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야기로 시작했다.
바이러스는 2019년 말에 이미 돌고 있었고 2020년 1월 30일에 세계보건기구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런데 우리가 터졌다고 느낀 건 3월 중순이었다.
세상이 반응하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던 거라고 그는 짚었다.
그때 금융권이 특히 곤란했다고 했다. 주문은 지정된 컴퓨터의 아이피에서만 낼 수 있어서 집에서도 전화로도 못 낸다. 그런데 건물에 확진자가 나오면 건물 자체에 못 들어간다. 그래서 한 팀에 한 명씩만 나갔다고.
금융위기는 금융이 위험한 거였는데 코로나는 정말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세상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 시기가 지금 세상의 중간 발사대였다고 봤다. 1997년에 한 번 바뀐 나라가 2020년에 결정적으로 또 한 번 바뀌었다고.
배달이 정착하면서 물류센터가 각광을 받는다.
라스트 마일이라는 말이 그때 나왔다. 소비자가 도심에 있으니 물류센터도 가까워야 하고, 그래서 도심 근교의 애매하던 땅값이 뛴다. 고속도로 옆도 비싸지고, 신선식품을 다뤄야 하니 냉장 시설이 있으면 더 비싸진다.
그가 그때 물류센터 투자를 하는 팀에 있었다.
구조는 지금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똑같다고 했다. 땅을 사고 인허가를 받으면 그때부터 지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지은 게 아니라 지을 수 있는 상태다. 그런데 그 상태만 되면 사람들이 돈을 싸 들고 와서 사겠다고 한다.
계약금 10퍼센트만 걸어 놓고 몇 배로 넘기는 일이 벌어졌다. 그걸 선매각이라고 부른다.
인허가 건수를 그는 연도별로 읽었다. 2020년 133건, 2021년 153건, 2022년 188건.
그리고 2023년부터 곤란해졌다.
물류센터가 너무 많이 생겼고 업체들은 효율을 높여서 다섯 개 있던 걸 하나로 돌린다. 잘 되는 데는 잘 되고 안 되는 데는 계속 비어 있다. 짓다 만 곳도 많다. 안 나간다는 걸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은 이미 들어가 있으니 금융비용은 계속 나간다.
투자 업계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그는 말했다. 증권사도 있고 운용사도 있고 연기금도 있고 보험사도 있고, 여전히 상각 중이라고.
상업용 오피스도 같은 시기의 물건이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조달비용이 1퍼센트대여서, 예전에는 엄두도 못 내던 해외 빌딩을 사서 세를 줄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최근 상장폐지됐고 거기서 발행한 채권 세 종도 곧 폐지된다고 했다. 6천억 원쯤을 못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목록을 늘려 갔다.
2005년에서 2007년 사이에 미국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말하면 미친놈 취급을 당했다고 한다. 논리도 탄탄했다. 정부가 지켜 준다, 소득을 봐라, 이자가 너무 낮다, 정부 보증기관이 보증한다.
자기도 2007년에 금융시장에 들어왔으니 집값은 매일 오르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3년 전에는 2차전지가 있었다. 2023년 7월이 꼭지였다. 그때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하면 숏쟁이를 넘어 매국노 소리를 들었다고. 애널리스트 폭행 사건까지 있었다.
그때 유행한 단어가 캐즘이었다.
2007년에 금융시장에 들어왔지만 캐즘이라는 말은 그때 처음 써 봤다고 그는 말했다. 대협곡이라는 뜻이고, 새 기술이 대중에게 퍼지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구간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될 거라는 걸 어떻게 아는 거죠. 그가 그렇게 물었다.
지금 수요가 떨어지고 있다는 건 현상이니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캐즘이라는 말은 저기는 무조건 되는데 중간에 협곡이 있어서 건너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뜻을 이미 담고 있다. 운명론적인 단어라는 것이다.
말장난에 가까운 거라고 그는 말했다. 말로 속이는 거잖아요, 하고.
그 앞에는 재생에너지가 있었다. 탄소를 줄여야 하고 전기차로 가야 하고 언젠가 다 태양광이 될 거라던 시기다. 녹색채권이라는 말이 대접받던 때가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그 단어를 잘 안 쓴다고.
그러고는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가 어느 시기에 어떤 주제에 굉장히 꽂혀 있는 때가 있다고. 특히 금융시장이 그렇다고. 꽂혀 있을 때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반론을 제기하면 배척당한다고. 실력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각각이 몇 년을 갔는지도 세어 줬다. 미국 주택시장 15년, 재생에너지 10년 이상, 물류센터 3년, 상업용 부동산 3년.
여기서 자기 경험을 하나 붙였다.
2021년에 물류센터가 안 될 거라고 말하면 팀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투자를 하려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거기서 위험하다고 소수 의견을 계속 내면 이런 소리를 들었다고.
너 왜 이렇게 바보 같은 소리를 해.
그리고 그 주의 실물로 넘어왔다.
스페이스X가 6월에 상장한다.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매출이 187억 달러이고 손실이 49억 달러다. 우리 돈으로 7조 원쯤이다. 1분기에도 2조 원 넘게 손실을 냈다.
