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방송이었다.
스승의 날이 원래 1963년 충남의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를 찾아간 행사에서 시작됐다고 그는 말했다. 1965년에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옮겼고, 1973년 기념일 통합 정책으로 없앴다가 1982년에 부활했다고.
자기 고등학교 이야기가 이어졌다.
대전이 넓어지면서 연합고사 학교로 편입된 지 얼마 안 된 곳이었다고 한다. 원래 다른 데를 못 가면 오는 학교였다. 배정을 받고 우는 친구도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안에서는 학교 폭력이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안에 강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 밖에 나가 다른 학교와 싸웠기 때문이라고. 크로우즈에 나오는 스즈란 같은 데였다고.
교복 입고 시내를 돌아다니면 아무도 안 건드렸다고. 득을 많이 봤다고 했다.
그러고는 선생님들께 한마디를 붙였다.
혹시 이걸 보고 계시면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제가 추천한 걸로 물리셨으면 좀 죄송하다고.
수업 시간에 자던 얘기를 한참 했다.
성장기 청소년은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을 자야 하는데 못 자니까 어쩔 수 없이 잔다고. 자기도 많이 자는 학생이었다고 했다. 눈을 살짝만 감고 꼿꼿이 자는 방법이 있다고.
그런데 짝꿍은 그걸 못 했다고 한다. 작은 책상에 양팔로 버티고 자다가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고, 그러면서 자기를 잡고 같이 넘어졌다고.
선생님이 혼내지도 않고 어디 아픈 것 같다며 양호실로 보내 줬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수능 얘기를 시작했다.
수능은 110분짜리 시험인데 학교 수업은 50분에 10분 쉬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1교시가 끝나도 쉬지 않고 그대로 집중을 이어 갔다고 했다. 2교시까지 붙여서 110분을 만들고, 그다음에 쉬었다고.
격투기 선수들이 3분 타이머를 놓고 연습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그는 설명했다. 3분 동안 싸우는 게 익숙해져야 스태미나를 유지하며 싸울 수 있으니까.
문제집을 풀 때도 답이 궁금해도 안 봤다고 했다. 수능장에서는 답을 못 보니까 그냥 체크하고 넘어가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2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에는 누워서 자는 것도 연습해야 한다고. 머리를 식히고 언어에서 수리로 모드를 바꿔야 하니까.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신기하게도 내가 왜 했지.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여기서 몰입 얘기로 넘어갔다.
자의식이 사라지는 상태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고 몸이 안 느껴지고 지금 하고 있는 일만 느껴지는 때. 주로 청소년기에 많이 느끼고 어른이 되면 잘 못 한다고.
그래서 게임이 재미없어지고 책을 읽어도 감이 안 온다고.
몰입도 훈련이 필요한데, 출퇴근길에 쇼츠를 보고 집에 가서 또 쇼츠를 보다 잠들면 안 된다고 했다. 끊어서밖에 생각을 못 하게 되니까.
그래서 물리적인 세팅을 바꿔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손오공이 중력을 50배로 올려 놓고 수련하고 조로가 폭포에서 수련하듯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절이나 독서실이나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 정도가 최선이라고 했다. 스터디카페는 아저씨가 가면 별로 안 좋아하더라는 말을 붙이면서.
그러다 이런 얘기가 나왔다.
카페에서 일하러 갔을 때 제일 집중이 안 되는 게 앞에서 커플이 싸울 때라고. 그러면 그 공간의 모든 사람이 거기 귀를 기울이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싸울 때 특유의 표정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슬쩍 보게 된다고.
그 커플분들은 카페에서 싸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그렇게 말했다. 나가서 공원 같은 데서 싸우시라고.
몰입의 최적 튜닝은 독서라고 그는 말했다.
영상은 눈으로 보면 그냥 보이는 거지만 텍스트는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냄새 같은 것까지 자기 머리에서 구현해야 하니까 뇌가 발달한다고.
앞으로 우위에 서려면 AI 다루는 기술에 더해 책을 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고 그는 봤다. 상상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독서로 수련된다고.
그래서 자기가 도서팀장이라는 자리를 굉장히 좋아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이 말을 덧붙였다.
다음 책 나오면 지난번에 안 사신 분들은 꼭 사 주시기 바랍니다.
몰입에는 후유증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 제일 위험하다고. 너무 내재화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영상을 보고 감화되고 경도되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책은 다르다고 했다. 특히 사상서가 위험한 게 사람을 들끓게 하는 데가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책은 들끓게 하는 게 없다고, 오히려 좀 시니컬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문학 쪽 사례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들었다. 1774년 책인데, 그걸 읽고 베르테르가 입던 옷을 따라 입고 그를 따라 죽은 사람이 2천 명쯤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통계로 확인된 건 아니라는 말을 붙이면서.
