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 지명자 이야기로 시작했다.
고등학교부터 석박사까지 전부 외국에서 마친 최초의 총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붙였다. 이야 이건 완전히 글로벌리스트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사람이 있던 자리가 BIS의 리서치 헤드였다. 그 얘기를 하려고 가져온 거라고 그는 말했다.
BIS는 바젤에 있다. 바젤3라는 은행 자본 규제 이름이 거기서 나왔다.
바젤이 어디냐면 스위스 안에 있긴 한데 오른쪽으로 가면 독일, 왼쪽으로 가면 프랑스인 자리다. 국경 세 개가 맞닿는 곳이다.
지명의 어원을 그는 바실리스크에서 찾았다. 메두사의 피에서 태어났다는 뱀이다. 뱀인데 닭의 머리를 하고 있고, 시선을 마주치면 죽는다.
바젤은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든 도시였다. 추기경이 다스렸는데 옛날부터 왕에게 잘 대들었다고 한다. 작은데 굴복하지 않는 느낌이라고 그는 말했다.
왜 BIS가 하필 거기 있는지는 나중에 보면 알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BIS는 중앙은행의 은행이라고 불린다. 계좌를 가질 수 있는 건 공식적으로 중앙은행뿐이다.
원래 목적은 하나였다. 1차대전에서 진 독일이 배상금을 내야 하는데 그걸 받아다 주는 일이다. 독일은 그 돈을 1995년까지 갚았다.
그런데 그 조직에 붙은 조건이 이상하다.
스위스와 협약을 맺을 때 BIS는 스위스 사법권의 통제를 받지 않기로 했다. 수사도 압수수색도 안 당하고, 자산이 압류되지 않고, 직원이 체포되지 않고, 직원들은 소득세도 내지 않는다.
거의 왕족이라고 그는 말했다.
금융 범죄를 저지르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런 케이스를 한 번도 못 봤다고 답했다. 차마 BIS 직원이 범죄를 저지를 거라고 생각을 안 해 봤다고. 그러고는 그래서 사람들이 저놈들을 싫어하는구나, 케이스를 한번 찾아보겠다고 했다.
만든 사람은 셋이다. GE 회장이었던 오언 영, 영란은행 총재를 24년 한 몬터규 노먼, 독일 제국은행 총재였던 얄마르 샤흐트.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그의 설명이 이 방송의 시작점이었다.
1차대전이 끝나고 유럽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문명인인 줄 알았는데 몇백만 명이 죽는 전쟁을 하고 있었고, 그러고도 얻은 게 없고, 세상은 미국 것이 됐다.
그래서 원인을 찾다가 이렇게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정치인 놈들이 문제다. 협상도 못 하고 황제 밑에 붙어서 젊은이들을 다 죽였다. 우리가 더 똑똑하니까 우리가 해야 한다.
자본가들끼리 모여서 만든 게 BIS다.
미국 중앙은행은 안 들어갔다. 유럽이 배상금 받는 데 왜 내가 간섭하느냐는 것이었다. 대신 JP모건을 중심으로 한 민간은행 컨소시엄이 GE 회장을 대표로 보냈다.
우리로서는 이해가 안 가지만 전 세계가 받아들였다고 그는 말했다. 미 연준이 정식으로 들어간 건 1994년이다.
BIS가 실제로 하는 일 중 큰 것이 금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다 알고 있고 관리한다. 어느 나라가 달러가 급한데 금은 있다면,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BIS에 가서 사 줄 중앙은행을 찾아 달라고 하면 된다. 찾아 준다.
2차대전 중에도 금 거래를 했다고 그는 말했다. 독일과 미국이 싸우고 있는 동안에도.
여기는 전쟁을 안 한다고.
예산도 보관료와 수수료로 자체 해결하기 때문에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는다. 보고서는 내지만 감시는 아니다.
1929년에 대공황이 왔고 1930년대에 미국에서 죽음의 상인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내용은 하나였다. 1차대전에서 미국 젊은이들이 죽은 건 자본가들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미 상원이 나섰다. 나이 위원회라고 불리는데 정식 명칭은 군수산업 조사 특별위원회다. 1934년부터 2년을 조사했다.
결론은 이랬다. JP모건 등 미국 은행이 전쟁 전에 영국과 프랑스에 21억 달러를 빌려줬다. 그런데 이쪽이 지면 그 돈을 하나도 못 받는다.
그래서 채무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거라고 그는 말했다.
전쟁 물자 구매를 대행하면서 1퍼센트씩 받은 게 3천만 달러다. 당시 3천만 달러다.
미국 정치인도 군인도 내키지 않았는데 은행가들이 미군을 거기 밀어 넣었다는 게 위원회의 결론이었다.
