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이야기로 시작했다.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의 앞 글자다. 미국이 무조건 최우선이고, 보호주의 관세를 때려서라도 국내 산업을 지키고, 남의 나라 전쟁에 우리 젊은이가 왜 가서 피를 흘리느냐고 묻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트럼프와 마가는 같은 게 아니라고 그는 짚었다. 오히려 많이 다른 종류라고.
마가는 교회에서 형성된 쪽이다. 백인 노동자, 복음주의, 농촌. 트럼프는 뉴욕에서 부동산을 개발하던 사람이고 이민자 집안이다.
교회 다니게 생겼나요, 하고 그는 물었다.
마가의 출발을 그는 금융위기로 잡았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내가 빚더미에 앉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느냐. 그 물음이 납득이 안 되니까 양쪽 극단에서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터졌다.
왼쪽은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로 갔다. 오른쪽에서는 기존 우파를 못 믿는 흐름이 생겼다. 워싱턴이나 뉴욕에 간 놈들이 저희끼리 다 해 먹고 우리를 속였다는 것.
우리도 그렇게 낯설지 않죠, 하고 그는 덧붙였다.
2009년에 티파티가 생겼고, 그게 공화당 안에서도 너무 강경하다는 소리를 듣자 2015년에 프리덤 코커스가 나왔다. 여기는 좀 비밀 조직이라고 그는 말했다. 자기가 멤버라고 밝히는 사람이 몇 안 되고 들어가려면 기존 멤버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2016년에 트럼프가 나왔다.
원래 민주당 사람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도 거론된 적이 있었는데, 오바마가 좀 비웃어서 열받아 공화당으로 나간 거라고.
그때 공화당 후보가 열세 명이었다. 개나 소나 다 나올 때였다고 그는 말했다. 아무도 그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그가 한 명씩 소개한 건 마가 안의 큰 목소리들이었다. 지금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저격하고 있는 사람들.
조 로건은 원래 코미디언이고 격투기 해설을 하던 사람이다. 2016년에는 자유당 후보를, 2020년에는 샌더스를 지지했다. 2024년에 트럼프를 지지한 건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자유주의적인 면 때문인 것 같다고 그는 봤다. 그래서 지금은 전쟁과 전체주의적 경향을 비난한다.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다. 뭐가 불만인데 그게 뭔지 정확히 규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좌표를 찍어 줬다고 그는 설명했다. 7개월 만에 경질됐고, 욕을 실컷 하다가 다시 지지하고 있다.
터커 칼슨은 아예 대놓고 쌍욕을 한다고 했다. 마가를 배신했다고, 이제 전쟁 범죄자라고. 행정부에 안 들어갔기 때문에 곤조가 있는 거라고 그는 봤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은 하일 트럼프라고 불릴 만큼 전적으로 지지하던 사람인데 엡스타인 파일에서 갈라섰다. 원래부터 공개하라고 요구하던 쪽이었고, 트럼프가 막으니까 정면으로 붙었다가 하원의원을 사임했다.
이 사람들에게는 자기 지역이 있다고 그는 짚었다. 트럼프는 워싱턴에서 대통령으로서 공격하지만, 이들은 자기 고향에서 여전히 힘이 있다.
그리고 그 주에 잘린 사람들 얘기를 붙였다. 국토안보부 장관은 연방정부가 셧다운인 와중에 부적절한 광고를 찍었고, 침대가 있는 항공기를 산 것으로 문제가 됐다. 법무장관은 엡스타인 파일 처리를 못 했다고 잘렸다.
트럼프는 자기에게 문제가 생기면 장관을 자른다고 그는 말했다. 1기 때 각료 평균 재직 기간이 1년이 안 됐다고.
그러면서 그 주에 있었던 이상한 일을 하나 붙였다. 멜라니아가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서 자기는 엡스타인과 관계가 없다고, 그 사람이 자기를 트럼프에게 소개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무도 공식적으로 묻지 않았는데요, 하고 그는 말했다.
친위대였던 쪽이 갈라지고 있으면 그건 사실상 레임덕이라고 그는 정리했다.
여기서 방송이 방향을 튼다.
포르쉐 이야기가 나왔다. 2000년대 중반에 SUV가 유행하자 포르쉐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내부에서 엄청난 반발이 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슈퍼카를 만드는 사람인데 왜 트럭 따위를 만드느냐고.
결국 CEO가 자기 명운을 걸고 반발하는 사람들을 잘라 가며 만든 게 카이엔이다. 그리고 대박이 났다. 그 돈으로 다시 슈퍼카를 만들고 연구개발도 했다.
