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찾다 보니 안 좋은 것 투성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쳤고 시장이 흔들리던 주였다. 처음에는 답이 뻔해 보였다고 했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을 덮어야 하고 네타냐후는 자기 사법 리스크 때문에 집권을 연장해야 하니까 무리하게 전쟁을 냈다는 것.
그런데 사흘을 더 보니 다른 게 있는 것 같더라고 했다.
전날 방송에 나온 학자들과 카메라가 꺼진 뒤에 합의를 봤다고 그는 말했다. 이스라엘이 위협을 느껴서 친 예방 전쟁은 아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데까지는 다들 동의했다고.
그리고 늘 하던 경고를 붙였다. 오늘 하는 말 중 절반은 팩트고 절반은 자기 혼잣말이나 망상이니 팩트체크하지 마시라고. 일부러 틀린 것도 좀 있다고.
시작은 영화였다.
1979년 이란 혁명 직후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이 점거됐다. 직원들이 444일을 붙잡혀 있었다. 그중 일부가 탈출해서 캐나다 외교관 집에 숨었고, CIA가 그들을 빼내려고 가짜 영화 제작사를 만들었다.
그때 유행하던 게 스타워즈라서 SF를 찍는다고 했다. 촬영팀으로 위장해서 사람들을 데리고 나왔다.
작전명이 아르고였다.
아르고는 이아손이 황금양털을 찾으러 탈 때 타고 간 배 이름이라고 그는 짚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무 이유 없이 작전명을 짓는 게 아니라고.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그러면서 그는 아카데미 얘기를 잠깐 했다. 아카데미가 붙으면 학구적이고 이론적일 것 같지만 그냥 할리우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인기투표라고. 자기는 아카데미 수상작에 예술적 가치를 그다지 부여하지 않는다고.
이런 말을 방송에서 굳이 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그가 짚은 게 의외였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1979년 이후 한 번도 직접 치고받은 적이 없다.
철천지원수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서로 영토에 뭘 날린 건 2024년 4월이 처음이다. 2년도 안 됐다.
그동안은 중간에 있는 나라들이 싸웠다. 이란은 이라크와 싸우기 바빴고, 이스라엘은 옆에 붙은 이집트와 시리아와 요르단과 싸웠다.
지도를 놓고 보면 이스라엘은 지중해 끝에 있고 이란은 중동의 맨 반대쪽 끝에 있다. 갈 수도 없었다. 너무 멀었다.
그럼 왜 원수가 됐나.
그가 든 건 1973년 욤키푸르 전쟁이었다. 이스라엘의 명절에 이집트와 시리아가 들어갔고 초반에는 이스라엘이 박살이 났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밀리기 시작하자 미국이 개입했고, 이집트 쪽에는 소련이 붙었다.
결국 미국과 소련이 만나서 이쯤 하자고 정리했다.
중동 입장에서는 그게 짜증이 났던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갚아 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큰형들이 와서 그만 싸우라고 하고 끝냈다.
그때부터 반미 정서가 올라간다고 그는 말했다. 이스라엘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없어야 뭘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1978년에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을 맺는다.
카터가 밀어붙였고 이집트는 경제가 어려웠으니 미국의 원조를 받는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아랍연맹에서는 배신자로 몰려 퇴출당했다.
사다트 대통령은 1981년 열병식에서 암살당했다. 그것도 자기 부하들에게. 중동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군인 서너 명이 튀어나와 수류탄과 소총으로 죽였다.
여기서 그가 꺼낸 문장이 이 방송의 축이었다.
이집트를 평화협정으로 정리하고 나니 이스라엘에는 적이 없어졌다. 그런데 적이 없으면 자기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왜 무장해야 하는지, 왜 강해야 하는지, 왜 미국과 영국이 무기를 줘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가 없다.
나를 뒷받침해 주는, 나를 미워하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옆에 있는 이라크나 사우디를 적으로 규정하기는 애매했다. 저 멀리 이란이 있었다.
같은 시기에 이란에서는 호메이니가 미국을 대사탄으로, 이스라엘을 사탄으로 규정한다.
니즈가 맞았다고 그는 말했다.
사탄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그는 30분쯤 옆길로 샜다.
기독교에서 사탄은 타락한 천사다. 루시퍼가 자기도 강하다며 신에게 대들었다가 지고 쫓겨난다.