청문회에서 은행가들이 한 말이 이거였다. 우린 비즈니스를 한 거다. 독일 제국에 돈을 빌려준 것도 비즈니스고, 우리가 하는 일이 그건데.
공감 능력이 떨어져서 욕을 엄청 먹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조사 뒤에 미국은 고립주의로 간다. 다시는 남의 전쟁에 군대를 안 보낸다는 법이 생겼다.
그래서 진주만이 없었으면 참전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법이 있으니까.
여기서 그가 한 말이 오래 남았다.
이란에 지상군을 안 넣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지상군을 넣으면 데미지가 생기고, 데미지가 생겨야 명분이 생긴다고.
참 잔인하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전쟁 비용을 그는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늘어놓았다.
1차대전까지 미국이 쓴 돈이 4천억 달러쯤이다. 이라크전이 8조 달러다. 베트남전은 10년을 하고 1조 달러였다.
그리고 지금 이 전쟁은 한 달 만에 1조 달러가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전쟁은 쌓이는 게 아니라 쓰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자본이 그냥 다 쓰는 거라고.
그러면 그 돈은 누가 대나.
그가 여기서 꺼낸 게 그 주의 뉴스였다. JP모건이 2026년 전략을 발표하면서 부실채권을 살 수 있는 조직과 자금을 만들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원래 그 은행이 하던 일이 아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제이미 다이먼이 바퀴벌레 이야기를 했다. 한 마리를 봤으면 더 있을 거라고.
사모신용은 평화의 시대에만 할 수 있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전쟁 때 돈이 되는 건 군수와 건설과 금융이다. 재건하려면 무조건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정부가 빌린다. 신용도 좋고 수익성도 좋고 규모도 크고 확실히 받을 수 있다.
뭐 하러 소프트웨어 같은 데에 빌려주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그러고는 상상이라고 못을 박으면서 이런 그림을 그렸다. 전쟁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누가 조언을 구했을 때, 괜찮다, 자금 조달 문제없다고 답한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그날 방송에서 제일 정직했던 대목이 이거다.
이 전쟁을 우리는 바라지 않았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도, 대다수 사람들도.
그런데 바라는 힘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바랐을 수도 있다고.
그리고 각자 앞에 놓였을 선택지를 하나씩 읽었다. 네타냐후는 감옥에 갈래 아니면 이스라엘의 영웅이 될래. 트럼프는 이대로 중간선거에서 질래 아니면 승부를 걸래. 원유 업체는 마진도 안 남는 채굴을 계속할래 아니면 지금 팔래. 록히드마틴은 팔란티어와 드론에 밀릴래 아니면 F35를 팔래.
자본들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이 전쟁이 쉽게 안 끝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직은 전쟁에서 이득을 얻는 쪽이 덜 만족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그는 말했다.
마지막 영화는 더 인터내셔널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 나온 작품이다.
국제은행 하나가 유도탄 거래에 얽혀 있고 인터폴이 쫓는 이야기다. 시나리오는 좀 부실하다고 그는 평했다. 1990년대에 실제로 있었던 은행이 모티브라고.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값이 다 들어 있는 대사가 하나 있다고 했다.
쫓기던 은행의 회장이 자기를 쫓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목적은 갈등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고. 그 갈등이 만들어내는 부채를 통제하고 싶은 거라고. 우리는 은행이라니까.
갈등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만들어내는 부채에 있고, 부채를 장악하면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은 우리 비즈니스 중 하나라고.
자본주의라서 그런 게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왕정 때도 왕들이 빚 때문에 전쟁을 했고 빚 때문에 왕권을 뺏겼다고.
빚이 얼마나 족쇄인지 아셔야 한다고, 신용 쓰시면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주식 방송에서 오랜만에 들은 직설이었다.
2차대전이 끝난 지 75년이 넘었다고 그는 말했다.
외부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때는 인류가 그래도 모여서 회의 같은 걸 하는데, 이제는 인류끼리 싸우고 있다고.
그래서 좀 무섭다고 했다.
투자 얘기는 그다음 한 줄이었다. 그렇게 치면 주식시장도 조금 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다음 주에 강해지면 파시는 걸 추천한다고.
그리고 다음 주 방송을 예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엡스타인 음모론도 했고 군수업체도 했고 에너지도 했고 금융도 했으니, 또 누가 이 전쟁을 바라는 건지를 다음 주에 가져오겠다고.
그러고 한마디를 붙였다.
그전에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안 하면 되니까.
한 주에 하나씩 전쟁으로 돈 버는 사람을 찾아오던 사람이, 다음 회차를 만들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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