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의 전재준 이야기로 시작했다.
분명히 나쁜 놈인데 밉지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여자를 소모품으로 보고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이, 남의 딸로 크고 있는 아이가 자기 친자라는 걸 알고 나서 보여 주는 헌신이 이상하게 납득이 된다는 것이다.
소시오패스도 자기 자식한테는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다음은 메밀꽃 필 무렵이었다.
장돌뱅이 허생원이 동이라는 젊은 장돌뱅이와 길을 간다. 허생원은 곰보라 결혼을 못 했는데 젊은 시절 물레방앗간에서 하룻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동이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고 한다.
그때부터 허생원의 눈이 자꾸 그쪽으로 간다. 동이가 다른 데서 희롱을 하고 있으면 화가 난다.
마지막에 동이가 나귀에 오르며 막대기를 왼손으로 잡는 걸 본다. 자기도 왼손잡이다.
그러고 제천으로 가자, 하면서 소설이 끝난다.
허생원은 확인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그는 짚었다. 그럴듯한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정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이걸 유전자로 설명했다.
이기적 유전자가 1976년 책이니 벌써 50년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진화의 핵심은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이고, 개체는 그걸 이어 주기 위한 기계라는 것.
허무하죠, 하고 그가 말했다.
그러다 자기 얘기를 하나 꺼냈다.
딸이 어느 날 자기가 앉아 있는 쪽으로 오더니 얼굴을 이렇게 보고 화를 냈다고 했다.
아빠 닮았다고.
제가 미안하다고 했고요, 하고 그는 말했다.
첫째 딸은 아빠를 많이 닮고 첫째 아들은 엄마를 많이 닮더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기가 그날 방송에서 제일 좋았던 대목이다.
과학이 그렇게 밝혀 놨는데도 자기는 아직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고. 그런데 아이를 낳고 그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물질적인 걸 넘어서는 뭐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고.
내가 잃어버린 뭐가 그 안에 있는 것 같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 우리 아이는 이제 자본주의의 괴물이 됐다고. 돈을 알아 버리면 그 선한 눈빛이 없어진다고.
부모가 자식에게 해 주는 데는 조건이 없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물에 빠지면서도 아이를 위로 들어 올리고 버티다 돌아가시는 분들이 세계 어디에나 있다고.
그런데 그 말 뒤에 그가 붙인 게 그다웠다.
잔인한 거라고 했다.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게.
그리고 그걸 학습시키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명과 바꿀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건 아니라서,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그러고 나서 방송이 방향을 튼다.
그동안 이해가 안 되던 게 이해됐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그래, 그들도 부모였어.
합병이 있었고 물적분할이 있었고 쪼개기 상장이 있었고 지배구조 개편이 있었다. 포괄적 주식교환이 있었고 자사주 마법이 있었고 상속 이슈가 있었고 낮은 배당률이 있었다.
미국처럼 자식한테 안 물려주고 다 기부하는 나라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은 자식을 사랑하니까.
과거 얘기라고, 자기가 누구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고 그는 몇 번이나 덧붙였다. 대기업집단은 다 했으니까 공평한 거라고. 편집되겠다, 하고 혼잣말도 했다.
코스피는 수많은 시련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자식을 사랑해서 투자했는데 자식한테 버림받거나 집안이 풍비박산 나거나, 그런 위험을 감내하고 하는 게 코스피였다고.
그리고 1983년부터의 코스피를 죽 훑었다.
1985년에 131이었다. 올림픽을 하고 1989년 4월에 처음 1000을 찍는다. 빠지고, 1994년에 다시 넘고, 빠지고, IMF에 300까지 간다.
1989년에 찍은 그 자리를 다시 넘은 게 2005년이다. 16년이 걸렸다. 박스피라는 말이 그때 나왔다.
2008년 10월에 892. 그러다 2011년에 2200. 그리고 다시 옆으로 긴다.
2016년까지 기었다고 그는 말했다. 자기가 2014년에 헤지펀드로 간 게 그 시기라고. 방향성이 안 나오면 헤지펀드가 제일 잘하니까.
2017년부터 올라간다. 그러면서 이 말을 붙였다.
요때가 제가 52주 내내 손실을 냈던 그 시기예요. 이때부터 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어요.