이슬람은 다르다. 천사 말고 진이라는 존재가 있다. 불로 만들어진 존재다. 신이 흙으로 아담을 만들고 나서 천사와 진에게 이 인간에게 절하라고 했는데, 진 하나가 나는 불로 만들어졌고 저건 흙인데 왜 내가 절하느냐고 했다.
그래서 쫓겨나면서 샤이탄이 된다.
그런데 쫓겨나며 이렇게 청한다. 심판의 날까지 인간을 유혹할 권한을 달라고. 신이 허락한다.
왜 허락했는지는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니까 샤이탄은 유혹만 할 수 있다. 죄를 짓는 건 인간이다.
여기서 그가 붙인 말이 좋았다. 신학 쪽에도 비슷한 게 있다고. 완벽한 신이 왜 사탄을 두어서 인간에게 고통을 주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시험하는 거라는 것.
이슬람에 대해서는 자기가 잘 모른다고 그는 여러 번 말했다. 틀린 게 있을 수 있다고. 각자 생각이 다를 테니 정리한 다음에 비판해 달라고.
시아파 이야기가 이어졌다.
시아는 시아트 알리, 알리의 추종자라는 뜻이다. 알리는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였다. 후계자는 혈연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 쪽이 시아파고, 투표로 뽑자고 한 쪽이 수니파다.
단종이 왕위를 받아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는 비유했다.
시아파에는 이맘이 있다. 알리를 잇는 정신적 지도자다. 그런데 탄압이 심해서 대가 끊길 참이 됐다.
열한 번째 이맘이 죽고 열두 번째를 죽이려 하자, 그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신의 뜻에 따라 은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죽지 않았다. 언젠가 돌아온다.
반지의 제왕 느낌이 나지 않느냐고 그는 말했다. 왕은 없는데 왕이 언젠가 돌아온다는 것.
세상이 불의로 가득 찼을 때 메카의 카바 신전 근처에 나타나 적그리스도를 물리치고 정의와 평화의 왕국을 세운다고 한다. 그때 예수도 같이 온다고 그가 본 문서에는 쓰여 있었다. 이슬람에서도 예수는 죽지 않고 승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적그리스도가 누구냐.
그쪽에서는 이스라엘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가짜 왕, 거짓 선지자.
그리고 그 열두 번째 이맘이 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예루살렘을 해방하는 거라고 한다.
그런데 반대쪽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했다.
유대교에도 종말이 있고 메시아가 있다. 아마겟돈의 조건이 있는데,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 돌아가 제3성전을 세우는 것이다.
미국 기독교 복음주의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고 그는 봤다.
이게 원래는 이상한 조합이다. 유럽에서 유대인이 그렇게 오래 핍박받은 건 예수를 죽였다는 이유였다. 청교도 국가가 유대교를 편들 이유가 없다.
그런데 성서대로 생각하면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세워져야 한다. 그래야 조건이 맞아떨어지고, 그래야 끝이 온다.
일신교는 단선적인 시간관을 갖는다고 그는 말했다. 불교처럼 도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메시아는 좋은 날에 조용히 오지 않는다. 세상이 제일 힘들어졌을 때 온다.
여기서 그날의 결론이 나왔다.
주식이 너무 빠지고 유가가 너무 오르고 경제적 피해가 크니까 이쯤 그만두자고 하려다가 옆을 보면, 종교적 열망에 불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고려하면 전쟁이 쉽게 안 끝날 수도 있겠다고 그는 말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니까 그렇게 보이더라고.
한 달, 길면 석 달 정도는 혼란이 이어질 것 같다고 그는 봤다.
그러니 시장에 너무 빨리 덤벼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휴전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들어가도 된다고. 미리 들어가서 떨어지는 가격을 받아 낼 이유가 없다고.
지난주까지는 자기가 강한 롱을 외쳤는데 지금은 조금 위험해 보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지막 부분이 좀 신화 같았죠, 하고 그는 말했다. 금요일에 정리가 되셨을지 모르겠다고. 더 복잡하게 해 드린 것일 수도 있다고.
그런데 나는 그날의 요점이 신화 쪽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늘 손익을 계산해서 어디쯤에서 멈출 거라고 가정한다. 그가 한 시간을 들여 말한 건, 계산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양쪽에 있다는 것이었다.
떨어지는 걸 받지 말라는 조언은 그 뒤에 한 줄로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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