우리나라라면 상장을 못 한다고 그는 말했다. 3개년 흑자를 요구하니까.
부문별로 뜯으면 더 이상하다. 스타링크는 44억 달러를 번다. 그런데 우리가 열광하는 로켓 발사 사업은 적자다. 그리고 AI 쪽에서 63억 달러, 10조 원 가까이 손실이 난다.
본체인 줄 알았던 게 마이너스이고 거기에 엄청나게 큰 혹이 하나 붙어 있는 셈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공모에 줄을 서 있다.
재무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라고, 자기가 CFO라면 잘 안 할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돈 버는 회사에 넣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머스크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도적이고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뻔뻔하다는 생각은 든다고. 자기 같으면 이 재무제표를 들고 그렇게 당당하게 공모를 진행하기가 좀 부끄러울 것 같다고.
사기꾼은 아니라고 했다. 나한테 돈을 주면 우주를 개척해서 아주 많이 돌려주겠다는 것이니까. 신대륙 개척 같은 느낌이라고.
그러고는 이 말을 붙였다.
저는 이걸 투자라고 안 그러고 사랑이라고 규정합니다.
근데 저도 조금 들어가 보긴 할 겁니다, 하고 곧바로 덧붙였다. 탈 수 있으면 타 볼 거라고.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하잖아요, 하고.
마지막에 드라마 이야기를 꺼냈다.
제목이 모두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뜻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 장면을 그는 거의 그대로 옮겼다.
감독인 남자가 작가인 여자에게 화를 낸다. 왜 그 재능을 전 남자친구한테 다 퍼 줬느냐고. 사실은 질투에서 나온 말이다.
여자가 이렇게 답한다.
그럼 사람 만나면서 아끼냐고. 당신은 사랑을 아끼냐고. 감독님은 여태 그렇게 사람을 만났느냐고. 빨릴 수 있으면 빨리는 거지, 오늘은 여기까지만 빨리겠다 하고 만나느냐고.
쓰러져 죽는 한이 있어도 줄 수 있는 모든 걸 주고 더 주고 다 줘야지.
머리로는 안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나쁜 놈인 걸 안다고. 그런데 사랑할 때는 그런 거라고.
빨릴 수 있을 때까지 빨리는 거예요.
우리가 특정 섹터에 꽂혔을 때도 똑같다고 했다. 어느 순간 이건 좀 무리인데 이건 과한데 하는 생각이 들어도, 빨릴 수 있을 때까지 빨린다고.
우리는 이성적으로 투자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성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모인 금융권이 결과적으로 잘 안 될 결정을 그렇게 자주 내렸다는 걸 방금 다 보지 않았느냐고 그는 말했다.
그 드라마에 또 한 장면이 있다고 했다.
영화 제작사 대표가 있다. 남편이 감독인데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감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감독의 뮤즈가 원래 이 부인이었다.
오래 같이 살다 보니 남편은 글이 안 나오고, 아내는 제작사 대표라는 냉정한 눈으로 이건 안 되겠다고 본다. 그래서 면박을 주고 감독은 괴로워한다.
그때 회사의 보조작가가 붙는다. 그 작가는 감독을 계속 치켜세운다. 저는 감독님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감독님이 글 쓸 때가 제일 좋다고.
무기력하던 감독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표가 그걸 본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보조작가에게 너랑 작업하면서 저 사람 글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보조작가는 그 자리에서 또 열을 낸다. 팔을 자르더라도 감독님이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그때 그 대표가 이런 표정을 짓고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너 가질래.
한때 나를 사랑했고 나도 사랑했던 사람이 이제는 나한테서 영감을 못 받고 다른 사람한테서 받는 걸 보는 자리다. 그런데 같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그게 옳은 길이라는 것도 안다.
씁쓸한 거죠, 하고 그는 말했다.
여기서 그날의 결론이 나왔다.
종목도 그렇다고 했다. 사랑에 푹 빠져서 내 예수금이 다 빨려 나가다가, 어느 순간에는 너 가질래 하고 다음 사람한테 넘겨줘야 한다고.
다 먹으려고 하지 마시라고. 다음 사람도 수익을 내야 하니까.
좀 장난스럽게 얘기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즘 시장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주식시장이 사람들의 허함을 좀 메꿔 주고 있는 것 같다고. 월급쟁이를 하다 보면 무기력한데, 시키는 일을 하고 쉬고 또 시키는 일을 하는데, 요즘 주변에 투자를 잘해서 자신감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고.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이 장이 길게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조금씩 차익 실현을 하시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그 얘기를 하려고 오늘 과열까지 갔던 옛날 투자들을 죽 보여 드린 거라고.
AI가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반도체도 언젠가는 가격이 꺾인다고. 그때 너무 고집부리지 마시고 너 가질래 하고 외국인한테 던지시면 어떻겠느냐고.
오늘 트레이딩룸이 너무 들뜬 것 같아서 살짝 분위기를 다운시키려고 했는데 다운은 잘 안 되네요, 하고 그는 웃으며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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