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겨울, 한 젊은 연구원이 밤을 새우고 있었다.
러시아의 화성 탐사선 포보스 그룬트가 발사에 실패해 지구로 떨어지고 있었다. 탐사선에는 막대한 양의 폭발물이 실려 있었다. 그는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사업센터에서 그 추락 궤도를 계산했다. 계산 결과 예상 추락 범위 안에 한국이 들어 있었다. 만약 떨어진다면 인명 피해는 분명했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언론도, 사람들도.
그날의 충격이 그를 연구실 밖으로 나오게 했다. 학자와 대중 사이에 아무도 서 있지 않다는 것. 그 사이에 서는 사람이 되기로 그는 결심했다.
그가 궤도다.
본명 김재혁
출생 1983년 8월 11일
학력 연세대학교 이과대학 천문우주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천문우주학 석사, 같은 대학원 박사 수료
병역 공군 제73기상전대 병장 만기전역
경력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사업센터 연구원, 한국과학창의재단(2013~2023), 서울예술대학교 겸임강사
현직 과학 커뮤니케이터, 안될과학 멤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기초학부 특임교수(2025~)
채널 안될과학 (구독자 140만)
활동명은 세부 전공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인공위성의 궤도. 2011년 석사 논문은 인공위성 레이저 추적 자료를 이용한 궤도 결정에 관한 것이었다. 자기가 오래 들여다본 것의 이름을 그대로 자기 이름으로 삼은 셈이다.
대학원은 2011년에 입학해 재학과 휴학을 열세 해 반복한 끝에 2023년에야 나왔다. 박사는 수료까지다. 재입학해서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2018년 5월부터 안될과학의 초창기 멤버로 활동했다.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긴급과학이었다. 랩을 하듯이 속사포로 쏟아내는 과학 이야기. 사람들은 그 속도에 감탄했다.
비유를 잘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 비유민수다. 그리고 그가 하는 진지한 이야기는 궤소리라고 불린다. 궤도와 개소리를 붙인 말인데, 놀리는 말인 동시에 애칭이다.
화요일 랩미팅을 오래 진행했다. 과학을 모를수록 재미있어지는 역수직 토크쇼였고, 2026년부터는 비정기로 바뀌었다. 그 외에 궤도의 과학속으로, 게임 속 과학 같은 코너도 비정기로 맡는다. 요즘은 바깥 활동이 워낙 많아져서 안될과학에 나오는 빈도가 줄었다.
2021년 7월부터는 침착맨 채널에서 과학특강을 이어오고 있다. 유사과학, 양자역학, 로켓공학, 무협의 과학, 공포의 과학, 연애의 과학, 거짓말의 과학, 시간의 과학, 블랙홀의 과학, 감정의 과학. 제목만 늘어놓아도 이 사람이 무엇이든 과학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시도가 호불호를 가르기도 한다.
2023년에는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에 나가 준우승을 했다. 그때 그를 처음 본 사람도 많다.
"세상에 나쁜 질문은 없다. 오직 불친절한 답변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대학원생은 이런 질문 하면 안 돼요."
"어떻게 지평좌표계로 고정을 하셨죠?" 귀신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 지구의 자전과 공전, 태양의 은하 공전을 따라 달리기 바쁠 텐데 어떻게 한자리에 서 있느냐는 뜻이다. 이 말은 밈이 되어 귀신 영상만 올라오면 어김없이 댓글에 달린다.
"너 시간성 폐곡선은 가정했니?"
"계절의 냄새는 없습니다. 주로 미생물 냄새입니다." 밤에 누웠다가 아침에 일어났더니 계절의 냄새가 달라진 경험이 없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한 대답이다. 옆에 있던 이동진 평론가가 웃다가 안경을 벗고 오열했다.
"별을 찾으려면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라."
"내가 재미있는 것은 남들이 정해줄 수 없어요."
라디오 스타에서 한 말은 따로 적어두고 싶다. 사람들이 그에게 이제 물이 들어오니 노를 젓는구나, 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근데 이게 아니라 저는 물이 아예 없을 때도 그냥 계속 젓고 있었거든요? 과학 이야기를 한지도 한 13년, 14년이 됐고, 한 400석 관객석에서 한 두명 앉아 계신데 강연한 적도 있고. 저는 이 물이 언젠간 바로 빠질 거라 생각하고 그때도 저는 땅을 긁고 있을 겁니다. 젓는 게 중요하지 앞으로 나가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유 퀴즈에 나갔을 때 그는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이야기했다. 보이저 탐사선이 태양계 바깥에서 돌아보며 찍은 지구. 어둠에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 그 사진을 본 사람은 누구에게도 무례하게 굴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전부 한 도트밖에 안 되는 점 안에 사는 똑같은 생명체라고.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못 버틴다고, 그러니 우리는 정말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과학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의 마음으로 조용히 내려앉는다. 이 사람의 이야기는 대체로 그런 식으로 끝난다.
