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2일, 알상무의 마지막 라이브는 한 시간 반이 넘었다.
그중 상당 부분에서 그는 주식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서유기를 하고 있었다.
손오공이 왜 근두운을 타고 한 번에 갔다 오지 않는지 아느냐고 그는 물었다. 그러면 카르마가 안 쌓이니까 걸어갔다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터벅터벅 걷는다. 뛸 수 있는데 안 뛴다. 걷다가 요괴한테 잡아먹힐 뻔하고, 처음에는 사이가 나빴던 동료들과 오해도 하고 우애도 쌓고, 그러면서 간다.
그러다 이런 말을 했다.
여정의 의미는 돌아옴으로써 완성됩니다.

*마지막 방송의 한 시간 넘는 분량이 서유기였다*
가서 안 돌아오면 아무것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갔다 와야 손오공은 부처가 되고 삼장법사는 승진을 한다고. 그러고는 잠깐 쉬었다가 이렇게 이었다. 그건 영웅 서사고, 대부분의 사람은 갔다가 안 온다고. 돈도 그렇다고. 내가 투자한 데도 상한가 아니고 하한가 갔다가 안 온다고. 계속 거기 있는다고.
십칠 년을 금융권에서 보낸 사람이 마지막 날에 고른 이야기가 이거였다. 여행의 과정이라는 뜻의 두 글자.
그날 그가 나온 영상의 제목이 주식은 여정이었다.
이 사람은 원래 화면에 나올 사람이 아니었다.
2024년 초에 다니던 회사에서 밀려났다. 다른 금융사로 가기는 싫었고 아예 다른 걸 해볼까 하던 차에, 대학 시절부터 알던 형이 도서 출판 담당자 자리를 제안했다. 그래서 도서팀장이 되었다.
책이 늦어지는 사이에 동료 하나가 2주 휴가를 갔다. 그 빈자리를 메우러 카메라 앞에 앉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는 잘 틀렸다.
방송 초기에 삼성전자를 권했다가 여드레 중 이레를 내리 하락시켰다. 사실상 고점에서 사라고 한 셈이 되어서, 다음 라이브를 사죄로 열었다. 미국 대선 때는 결과를 정반대로 확신에 차서 예측했다. 그래서 알상무 반대로 하면 돈을 번다는 말이 굳어졌고 본인도 여러 번 자조했다.
그런 사람이 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은 이랬다. 도서팀장인데 어쩌다 여기 포획돼서 계속 주식 방송을 하고 있고, 잘 틀리고, 반대로 하면 떼돈을 벌 수 있고, 하지만 재미는 가끔 있으니까 우울하실 때 가끔 와서 보고 가시면 된다는 것.
주식 방송을 하는 사람의 자기소개치고는 이상한 문장이다. 맞힌다고 말하지 않고 우울할 때 오라고 한다.
방송에서 그가 자기 얘기를 할 때는 항상 자기가 아래에 있다.
아내를 세대주님이라고 부른다. 같은 업계 사람인데 자기보다 잘나간다고 했다. 아내 이야기가 나오면 오더가 내려온다거나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의도 집은 은행 지분 없이 100% 세대주님 소유라고 했다.
이직할 때는 딸한테 서운함을 샀다. 딸이 금융권과 비금융권의 연봉 차이까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그 얘기를 듣던 형은 앨범 다섯 장을 사주겠다고 위로했고 그다음부터 모르쇠로 일관했다.
주말에는 사회인 야구에 나간다. 대전 출신이라 한화를 응원한다.
이 세 가지에 공통점이 있다. 전부 자기가 이기지 못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마지막 방송의 끝은 이랬다.
저도 여정을 떠납니다, 하고 그가 말했다. 새로운 여정을 떠나고요. 그동안 여러분하고 슈카친구들하고 이 여정에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좋았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모든 길에 행운이 있길 바라고요.
거기서 말이 끊겼다.
잠깐만요, 하고 그는 물을 마셨다. 그리고 카메라 쪽을 보면서 이걸 잡으면 안 되지, 라고 했다. 다른 걸 비추라는 뜻이었다. 물 마실 동안 오디오만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이걸 잡으면 안 되지, 하고 카메라를 돌린 뒤의 화면*
그 몇 초를 다시 보면, 우는 걸 들키기 싫어서 카메라 감독한테 화면을 돌려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마무리 인사를 하려는데 스태프가 끼어들었다. 저희가 준비한 게 있어서요. 그때부터 그의 마이크가 꺼졌다. 오디오 안 나와요? 지금 내 오디오 안 들어가요? 하고 그가 당황하는 동안 화면에 그동안의 장면들이 흘러갔다.
숏은 지지 않는다고 큰소리치던 얼굴. 은행을 못 믿어서 달러를 금고에 둔다고 폭로당하던 얼굴. 고종이 프리메이슨이었다고 우기다가 제지당하던 얼굴. 죄인은 명을 받으라며 끌려 나오던 얼굴. 잘못은 했는데 내가 틀리진 않았다고 항변하던 얼굴.
영상이 끝나고 마이크가 돌아왔을 때 그가 한 말은 이거였다.
끝까지 콘텐츠를 하는 이 인간들은 참.

