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왜 일어났고 누가 이득을 얻는가를 몇 주째 추적하던 시리즈의 다섯 번째였다.
앞의 네 개는 이미 다 했다. 이란의 핵, 트럼프의 엡스타인 물타기, 에너지 지형 재편, 네타냐후의 사법 리스크. 이건 다들 쉽게 납득하는 이유들이라고 그는 말했다.
오늘 가져온 건 공감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다고 했다. 굳이굳이 찾아냈다고.
트럼프 1기 때는 이란과 친했다는 걸 그는 먼저 짚었다. 이란도 북한도 러시아도 중국도 트럼프 1기와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는 2기에 더 강하게 나올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날은 사람 하나를 처음부터 다시 파 보겠다고 했다. 전쟁의 원인을 개인 차원까지 내리는 건 좀 그렇지만 미국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니까.
1946년생. 퀸즈. 아버지는 부동산 개발업자.
형이 알코올중독으로 죽어서 자기는 술을 한 번도 안 마셨다고 말한다는 대목에서 그는 결혼식 샴페인 사진을 띄웠다. 이거 술 아니냐고. 콜라만 먹는다더니, 하고.
열세 살에 선생님을 때려서 군사학교에 갔다. 7시부터 10시까지 군대처럼 지내는 고등학교다. 트럼프는 거기가 잘 맞았고 결벽증이 그때 생겼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포덤에서 2년을 다니다 3학년 때 와튼으로 편입했다. 금융에서 꽤 알아주는 곳이다.
그런데 수학을 못 하죠, 하고 그는 말했다. 더하기 빼기도 잘 못 하는 느낌이죠, 하고. 돈으로 간 거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베트남전은 학업 연기를 네 번 하고 마지막에는 발뒤꿈치 진단으로 피했다.
친근해. 한국 사람들은 친근해. 그가 그렇게 말했다.
2016년에 당선됐을 때 본인이 제일 놀랐다는 얘기도 붙였다. 화면을 한참 멍하니 보고 있어서 사위가 인수위를 빨리 소집하라고 재촉했는데, 인수위가 제대로 없었다고. 자기도 될 줄 몰랐던 거라고.
여기서 그는 오래 궁금했던 걸 꺼냈다.
트럼프는 푸틴을 만나면 웃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잘 보이려고 웃는 웃음이라고.
그 주에 호르무즈가 막혀서 원유가 안 돌자 러시아 유조선이 쿠바로 들어갔다. 미국이 쿠바로 가는 배를 다 막고 있던 참이었다. 기자가 묻자 트럼프는 한 척 정도야 갈 수 있죠, 하고 답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쿠바까지 가려면 1월에 출발했어야 한다고 그는 짚었다. 미국이 한창 막고 있을 때다.
걔는 어떻게 알고 가고 있었을까요. 그가 그렇게 물었다.
2017년 이야기도 꺼냈다. 미국 정보부가 러시아 성당을 노리던 테러 조직원 정보를 러시아 쪽에 알려줘서 검거됐고, 푸틴이 고맙다고 전화를 했다는 것.
지금은 우크라이나에게 뺏긴 땅을 포기하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에 팸 본디 법무장관이 잘렸다. 청문회에서 무슨 말만 나오면 우리 대통령님 하면서 편들던 사람이다. 잘린 이유가 둘인데, 하나는 엡스타인 파일 처리를 잘못했다는 것이고 하나는 정적을 기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증거가 없었다.
전쟁이 나고 있건 말건 트럼프에게는 여전히 그 파일이 제일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한 가지를 덧붙였다. 2024년에 영국에서 잡힌 러시아 스파이가 한 말이 있다고. 우리는 미인계를 많이 쓴다고, 알려진 바로 미국 IT 억만장자들이 거기 엄청 약하다고.
음모론이고 증거는 없다고 그는 못을 박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20년쯤 뒤에 넷플릭스 다큐가 올라올 수도 있죠. 아시아에 사는 머니코믹스의 알 뭐라는 사람까지 이런 얘기를 할 정도로 당신은 많이 나왔다, 하고.
그날의 본론은 책 한 권이었다.
2020년에 나온 워 포 이터니티라는 책이다. 부제가 전통주의의 귀환과 포퓰리스트 우파의 부상이다.
전통주의라는 게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데올로기라고 하기도 애매해서 사상사에서 대접을 못 받는 것인데, 뿌리는 옛날이 좋았다에 가깝다.
우리 때는 질서가 있었고 정의로웠고 따뜻했다는 그 감각. 그걸 아주 뒤까지 밀고 간 것이다.
이게 왜 무서우냐면 체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고, 유럽 극우도 극복했다고 주장한다. 지금 체제보다 훨씬 우월한 어떤 과거를 추구한다고 한다.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싫어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도 싫어하고 공산주의도 잘못됐다고 본다. 사유재산의 자유를 요구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본다. 집합과 집단과 규율과 위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가 든 대표 인물이 둘이었다. 스티브 배넌과 알렉산드르 두긴.
배넌은 트럼프 1기의 최측근 참모다. 두긴은 푸틴의 정신적 스승이라고 불린다.
두긴의 주장을 그는 그대로 읽었다. 서구 문명은 위기에 처했다. 자본주의는 국가 권력을 등에 업고 소수의 특권만 배불리는 괴물로 변했다. 이제 자본주의가 영성에 복종해야 한다. 좌파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서구 문명의 보수적 기득권에 맞서는 혁명이 필요하다.
