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음모론이 너무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진심을 말해 주겠다고 했다. 일부러 매운맛으로 갔다고.
시작은 또 영화였다. 자기가 본 영화가 다 떨어지면 그때 출연을 그만두겠다는 농담을 붙이면서.
매드맥스 1편은 제목부터 심플하다고 그는 말했다. 함의 같은 것도 없다. 그냥 미친 맥스다. 고속도로에서 복수하는 내용이고 제작비가 35만 달러밖에 안 들어서 퀄리티가 낮은데, 그 거친 게 매력이었다고.
문제는 2편부터다.
매드맥스 2의 세계관에서는 이란이 혁명을 수출하려고 사우디를 침공한다. 중동의 원유 시설이 파괴되고 기름이 사라진다. 그래서 시스템까지 무너진다.
호주 벌판에 원유가 나는 곳이 있고, 착한 사람들이 거기 모여 요새를 짓고 기름을 캔다. 밖에는 약탈꾼들이 있다. 기름 한 방울 때문에 사람이 죽는다.
1981년에 나온 영화인데 배경은 1988년이다.
이게 왜 그렇게 먹혔는지를 그는 1979년으로 설명했다.
그 한 해에 이란에서 종교혁명이 일어났고, 미국과 중국이 수교했고,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총에 맞았다.
야 이거 개판이다, 하고 사람들이 생각했겠죠. 그가 그렇게 정리했다.
이듬해에는 이란과 이라크가 붙었다. 그때는 유전을 무조건 깠다고 그는 말했다. 유전을 까고 시작한다고.
이란이 그때부터 고난에 익숙해진 거라고 그는 짚었다. 옆 나라와 전쟁하고 지원도 못 받고 경제 제재까지 받으면서 안 쓰고 사는 게 몸에 뱄다는 것이다.
우리는 샤워를 못 하면 못 참는데 얘들은 참는다고 그는 말했다.
이 문장이 그날 방송의 어디에 쓰이는지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된다.
핵 이야기가 여기서 시작됐다.
1945년 이후로 거의 모든 나라가 핵을 갖고 싶어 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890 계획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 시기에 이휘소 박사가 죽었고 영부인이 피살됐고 몇 년 뒤 대통령이 총에 맞았다. 밝혀진 건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스라엘도 갖고 싶어 했다. 네게브 사막의 디모나에 짓고 있었다.
프랑스가 기술을 조금씩 넘겨줬다. 미국이 위성사진으로 사막에 뭘 짓는지 물었을 때 이스라엘은 섬유공장이라고 답했다.
속은 건지 속아 준 건지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1986년에 내부 기술자 한 명이 사진을 찍어 언론에 넘겼다. 모사드가 곧바로 잡아왔고 그 사람은 18년형을 받았다. 하지만 기사는 나갔다.
그때부터 이스라엘은 핵 모호성이라는 스탠스를 취한다.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아무도 묻지 않는다.
미국의 입장을 그는 이렇게 옮겼다. 있는 건 알겠는데 있다고 말하지 마라. 그러면 내 가오가 죽잖아.
공식 핵보유국은 다섯 나라뿐이다. 유엔 상임이사국 다섯이다. 실질적으로 가진 나라는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이 더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치고받을 때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짚었다. 웬만하면 누가 나설 만도 한데 다들 가만히 있는다고. 핵이 있으니까.
핵이 있으면 공격은 할 수 있어도 들어가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정말 궁지에 몰린 결정권자가 무슨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저그가 내 건물을 부수고 있으면 내 위에 핵을 때리면 된다고 그는 말했다. 건물은 살아남으니까.
매드맥스 3편은 핵전쟁 이후를 다룬다. 2편과 4년 사이인데 소재가 원유에서 핵으로 바뀌었다.
왜 바뀌었는지도 그는 설명했다.
1983년에 미국 ABC가 그날 이후라는 드라마를 방영했다. 핵전쟁이 나면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를 그대로 보여 준 물건이었다. 1억 명이 봤다.
레이건도 그걸 보고 핵감축 조약을 더 밀어붙이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영했는데 19세 관람가였다. 그때 열여덟 살이라 못 봤다고 그는 말했다.
3년 뒤에 체르노빌이 터졌다.
여기서 그가 붙인 계산이 좋았다. 이스라엘 핵을 폭로한 그 기술자가 1954년생이다. 68혁명 때 열다섯 살이었고, 그날 이후를 봤을 때 스물아홉이었고, 3년 뒤 체르노빌이 터졌다.
메르켈도 1954년생이라고 그는 말했다.
독일이 왜 탈원전으로 갔는지 알겠느냐고.
그러니까 1980년대의 핵은 절대반지 같은 것이었다. 강한 물건이긴 한데 거부해야 하는 것. 그게 2010년대까지 우리가 살던 세상이라고 그는 정리했다.