2018년 1월에 꼭지가 온다. 그때 중국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있었다고 했다. 전 세계 기관투자자와 헤지펀드가 모여 그해 지수를 투표했는데, 대부분이 25퍼센트 상승을 찍었다.
그때부터 빠졌다.
시장이 더 이상 희망을 버렸을 때가 바닥이고 모두가 절대 안 빠진다고 할 때가 꼭지더라고 그는 말했다. 사후 얘기라는 말을 붙이면서.
코로나에 1439까지 갔다가 3200까지 간다. 동학개미라는 말이 나오고 급등의 맛을 보고 퇴사자가 급증한다. 2021년 6월 30일에 돈이 제일 많이 들어왔고, 거기가 꼭지였다.
그리고 2025년 4월에 저점을 찍고 1년을 올라온 게 지금이라고 했다.
왜 올랐는지도 그는 정리했다. 대선이 끝나고 불안이 걷혔고, 정권이 강한 부양 의지를 보였고, 미국이 중국 제조업을 막아 주었고, 배가 없다며 조선을 찾았고, 전쟁 때문에 방산이 팔렸고, 마지막에 반도체가 붙었다.
뭔가 음덕을 쌓아 놓았다가 받는 느낌이랄까, 하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그 앞에 코스피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의 요점이었다.
20대나 30대는 아닐 거라고 했다. 요즘 뉴스에 60대 여성 수익률이 제일 좋다고 나오는데, 그분들이 뭘 지키겠다고 계셨던 건 아닌 줄 안다고.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그분들이 한국 자본시장에 계속 남아 있었던 거라고.
우리 어렸을 때는 아버지 어머니가 주식을 하시면 빈정거렸다고 그는 말했다. 그거 맨날 하면 맨날 잃는다고.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지금 올라가고 있는 거라고 봤다.
국민연금 자산이 1600조 원이라는 것도 그 맥락에서 꺼냈다. 한국전쟁 이후 이 나라에는 자본이라 할 게 거의 없었다고. 그걸 미국에서 빌려오든 어떻게 하든 모아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자기는 민족주의자도 아니고 국뽕도 싫어하는 리버럴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이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경고를 하나 했다.
드러켄밀러가 이런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네가 돈을 버는 건 시대가 그런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네가 잘해서가 아니라고. 자기는 죽는 자리를 도망쳐 다니다 보니 돈을 벌었다고.
지금쯤 내가 주식 천재구나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2, 3년 전에 코인 하시던 분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하셨다고.
50억을 버셨으면 퇴사하셔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거나, 국내 정치적 동력이 꺼지거나, 더 무섭게는 미국과 중국이 화해하면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어버이날 방송이라 마지막은 부탁이었다.
어르신들도 돈을 좀 내려 주시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요즘 세대 사이에 날이 서 있는 게 보인다고. 기존 세대에게 거칠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정도로 우리가 힘들지는 않지 않느냐고. 윗세대에 대한 존중이 있었으면 좋겠고, 윗세대도 젊은 친구들을 무조건 게으르다고 하시면 안 될 것 같다고.
남성과 여성도 잘 지냈으면 좋겠고 채널 안에서도 잘 지냈으면 좋겠고 유튜버끼리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전화 얘기를 했다.
부모님께 전화라도 드리시라고. 그런데 젊은 친구들은 통화가 길어지면 마지막에 화를 낼 때가 있으니, 부모님들은 3분 안에 끊는 걸로 하시는 게 좋겠다고. 요즘은 텍스트가 더 익숙한 세대니까.
그리고 돈을 못 벌고 있는 아들이 전화하면 돈을 보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돈이 제일 좋은 선물입니다, 하고. 호불호가 없다고.
머니코믹스도 여러분 덕분에 유지되고 있다고, 어버이까지는 아니지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말을 했다.
사실은 오늘 제 생일입니다. 제가 5월 8일에 태어났거든요.
한 시간 가까이 부모의 사랑과 코스피 40년을 이야기하고, 어르신들 돈 좀 내려 주시라고 하고, 부모님께 전화드리라고 하고 나서였다.
어버이날에 태어난 사람이 어버이날 방송을 만들었고, 그 사실을 제일 마지막에 한 줄로 흘렸다.
좋은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편안한 주말 보내시라고 하고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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