그러고는 감사합니다, 라고 했다. 케이크가 나왔고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원래 우리 하던 얘기랑 다르잖아, 하고 그가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굳이 알려준 정보는 이거였다. 이상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미리 찍어 둔 건 나갑니다.
떠나는 날까지 방송 스케줄을 안내하고 갔다.
방송이 끝나고 몇 시간 동안, 사람들은 그 밑에서 서로를 붙잡고 있었다.
주식을 이십 년 했다는 사람이 긴 글을 남겼다. 매년 손실을 봤고, 올해 처음으로 큰 위험들을 피했고, 매일 스트레스로 잠 못 들던 불면증과 속쓰림에서 놓여났다고 했다. 다음 도서 행사 때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려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됐다는 말로 끝났다. 그는 그게 자기가 그 채널에 처음 쓰는 댓글이라고 적어두었다.
그날 밤 그런 사람이 여덟 명이었다. 몇 년을 보기만 하다가 마지막 날에야 처음으로 이름을 드러낸 사람들.
그중 하나는 이렇게 썼다. 댓글같은거 거의 안남기는데, 그 동안 감사인사와 응원을 한번도 못했다는 미안함이 든다고. 저같이 숨어있는 사람들이 응원해줬으면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고.
응원을 안 해서 그가 떠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뜻이다.
또 한 사람은 자기가 왜 우는지 스스로도 이상해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눈물 흘린 적은 많은데 주식방송 보다가 눈물 흘릴 줄은 몰랐다고. 주식을 시작한 지 일 년밖에 안 된 사람이었다.
누군가는 한 줄로 요약했다. 기어코 내 인생에 숏을 치는구나.
시장이 반대로 갈 때 돈을 버는 사람이었으니 떠나는 방식까지 그다웠다는 뜻이다. 이 채널을 오래 본 사람만 쓸 수 있는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계좌가 파랗게 물든 날 사람들이 켜는 방송이 있다. 그런 날 필요한 건 사실 정확한 전망이 아니다.
그가 하던 코너들은 대체로 잠 못 자는 시간대에 걸쳐 있었다. 장 열기 전 아침, 장 끝나고 나서, 그리고 새벽. 라이브 자료 준비에만 기본 열 시간이 넘게 든다고 했다. 낮에 커피를 너무 마셔서 잠이 안 오고 그래서 새벽에 달린다고 본인은 설명했다.
한 사람은 이렇게 적었다. 심야의 라디오도, 운전하면서 알려주는 시장도, 불면의 날들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켜줬다는 말을 오래 봤다. 맞혀줬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는 틀리는 사람이었다. 틀리면 다음 방송을 사죄로 열었고, 자기가 틀린다는 걸 자기소개에 먼저 적어두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운 이유는 그가 정보를 준 사람이 아니라 그 시간에 같이 깨어 있어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주식을 왜 그렇게 쉽게 생각해. 안심 받고 싶은 시장, 관심 받고 싶은 자. 주식은 여정.
전부 그가 붙인 영상 제목이다. 숫자가 오가는 자리에서 저런 제목을 붙이는 사람이었다.
퇴사하고 보름쯤 뒤에 그는 자기 채널을 열었다.
첫 영상은 2분이 조금 넘는다. 제목은 두 글자다. 시작.
그 2분 동안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파도만 나온다. 영어 노래 한 곡이 깔려 있고 그게 전부다.
가사를 옮겨보려다가 관뒀다. 자동 번역으로 읽은 거라 정확하지 않을 것 같아서다. 다만 이런 대목이 있었다. 이십 년 뒤에 우리 둘이 앉아서 맥주 한잔 할지도 모른다고. 그때 오늘 있었던 일을, 내가 당신을 어떻게 만났고 모든 게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이야기해주겠다고. 고통과 화창한 날들과 비에 대해서.
주식 채널을 여는 사람의 첫 영상으로는 이상하다. 종목도 없고 전망도 없고 인사도 없다. 파도와 노래뿐이다.

*제목은 두 글자, 시작*
밑에 이런 말이 달렸다. 이사람 파도를 얼마나 좋아하는건지 감도안옴.
그 2분짜리 영상은 19만 번 넘게 재생됐다.
사람들이 몰려와서 자기가 뭘 보고 싶은지 목록을 만들어 붙였다. 실시간 또닥이, 알포인트, 알상무 인버스 실험, 시청자 포트폴리오 일침. 종목 추천은 무리하지 말고 영화 얘기랑 거시경제 얘기를 많이 해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머기업 유튜버 직원에서 구멍가게 사장으로, 하고 누가 적었다. 응원한다고.
슈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라는 말도 있었다. 슈카가 골방을 벗어나더니 알상무가 골방으로 들어갔다는 말도.
제일 웃겼던 건 슈카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낸 댓글이었다. 직원들을 뽑아놓으면 자꾸 도망가서 어디 도망 못 갈 친구를 데려왔는데, 서울대 경제학과 직속 후배고 나이도 많아서 이제 어디 못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 친구마저 자기 방송 하겠다고 나갔다는 이야기.
545개의 공감을 받은 댓글은 이거였다. 어둠의 알상무단 줄서봅니다.
이 게시판 이름이 거기서 왔다.
그리고 그 밑에 본인이 댓글을 하나 달아놨다. 많은 관심 감사하다고, 주신 질문에 일일이 답 못 드려서 송구스럽다고, 방송을 통해 최대한 해소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보겠다고.
떠날 때 목이 멨던 사람이 보름 만에 돌아와서 송구스럽다는 말부터 했다.
지금은 다시 새벽에 달리고 있다. 아침에 당일전략을 하고 장 끝나면 작전타임을 하고 밤에는 라디오를 한다. 일주일이 꽉 차 있다. 그가 쌓는 것들은 어둠의알상무단에 따로 모으고 있다.
여정의 의미는 돌아옴으로써 완성된다고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건 자기 얘기였던 것 같다. 마지막 방송에서 서유기를 한 시간 넘게 붙잡고 있었던 이유도 아마 거기 있었을 것이다. 손오공이 근두운을 안 타고 굳이 걸어갔다는 얘기를 그렇게 오래 한 사람이, 보름 뒤에 파도 영상 하나를 올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글은 계속 고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