지금은 어떤가.
여기서 그는 다시 듄으로 갔다. 몇 주 전 첫 방송에서 20분을 붙잡고 있던 그 이야기다.
듄의 세계에도 핵이 있다. 대가문들이 저마다 숨겨 놓고 있다. 그런데 위대한 협약이라는 게 있어서, 인간에게 쓰는 순간 모든 가문이 이유 불문하고 그 가문을 멸문시킨다.
왜 지키는지는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어쨌든 지켜졌다.
그런데 폴이 쓴다. 황제의 주둔지를 감싸고 있던 절벽에 터뜨려서 무너뜨리고, 모래벌레들을 끌어들여 황제의 군대를 쓸어버린다.
나중에 폴이 이렇게 변명한다. 나는 인간한테 쓴 게 아니라 산에다 쓴 거라고.
아버지 세대는 침략을 당하면서도 쓸 생각을 못 했다. 새 세대인 폴은 썼다. 그래서 새로운 황제가 됐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게 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고는 날짜를 붙여 사례를 늘어놓았다. 그 주에 미국의 AI 암호화폐 담당자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밀릴 것 같으면 핵을 쓸 수도 있다고 공개 발언한 것. 2023년에 이스라엘 문화유산 장관이 가자에 핵 투하도 선택지라고 했다가 곧바로 잘린 것. 그게 잘린 이유는 그 말이 곧 핵 보유를 인정하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푸틴이 2024년에 핵 사용 규칙을 실제로 개정한 것. 북한이 2022년에 지도부가 위험하면 자동으로 핵타격을 한다고 명시한 것.
옛날에는 핵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다루던 세상이었는데 이제는 다들 핵을 말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여기서 그날의 진짜 결론이 나왔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에너지나 중동 패권 다툼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봤다면 매드맥스 2처럼 됐을 것이다. 원유가 막혀 전 세계가 힘들어지고, 힘들어지면 싸울 힘이 없어서 전쟁도 못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셰일이 나온다.
중동이 어떻게 되든 매드맥스 2처럼은 안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미국이 남의 전쟁에 신경 쓸 유인이 줄어든다.
그러면 핵을 갖고 싶은 욕망이 커진다고 그는 말했다.
전술핵 시나리오도 붙였다. 밀리는 쪽이 국경 지역에 작게 한 번 쓴다. 당한 쪽도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일이 커져서 결국 진짜 큰 핵으로 간다.
2차대전 이후 7, 80년 동안 큰 전쟁이 없었지만 무기는 계속 만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정교하게 잘 만들었다고.
그리고 인간이 평화를 잘 못 견딘다고 했다.
다시 열전의 시대가 열렸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여기서 방송이 이상해졌다.
그는 뒤에 수혜주 슬라이드를 만들었다고 했다. 뭐가 있고 뭐가 있고 하는 식으로 다 적어 놨다고.
그런데 지웠다고 했다.
결론이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인데, 거기까지 가 놓고 그러기는 못 하겠더라는 것이다.
양심적으로 못 하겠더라고요, 하고 그는 말했다.
대신 사진 몇 장만 띄웠다. 원전 하나, 드론 둘. 우리나라에는 저런 형태의 원전이 없다고, 저건 누가 짓는 건지 드론은 누가 만드는지 보시라고. 그러면 떠오르는 주식이 있을 테니 그중에 차트 좋은 걸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종목 이름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방송에서 수혜주를 말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다. 다들 한다. 그런데 그날 그는 자기가 방금 한 이야기가 사람이 죽는 이야기라서, 거기에 종목을 붙이는 게 걸린 것 같았다.
내가 혼자 내린 결론이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책을 많이 보는데 책에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고. 좀 섬뜩하지 않냐고. 자기는 실제로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방향이 그쪽으로 가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투자 얘기는 마지막에 세 줄이었다.
이 전쟁이 좀 잠잠해져도 곧 다른 데서 분쟁이 일어날 것 같다고. 그러면 안정적인 투자가 어렵고 변동성이 계속 클 거라고. 우리가 지구촌이라고 부르며 촘촘히 이어 놓았던 공급망과 통신망의 시대가 지난 것 같다고.
3월 말까지는 좀 보자고 했다. 4월 초에 다시 들어가도 늦지 않고 여전히 먹을 게 많다고. 조바심이 나시더라도 현금을 조금 더 들고 계시라고.
끝에 이렇게 말했다.
제 음모론은 끝까지 가면 공멸까지 가는 겁니다.
그러고 잠깐 있다가 덧붙였다. 그러지 않겠죠, 하고.
주식 방송에서 그 말을 하고 나면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 그는 좋은 주말 보내시라고 인사하고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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