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님 이야기로 시작했다. 사람 이름에서 따온 용어들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사실 윌리엄이 한 말이라고 그는 짚었다. 오컴 출신의 윌리엄이라는 수사였는데, 정작 남은 이름은 지명 쪽이라고.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그렇다. 슈뢰딩거는 양자물리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별로 안 좋아했다. 자기 파동방정식이 그걸 너무 잘 설명해 버리자 사람들이 박수를 쳤고, 확률적으로 다 존재하는 거라고 하니까 그게 말이 되냐면서 반박하려고 만든 사고실험이 그 고양이다.
라플라스의 악마도 라플라스는 악마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가 한 말은 이거다. 우주에 있는 모든 요소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그걸 다 계산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1초 뒤를 알고 그다음 1초를 알고, 거꾸로 1초 전을 알고 그 전을 알아서, 우주의 시작과 끝을 다 안다는 것.
그런 존재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한 걸 나중에 사람들이 악마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진자 하나는 정확히 계산된다. 어디까지 올라가고 어떤 속도가 되는지 다 나온다.
그 끝에 하나만 더 달면 이중진자가 된다.
식은 세울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움직일 거라는 건 쓸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시점에 그게 어느 높이에 어떤 속도로 있을지는 알아낼 수가 없다고.
삼체 문제도 같다고 했다. 천체 둘의 움직임은 계산되는데 하나가 더 붙으면 일반해가 없다.
그래서 복잡계 이론이 각광을 받는데, 여기에 그가 붙인 말이 좋았다.
복잡계라고 부르는 순간 계산을 포기하는 거라고. 얘는 복잡계니까 어쩔 수 없지, 하고 마는 거라고.
과학자 입장에서는 좀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연구 결과가 아 복잡계라서요, 저 모르겠습니다일 수는 없잖아요, 하고.
복잡계의 성질을 그는 몇 개로 나눠 설명했다.
비선형성. 처음의 미세한 차이가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만든다.
피드백. 누가 삼성전자를 사면 옆 사람이 그게 뭔지도 모르고 산다. 그러면 올라가고, 올라가니까 기사가 나고, 기사가 나니까 또 올라간다. 서로 소통이 없었다면 제 값을 찾아갔을 텐데 그렇게 안 된다.
창발. 하나하나에는 없던 성질이 모이면 생긴다.
이걸 그는 동창회로 설명했다.
원래 다들 월급 받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모인 자리에서 어떤 애가 전화기를 꺼내 들어 자기 계좌를 보여 준다. 얘가 벌었다.
그때부터 창발이 일어난다고 그는 말했다.
원래 주식 생각도 없던 사람이 주식을 하는 성질을 그 자리에서 갖게 되고, 아무도 사라고 하지 않았는데 자율적으로 공부하고 사는 패턴이 생긴다. 그러다 임계점을 넘으면 나는 주식 투자자가 된다.
그러고는 AI에게 물어봤다고 했다. 너는 이중진자 문제를 풀 수 있냐고.
못 푼다고 답했다고 한다.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어떤 요소의 현재 위치와 속도를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다고.
약간 핑계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 답을 이렇게 옮겼다. 10초 뒤 이중진자의 상태를 100퍼센트 정확하게 계산하려면, 그 이중진자가 속한 우주에서 그 10초 동안 일어나는 모든 정보 처리량을 똑같이 수행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AI라도 불가능하다고.
양자컴퓨터는 어떠냐고 또 물어봤다고 했다. 그것도 못 푼다고 답했다고.
주식시장이 전형적인 복잡계라고 그는 말했다. 자기 주장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고.
수많은 참가자가 노드로 있고, 우리 하나하나가 노드이고, 방금 올라온 게시물도 노드이고,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이 방송도 노드라고 했다.
87년 블랙 먼데이가 그래서 벌어진 일이라고 짚었다. 다우가 별 이유 없이 22퍼센트 빠졌는데, 나중에 보니 주식이 좀 빠지면 선물을 팔게 돼 있는 구조가 있었고 선물이 밀리니까 주식이 또 밀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심하다고 했다.
3년 전보다도 시장 정보를 가진 개인이 너무 많아졌고, 그 사이의 소통이 실시간이고, ETF가 커지면서 거의 모든 주식이 하나로 연결돼 있고, 그 ETF를 담는 ETF까지 있다고. 알고리즘 때문에 매매 빈도도 계속 늘어난다고.
거기에 몇몇 기업이 전 세계 산업을 다 쥐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진짜 복잡계는 따로 있다고 그는 말했다.
