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잠이 안 와서 짧은 영상을 계속 넘기다가 하나에서 멈췄습니다.
기안84랑 일본에서 온 친구가 눈 오는 날 밖에 앉아서 얘기하는 거였어요. 딱히 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앉아서 술 뭐 먹을까 이런 얘기부터 하더라고요.
그러다 여자분이 자기는 평소에 뭘 하냐면, 눈이 니트에 떨어지는 모양을 본대요.
떨어질 때마다 모양이 다르고 그중에 트리처럼 생긴 애도 있다고. 예쁘다고.
저는 이 부분에서 한 번 졌습니다 ㅋㅋ 저는 눈 오면 폰 꺼내서 한 장 찍고 끝이거든요. 찍고 나서 다시 본 적도 별로 없어요.
그리고 조금 뒤에 행복 얘기가 나왔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요.
행복이 그거래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낭비한 시간들.
저는 뒤에 붙은 말보다 앞이 더 신기했어요. 그거래요, 라고 했잖아요. 자기 생각이라고 안 하고 어디서 들은 말을 전하듯이 말하더라고요. 누구한테 들은 건지는 안 나옵니다.
기안84는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낭비한 시간, 하고 한 번 따라 말하더니 멋진 말이라고 했어요.
근데 저는 낭비라는 단어에서 좀 멈췄습니다.
저는 하루 끝에 오늘 뭐 했지를 세는 습관이 있어요. 별로 좋은 습관은 아닌 것 같은데 잘 안 없어져요. 남은 게 없는 날은 잠들기 전에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작년 겨울에 친구랑 세 시간 통화한 적이 있는데 끊고 나서 제가 뭐라고 했냐면, 아 시간 다 갔네, 였어요.
그날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근데 그 겨울에서 지금 생각나는 건 그 세 시간밖에 없습니다 ㅠㅠ
낭비라는 말이 반어법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그 시간에는 원래 목적이 없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목적이 있으면 그건 이미 일이잖아요. 네트워킹이나 자기계발이나 뭐 그런 거요.
그 영상 밑에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잔뜩 적어놨는데 읽다가 좀 뭉클했어요.
저녁마다 부모님이랑 일일드라마 보면서 아무 의미 없는 말 주고받는 게 그건가 싶다는 분도 있고, 이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조금은 덜 불안하다는 분도 있었어요. 그냥 지나간 기억인 줄 알았는데 그게 행복이었구나 싶어서 뭔가 확 풀렸다는 분도 있었고요.
다들 지금 좋은 걸 찾은 게 아니라 이미 지나간 시간을 다시 계산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제일 이상하고 좋았어요.

저는 이번 주에 아무 계획 없이 만날 사람 하나를 정해뒀습니다. 뭐 하자고 안 하고 그냥 만나려고요. 카페 가서 별 얘기 안 하고 두 시간 앉아 있다 올 것 같은데 그게 목적이에요.
물론 이러다 그냥 피곤하기만 할 수도 있고 ㅋㅋ 며칠 지나면 또 오늘 뭐 했지 세고 있겠죠.
그래도 낭비했다는 말은 이제 안 하려고요.
여러분은 최근에 누구랑 시간을 낭비하셨어요. 저는 이런 얘기 읽는 걸 좋아합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