두 번째 예가 뜻밖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다. 1979년의 혁명 체제를 지키겠다고 만든 조직이고 정규군보다 세다. 이란 GDP의 40퍼센트를 쥐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돈과 종교가 오래 얽히면 부패하기 마련인데 이쪽은 좀 달랐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 수뇌부가 계속 암살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자발적으로 계속 젊어졌다. 조직이 최신이 됐다.
중요 직책은 5순위까지 후계를 정해 놓는데 5순위면 나이가 열다섯 살쯤 아래다. 그러니까 아주 젊을 때부터 자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작전 계획과 시스템을 익힌다. 연락이 끊기면 알아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도록.
그래서 이번에 군사적으로 크게 열세인데도 나름 버틴 거라고 그는 봤다.
원치 않았는데 젊어진 조직 이야기였다.
그리고 주식 이야기로 넘어왔다.
어도비 주가가 안 좋다. 클로드 코워크 같은 게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도비가 잘못한 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했다고. 프리미어도 잘 만들고 포토샵도 잘 만들었다고.
변화를 거부한 게 아니라 변화를 할 수 없을 만큼 공고해진 회사라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어도비 안에서 누가 프리미어를 AI로 다시 만들자고 하면 받아들여졌겠느냐고 그는 물었다.
옛날부터 그걸 만들고 그 시스템을 세우고 그 사업으로 성공해 온 사람들이 지금 부사장이고 전무로 곳곳에 박혀 있다. 그 사람들한테 그 말을 하면, 알아듣고 못 알아듣고를 떠나서 꺼지라고 했을 거라고.
여기서 그가 M7 주가로 넘어갔다.
전 세계를 지배하고 정보도 다 갖고 돈도 잘 버는데 왜 주가가 못 가나. 그래서 언제 만들어진 회사인지를 세어 봤다고 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1970년대다. 50년 된 회사다. 아마존은 90년대다. 2000년대에 만들어진 회사도 벌써 스무 해가 넘었다.
창업할 때 이삼십 대였던 사람들이 지금 오십 대다. 일론 머스크가 쉰넷이고 좀 있으면 환갑이다. 어린 축에 속하는 저커버그도 사십 대다. CEO들은 좀 젊을까 싶어 봤더니 다 오십 대였다고 했다.
우리가 혁신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회사들이 이미 굉장히 올드한 회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몇 년 뒤에 이들에게 결정적인 결함이 보일 수도 있겠다고, 갑자기 중국에서 스무 살짜리가 나와서 뭘 만들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날의 결론은 세 줄이었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무조건 안 산다.
M7도 안 산다. 우리나라의 M7 격인 회사들, 포털에서 성공한 쪽도 당분간 안 산다. 이들이 AI를 한다고 해도 진짜 AI는 다른 애들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쟁이 끝나면 눈치를 좀 보다가 하반기에 새로운 섹터나 테마를 잡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요즘 주가 좋은 방산이나 제철이나 정유처럼 실생활에 더 붙어 있는 것들 쪽으로.
전쟁 끝난 신난 분위기에 초를 치는 것 같긴 하다고, 다른 거 사시면 되지 않느냐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고 나서 이 말을 했다.
저도 이제 나이가 좀 들어서, 언젠가 몇 년 지나면 제가 드리는 말씀이나 제 생각이 고루해지고 쓸모없어지겠다는 생각도 좀 듭니다.
한 시간 동안 그가 한 이야기는 전부 오래돼서 못 변하는 것들에 관한 것이었다. 부사장이 된 창업 멤버들, 50년 된 회사들, 갈라지는 지지 세력, 각료를 계속 자르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에 자기를 그 목록에 넣었다.
세대교체가 유튜브에도 일어나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유재석 님을 좋아하긴 하는데 이제 좀 질리지 않느냐고. 언제까지 유재석 강호동이냐고.
지겨워, 이제. 그가 그렇게 말했다.
언젠가부터 세상이 안 변하기 시작했다고.
자기가 나오는 채널 얘기도 했다. 요즘 PD들도 나오고 여러 포맷이 나오는데 자기는 그게 좋다고, 신선하다고. 처음에는 셋이 앉아서 늘 같은 걸 했는데 변화가 필요하다고. 변화를 좀 포용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마지막이 제일 그다웠다.
짧게 한다고 하고 또 길게 했네요, 하고 그는 말했다. 죄송하다고.
그러고 덧붙였다.
이러니까 바뀌어야 된다고. 이게 버릇이거든요.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는 거야.
다음에는 타이머를 두고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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