뇌다.
86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고. AI로 시냅스 100조 개를 만들려면 지구에 있는 자원을 다 써야 할 거라고.
그래서 인간이 굉장히 싼 AI라고 불리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밥만 먹고 말도 하고 일도 하니까.
그리고 이 문장이 나왔다.
똑같은 세미나를 들어도 어떤 사람은 주식을 사고 어떤 사람은 판다고. 똑같은 정보를 넣어도 어떤 사람은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나쁘다고 한다고.
그 수많은 뇌가 노드를 이루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주식시장이라고. 그것도 한 종목이 아니라 수많은 종목과 그 파생상품과 그 파생상품을 담은 파생상품까지.
여기가 그날의 제목이 나온 자리다.
자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가 이거라고 그는 말했다.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
특히 지난 1년 사이에 들어오신 분들이 더 그런 것 같다고. 주식을, 기업을 아주 간단히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짚었다.
영업이익조차 아무도 못 맞춥니다.
3개월 전 보고서를 보시라고. 오늘 발표된 영업이익을 맞힌 게 거의 없다고. 그저 발표에 맞춰 가고 있는 거라고.
그런데 나는 내년에 반도체 가격이 얼마가 될지 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멀티플이라는 걸 내 마음대로 붙여서 계산하고, 그 숫자를 보고 안심하거나 확신을 갖는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모르겠는 게 주식과 금융시장이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너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이 부탁을 했다.
내가 내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태우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복잡계에 대처하는 법으로 그는 쥬라기 공원을 꺼냈다.
공원을 열기 전에 초청된 사람 중에 철학자 같은 사람이 하나 있다. 그 사람이 계속 주장하는 게, 복잡계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심플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DNA를 뽑아 만들었고 전부 암컷으로 만들어 번식을 못 하게 했고 전기 장벽을 세웠으니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생명은 언제나 길을 찾는다고 말한다.
주식시장도 아마 길을 찾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세워 놓은 이익 추정치, 우리가 원하는 멀티플, 우리가 원하는 산업의 방향으로 안 갈 거라고. 그게 복잡계의 성질이라고.
어쩌면 더 갈 수도 있긴 하지만, 하고 그는 덧붙였다.
마지막에 지옥의 묵시록 이야기를 했다.
정신이 좀 나간 부대장이 베트남 마을에 네이팜탄을 퍼붓는 장면이다. 폭탄이 터지면 그 자리의 공기가 사라져 진공이 되고, 주변 공기가 밀려 들어가면서 바다에 파도가 인다.
그 부대장이 부하 중에 서핑할 줄 아는 애들에게 저기 가서 파도를 타라고 한다. 지금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느낌으로는 우리가 자의든 아니든 지금 그런 데서 파도를 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도가 크고 좋긴 한데, 그 파도를 만들고 있는 게 순풍이나 온화한 무엇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심리적으로 이런 말이 들리는 거라고 했다. 아직도 주식을 안 샀어. 이 파도가 이렇게 큰데. 50년 만에 오는 건데 아직도 안 타고 있어.
그런데 그 영화에는 거기 대처하는 병사가 하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원래 서핑 선수인데 자기 부대도 아닌 사람이 자꾸 타라고 강요하니까, 보드를 들고 그냥 걸어 나간다.
내가 탈 파도가 아닌 것 같다, 이번 판은 좀 위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튀는 게, 아니면 잠깐 도망가 있는 게 가장 좋은 대처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여기서 억지로 타려고 하지 마시라고.
그날의 부탁은 한 줄이었다.
제발 차익실현 한 번만 해 주시면 안 되냐고. 다음 주 초에 반등하면 10퍼센트만 좀 해 주시면 서로 보기 좋지 않겠느냐고.
이럴 때마다 자기가 이렇게 말하면 나 때문에 빠진 것 같고 그렇지 않냐고 그는 덧붙였다.
6월을 잘 넘기고 7월에 다시 볼 수 있게 정리 잘하시라고, 좋은 주말 되시라고 하고 끝냈다.
이게 그가 이 방송에서 만든 마지막 트레이딩룸이었다.
7월에 다시 보자고 말하고 이틀 뒤에 그는 떠났다.
우리는 다 계산할 수 없다는 얘기를 두 시간 하고, 그러니 내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이 걸지 말라고 부탁하고, 보드를 들고 걸어 나간 병사 이야기로 끝을 낸 회차였다.
지금 다시 보면 그 마지막 장면이 누구 이야기였는지 좀 다르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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