여기엔 전제가 숨어 있어요. 주변 사람들 평균이 나보다 높아야 한다는 전제요.
사람은 주변 평균을 기준으로 삼으니까, 평균이 낮은 곳에 앉으면 기준이 오히려 내려갑니다.
가서 앉아보기 전까지는 이걸 생각 못 했어요.
오후에 앉아 있으면서 주변을 좀 봤어요.
책 펴놓고 자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휴대폰 보는 사람도 많았고요. 책으로 가려가면서 보더라고요.
그러다 저녁 먹고 나서 여덟 시쯤부터 갑자기 집중이 시작돼요. 그리고 아홉 시나 열 시쯤 단체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걸리는 게 있었어요.
그 흐름 안에 있으면 열 시에 집에 가는 게 '열심히 한 하루'가 됩니다. 그날 실제로 몇 시간 앉아 있었는지랑 상관없이요.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어요. 제가 보기엔 열에 한둘쯤. 근데 그 사람들은 노량진에 와서 열심히 하게 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이 온 거죠.
장소는 사람을 안 바꿉니다. 그날 제가 확인한 건 그거였어요.
그다음에 돈을 계산했어요. 금액은 해마다 달라지니까 틀만 적을게요. 지금 시세로 채워 넣으시면 됩니다.
항목 | 월 금액 |
|---|---|
방값 (고시원 또는 원룸, 관리비 포함) | |
독서실·자습실 이용료 | |
식비 (하루 세 끼) | |
학원·인강 수강료 | |
월 합계 |
채우셨으면 두 번 곱하세요.
월 합계 × 내가 잡은 수험 기간 = 계획대로 됐을 때 총액
월 합계 × (수험 기간 + 12개월) = 한 해 더 걸렸을 때 총액
두 번째를 꼭 같이 내보시라고 권해요.
수험 기간 길어졌을 때 무너지는 건 실력보다 잔고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비교 대상을 하나 더 만드시면 판단이 쉬워져요. 집에서 다닐 수 있는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 비용만 넣어서 같은 계산을 한 번 더 하는 겁니다.
두 금액 차이가 나오죠. 그 차액이 버틸 수 있는 개월 수로 바뀝니다.
저는 그 차액을 보고 나서 정했어요. 그만큼 공부량이 늘어날 자신이 없었거든요.
무조건 가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값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장 강의를 꼭 들어야 하는 경우. 인강으로 집중이 도저히 안 되는 사람이 있어요. 다만 이건 인강을 한 달쯤 실제로 들어보고 판단할 일이지, 시작하기 전에 정할 일은 아닙니다.
집에서 공부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집에 사람이 많거나 소음이 심하면 나가야죠. 근데 이건 노량진이어야 할 이유는 아니에요. 동네 독서실로 해결됩니다.
면접 스터디가 필요한 시기. 이건 초시생 얘기가 아니고요. 필기 붙고 나서의 얘기입니다.
정리하면 초시생이 시작부터 들어갈 이유는 거의 없어요. 필요해지면 그때 가도 늦지 않습니다.
노량진 간 사람이 진짜 얻는 건 동기부여가 아니에요. 강제된 일과입니다.
방 잡고 학원 끊으면 몇 시에 나가고 몇 시에 돌아오는지가 자동으로 정해지잖아요. 그 틀 덕분에 하루가 굴러가는 거예요.
이건 장소 없이도 만들 수 있습니다. 세 가지만 하면 돼요.
시간을 고정해요. 몇 시에 앉아서 몇 시에 일어나는지를 요일별로 정하고 지킵니다. 이게 있으면 장소가 어디든 하루가 굴러가요. 없으면 노량진 가도 안 굴러가고요.
순공 시간을 잽니다. 앉아 있던 시간 말고 실제로 공부한 시간이요. 타이머든 앱이든 종이든 상관없어요. 하루 끝에 숫자 하나만 남으면 됩니다.
주 단위로 확인해요. 하루 단위로 보면 들쭉날쭉해서 판단이 안 됩니다. 일주일 순공 시간을 더해서 지난주랑 비교하면 지금 방식이 되고 있는지가 보여요.
내일 하루의 시작 시각이랑 끝 시각만 정해서 적어두세요.
그리고 내일 순공 시간을 재보세요.
장소를 옮겨야 하는 문제인지 일과를 만들어야 하는 문제인지가 하루 만에 갈립니다. 저는 그거 재보고 나서 방 계약을 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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