그러면서 우리나라 롯데가 거기서 나온 이름이라고 했다. 베르테르가 사랑한 사람이 샤를로테라고. 창립자가 그 소설을 좋아하셨다고.
그리고 이 문장이 나왔다.
가장 지독한 몰입이 사랑이라고.
사랑은 완전한 몰입을 요구한다고 그는 말했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했다는 말이 노래 가사에 있는데, 그때는 정말로 나보다 더 사랑하는 상대가 있는 거라고. 나와 물리적으로 완전히 단절된 개체인데도.
그러고는 지금 우리가 왜 사랑에 그렇게 매달리는지를 이렇게 정리했다.
자신의 무가치함을 사랑이라는 우상으로 메꿔야 하는 시대라고. 예전에는 종교가 있었고 가족이 지켜 줬는데 이제 그 틀이 다 약해져서, 사랑함으로써 자기를 지탱하거나 증명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자기가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 그렇게 분석한 걸 보면서 그런 것 같다고 여긴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
여기서 방송이 시장으로 넘어온다.
우리가 지금 가장 사랑하고 있는 게 뭘까 생각해 봤다고 그는 말했다.
주식인 것 같다고.
AI로 가는 길에 반도체가 놓여 있고, 그 길을 우리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어딘가 있을 것 같고, 나는 보이는데 너는 안 보이냐 싶고, 그러니 그 위에 타고 있어야겠다는 마음.
그러고는 그 사랑의 내용을 하나씩 읽었다.
반도체 좋지. 돈도 많이 벌고 있고 회사가 또 벌 거고. 내가 공부도 많이 했고 흥분도 되고 매일매일 뿌듯하고, 공부해서 사서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이 말을 했다.
언젠가 이 사랑의 끝이 있을 거고 고통이 그 증거로 남을 것이다.
이건 제가 한강 님 오마주 한 겁니다, 하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도 안다고 했다. 언젠가 주식이 빠질 거라는 것도, 언젠가 내 주식이 손실이 나서 나를 아프게 할 거라는 것도, 어떤 테마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그런데 그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는 핑계로 그게 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랑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했다. 헤어질 걸 알고 사랑하는 경우는 없으니까.
2023년과 2024년에는 우리가 주식을 굉장히 시니컬하게 봤다고 그는 짚었다. 현대차도 삼성전자도 조롱하고, 국장이 그렇지 박스피지 했다고.
지금은 그 반작용인지 확 사랑하는 쪽으로 갔다고.
그래서 오늘쯤은 다시 기억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계속 실패하는 존재라는 걸. 그 생각을 못 하면 계속 실패만 하고 끝날 수도 있다고.
그리고 이 대목이 이 방송의 결론이었다.
놓을 때를 알아야 다음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이 테마를 놓을 줄 알아야 다음 테마를 살 수 있다고.
이미 떠난 것, 이미 마음도 없는 것, 이미 나도 사실 안 믿고 있는 것을 계속 붙들고 있어 봐야 안 돌아온다고 그는 말했다.
돌아와도 이미 만신창이라고.
AI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은 가긴 갈 텐데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구체적인 미래는 아닐 거라고. 10년 전만 해도 개인이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걸 이렇게 보지 않았는데, 지금 이게 엄청난 하이테크 세상처럼 느껴지느냐고.
기간이 길어서 익숙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은 짧았다.
봄날은 갔다고 그는 말했다. 며칠 전 방송에서 랩을 하다가 느낀 거라고. 봄이 끝나고 이제 여름이라고. 뜨거운 주식시장도 열전이 시작될 거라고.
여름에는 엄청 덥다가 소나기도 오고 열받는 일도 꽤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다시 옵니다, 하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여름에 방송에서 다뤘던 어떤 계좌 화면을 다시 띄웠다. 그때는 하이닉스만 겨우 살아 있고 삼성전자는 마이너스였고 다른 것들은 죄다 물려 있었다.
돌고 도는 거니까 다시 온다고 그는 말했다.
오늘 좀 속상하셨더라도 속상한 것도 과정 중 하나라고. 투자의 일부라고. 주말 동안 마음을 갈무리하시되 방심하지는 마시라고 했다.
그리고 끝에 이 말을 붙였다.
저는 숏쟁이 음모론자고요. 제가 드리는 말씀은 가려서 들으셔야 됩니다.
제가 막 잘 안 되라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너무 미워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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