어렵죠, 하고 그는 말했다. 저도 말하면서 뭘 말하는지 몰라요, 하고. 자기들끼리도 정립이 안 돼서 틈만 나면 싸운다고.
하지만 공통으로 동의하는 게 하나 있다고 했다.
지금은 잘못됐다는 것.
트럼프가 이걸 이해할 것 같지는 않다고 그는 말했다. 책을 안 읽은 지 오래됐다는 게 전기에도 나온다고.
그런데 밑에 있는 참모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분위기가 있다.
여기서 그날의 문장이 나왔다.
서방 언론, 특히 영국 쪽에서 트럼프를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 70년간 쌓아 온 전후 국제질서라는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코끼리라고.
그런데 전통주의자들은 그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스템을 불신하고 부정하니까, 우선 부서져야 한다고 본다. 무너져야 거기서 새로운 시스템이 나오고 그건 지금보다 나을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보면 설명이 되는 일들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자기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장관을 앉히는 것. 청문회에서 부처 영어 명칭이 생각 안 나 말을 못 하는 것. 스물일곱 살 대변인. 그리고 연방 공무원 체제를 흔드는 조직을 제일 먼저 만든 것.
배넌도 1기 때 쫓겨나고 나서 트럼프 욕을 실컷 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지나면 다시 지지한다.
코끼리가 휘젓고 다니는 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가장 쉬운 설명은 따로 있다고 했다. 2017년에 정신과 의사 서른일곱 명이 낸 책이 있다. 나르시시즘을 넘어 반사회적 성격장애라는 결론까지 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게 있다고 그는 말했다. 케네디도 그런 면이 있었지만 좋은 사람인 척은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왜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날뛸 수 있느냐. 그의 답이 앞의 이야기였다. 말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아주 일부라고 그는 여러 번 강조했다.
기독교 안에는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는 선택받은 자니까, 이 소돔과 고모라 같은 세상이 끝나야 새 시대가 열린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러려면 그전에 개판이 돼야 한다.
그게 종말론의 모순 같은 거라고 그는 말했다. 서양의 일신교에는 그런 게 있고 불교에는 없다고. 직선으로 끝까지 가서 타락해야 정화된다고.
그러면서 요한계시록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그의 머리 하나가 상하여 죽게 된 것 같더니 그 상처가 나으며 온 땅이 놀랍게 여기고 짐승을 따른다는 대목이다.
유세 중의 그 사건에 그걸 대입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것도 있다고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 마가 모자가 멀리서 보면 용처럼 보인다는 얘기, 쿠슈너 가문 빌딩이 5번가 666번지라는 얘기.
시아파 쪽에서도 적그리스도가 등장해야 메시아가 온다고 믿는다는 걸 그는 다시 붙였다. 몇 주 전에 했던 얘기다.
지금이 칼리 유가, 암흑의 시대이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노예 시대라서 빨리 이걸 타파하고 금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놀랍게도 일부는 이란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부정확한 정보를 말한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맞다고, 막 하는 거라고 그는 스스로 말했다. 끝까지 가 보려고 끝까지 가 보는 거라고.
그날의 투자 결론은 딱 세 가지였다.
11월 중간선거까지는 변동성이 계속될 것이다. 이 전쟁이 사그라들면 또 다른 걸 가져올 테니까.
트럼프가 없을 때 하는 투자가 어떤 식으로든 나을 것이다. 바이든 시절은 답답했지만 불확실성이 작았다.
그리고 트럼프 말을 믿지 마시라고 했다. 오히려 반대로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여기서 그가 힘을 준 대목이 있었다.
전문가 방송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이고 대통령까지 됐으니 무슨 생각이 있겠지, 다 전략이겠지, 지상군 투입 전에 시간을 버는 거겠지.
이제 그런 말씀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깊게 생각하시는 분이 아니라고. 한 시간 전에 한 말도 여론이 안 좋으면 바로 아니라고 한다고.
인수위 일화를 하나 붙였다. 1기 인수위를 만들 때 직원 월급 주는 게 아까워서 해체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자기 돈도 아닌데. 그때 배넌이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 아침 뉴스가 인수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씹을 텐데.
그러니까 트럼프가 가만히 있다가 아 그럼 계속해, 하고 답했다고.
마지막에 그는 버티는 법을 말했다.
트럼프가 잠잠해지거나 사라지는 시점까지는 계속 도망 다니자고 했다. 사고 물리고 사고 물리고 손절하고, 그러면 안 된다고.
그러면서 아이돌 노래 제목을 하나 가져왔다.
나 투데이. 오늘은 안 사겠다는 뜻으로 쓰겠다고 했다.
오늘은 내가 못 죽겠다, 이 자세로 버티자고.
두 시간을 두긴과 요한계시록과 통곡의 벽까지 갔다 와서 남긴 조언이 오늘은 안 산다였다.
빨리 이 전쟁이 끝나야 자기가 다음 음모론을 안 가져올 텐데, 하고 그는 또 말했다. 지난주에도 했던 말이다.
변동성이 크니까 조심하시라는 얘기를 전하려고 두 시간 동안 떠든 거라고,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노력은 하겠습니다, 하고 인사하고 끝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