인스타그램 DM에 답을 아주 잘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나쁜 말을 보내온 DM에도 최소 한 번은 답을 한다. 친절한 답을 받은 사람이 마음을 돌려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데블스 플랜이 방영된 직후에는 하루에 오는 DM이 천 개쯤이었고 요즘은 이삼백 개쯤이라고 한다. 대부분은 과학에 대한 질문이거나, 덕분에 과학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자기 일을 설명할 때 그는 과학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과학 때문에 주눅이 들었던 기억 같은 것. 자기는 그런 사람들을 문 앞까지 데려오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문을 여는 것은 그 사람들의 몫이라고.
동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순전히 자기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고 철저히 이기적인 사람인데, 그 이기심의 결과가 조금은 사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의 대답이었다.
유 퀴즈 편에는 4백만이 넘게 봤고 그 아래에 이런 말들이 달렸다. 맞춤법은 그대로 옮긴다.
"뭔가에 빠져있는 사람이 그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 순간 진짜 홀린듯이 듣게된다.. 누가 봐도 진심인게 느껴짐"
"과학은 진짜 흥미있는데 이걸 말해주는 사람이 재미없게 얘기하면 흥미가 뚜욱 떨어지는데 궤도님은 진짜 이야기를 넘 맛있게 잘 해주는거 같음 들으면 들을수록 더 더 더 궁금해지고 알고싶어짐"
"진짜 무슨말을 내뱉어도 명언같음 과학을 아끼고 사랑하니 말도 이쁘게하셔요"
"심지어 자기 구독이 목적도 아니고 과학 입문이 목적이야"
"인간계의 보더콜리"
본인도 그 영상 아래에 댓글을 하나 달았다. "안녕하세요 :) 안될과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입니다 :) 귀한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과학기술의 경이로움을 알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밝은 이야기만 적을 수는 없다.
2023년 10월, 감사원 감사에서 그가 한국과학창의재단 직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겸직금지 조항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재직 중 설립한 법인의 지분을 보유한 채 영리 활동을 이어왔고, 신고하지 않은 개인 소득도 있었다. 그는 연합뉴스에 콘텐츠 만드는 데만 신경을 쓰느라 관련 규정을 잘 몰랐다고 말하고 감사 결과를 인정했다. 정직 2개월 처분을 받고 퇴직했다.
같은 달 25일 안될과학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우려의 말씀 덕에 경솔하고 미흡했던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다고, 모두 자신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반성한다고. 그리고 늘 그렇듯 마지막 문장은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인사였다.
궤도의 과학 허세 (2018, 동아시아)
과학이 필요한 시간 (2022, 동아시아)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의 지켜라! 과학 시리즈 1~4권 (2023~2024, 재담미디어)
나의 두 번째 교과서: 궤도의 다시 만난 과학 (2024)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2: 궤도의 다시 만난 과학자 (2025)
IQ가 147이라고 한 방송에서 밝혔다.
체력이 좋다. 침착맨 방송에서 아홉 시간을 쉬지 않고 떠든 적이 있고, 2023년 주우재와 함께한 불침번에서는 11시간 35분 57초라는 기록을 세웠다.
개신교인이다. 과학은 과정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의 이유나 목적은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답을 찾기 위해 종교를 믿는다고 말했다.
MBTI는 유사과학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성격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열여섯 가지로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지인이 대신 봐준 결과가 ENFJ였고 그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나중에 직접 해보니 ENTJ가 나왔다. 성실하게 임했지만 결과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
은근히 오덕이다. 랩미팅에서 애니 이야기를 하다가 덕력이 들통난 적이 여러 번이고, 슈타인즈 게이트를 현존하는 모든 시간여행물 중 가장 정교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2013년 시트콤 감자별 2013QR3에 천문학자 김재혁 역으로 직접 출연했다. 자문을 하러 갔다가 말을 너무 잘한다며 출연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출연을 승낙한 이유는 배우를 볼 수 있어서였는데 정작 블루 스크린 앞에서만 찍어서 아무도 못 봤다.
스티븐 스필버그를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을 때 사인을 받아왔는데, 자기 이름이 아니라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이름으로 받아왔다. 감독이 누구냐고 묻자 제 친구입니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작 본인 이름으로 된 사인은 못 받았다.
랩미팅 중에 오래 남았던 회차, 침착맨 특강, 인터뷰에서 흘러나온 말들을 천천히 모아둘 생각이다. 안될과학은 너무 커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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