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어디서 나왔냐면, 싸우다가 나왔어요.
원이 채널에 미나미가 놀러 오는 콘텐츠가 있는데, 그날 미나미가 거제를 좀 무시하는 느낌으로 굴었대요. 갸루 말투로 여기서 뭐 할 게 있냐는 식으로요. 원이 말로는 이렇습니다. 저도 갸루여서 싸우고 있었는데 거제를 약간 무시하는 느낌인 거예요. 아 못 참지.
그래서 나온 게 이거예요.
거제 어? 그러면 인사해야지. 야호.
나중에 방송에서 뜻이 뭐냐고 물어보니까 이렇게 답했어요. 뜻은 없고 그냥 거제 야호.
지금 대학 축제 가면 관객들이 먼저 떼창으로 해준다고 하고요, 다른 그룹들도 따라 하고, 거제시 홍보대사까지 됐습니다. 뜻 없는 말 하나가요.
이 영상이 1100만 회가 넘게 재생됐어요. 아이돌 콘텐츠 조회수로는 좀 이상한 숫자죠.
근데 그 안에 뭐가 있냐면 진짜 별거 없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원이가 손을 미리 들고 흔들어요. 이거 절대 문 열고 안 선다고, 기름값 아까워서 그렇다고, 미리 표시하고 있어야 된다고 설명해요. 그러고 버스에 타서는 할머니들한테 말을 겁니다. 어머니 어디 가세요, 이거 도포 가는 거 맞죠.
원래 거제 버스는 조용하지 않다고 그가 말해요. 그리고 이유를 이렇게 댑니다.
거제에서는 그냥 말 걸어도 돼요. 왜냐면 저도 버스 타고 가는데 심심해요.

*원이 채널 거제 편 중에서*
대각선 횡단보도가 생긴 것도 자랑합니다. 자기 학교 다닐 때는 없었다고, 서울에만 있는 줄 알았다고, 시부야 스크램블 같지 않냐고요. 좀 멀리서 찍어달라고 부탁까지 해요.
가다가 학원 현수막에 자기 얼굴이 붙어 있는 걸 발견하고 저거 저예요, 하고 멈춰 서기도 하고요. 옛날 거라고 민망해하면서도 결국 사진을 찍습니다. 지나가는 강아지 이름까지 알고 있고요.
바다에 가서는 이렇게 말해요. 사실 거제 사니까 어쩔 수 없이 바다를 갑니다.

*어쩔 수 없이 간다는 바다*
이 영상이 터지고 나서 제일 웃겼던 건 어머니 쪽이었어요.
원이 어머니 성함이 덕연이시거든요. 김덕연. 거제 홍보대사가 됐을 때 현수막이 붙었는데, 원이 말로는 어머니가 데뷔했을 때보다 더 좋아하셨대요.
그리고 이런 일이 생깁니다. 영상에 나온 분식 포차 사장님이 가게를 이렇게 소개하기 시작한 거예요. 덕연이 딸 다녀간 집.
방송 당일에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대요. 두 팀 정도가 덕연이 딸이 왔다 갔다더라 하면서 찾아왔다고요. 원래 그런 가게는 단골만 가는 곳인데 낯선 손님이 오니까 사장님이 기분이 좋아서 어머니한테 고맙다고 전화를 하신 거죠.
딸이 뜬 게 아니라 엄마가 뜬 것처럼 되어버렸어요.
인스타 댓글 중에 이런 게 있었대요. 학연, 지연, 혈연, 덕연.
2편이 더 웃겨요.
원이가 자기 졸업한 학교 앞으로 갑니다. 애들이 나를 알아볼까 궁금하다면서요. 통학버스가 열몇 대씩 들어오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고, 어디로 나와서 어디로 도는지도 다 알아요.
몇 퍼센트나 알아볼 것 같냐고 물으니까 60%라고 답합니다. 그러고 바로 이렇게 덧붙여요.
근데 막상 진짜 60%만 알아보면 약간 서운해요.
기다리는 동안 학교 선생님 한 분이 지나가세요. 원이가 인사를 하고 여기 졸업했다고 하는데 못 알아보십니다. 여기 출신 걸그룹 모르시냐고 물으니까 이렇게 답하세요.
아니 나는 걸그룹에 관심이 없어서.

*원이 채널 거제 2편 중에서*
심지어 원이한테 직접 수업을 하셨던 선생님이었어요. 원이가 큰일이네, 하고 중얼거리는데 그 와중에 다른 선생님 두 분이 이번 주말에 결혼하신다는 소식은 알게 됩니다. 세상 좁다고 둘 다 놀라고요.
버스 기사님들도 모르십니다. 원이가 괜찮다고, 기사님들은 유튜브 안 보시니까 그러실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요. 그러니까 이제 애들이 중요한 거라고요.
드디어 학생들이 나옵니다.
한 무리가 야호, 하고 소리쳐요. 알아본 거죠. 그런데 다들 멀찍이서 소리만 지르고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원이가 이럽니다. 왜 나한테 안 와.
그러고 또 이래요. 아 나 레알 인기 많은데.
옆에서 미나미가 원니짱 가만히 있어라, 앞에서 부끄럽게 하지 말고, 하고 말리는데도 계속 손을 흔들어요. 결국 몇 명이 와서 사진을 찍고, 너무 예쁘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좀 진정됩니다.

*통학버스가 들어오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기다렸다*
저는 이 장면이 이 사람을 제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창피한 걸 알면서도 그냥 해요. 그리고 안 오면 왜 안 오냐고 소리 내서 말하고요.
거제 영상 밑에 제일 위로 올라온 댓글이 이거예요. 7만 5천 명이 눌렀어요.
그냥 너네가 잘됐음 한다
두 번째가 4만 7천 개짜리 "마 정신차리라"인 게 좀 웃기긴 한데요.
제가 오래 본 건 이거였어요.
명품자랑 돈자랑 연예인들 보다가 갯지렁이 자랑 바다자랑 버스자랑... 응원하고 싶다 진심으로
다른 분은 이렇게 적었어요. 어느 순간 나라가 너무 잘 살게 되면서 마케팅도 언어도 계속 도시스러운 것 위주가 됐는데, 지방에서 이렇게 자라온 사람도 꽤 있는데 다들 잊고 사는 것 같다고요.
누구는 서예 배울 때 누구는 갯지렁이 대가리 쥐어잡고 S자로 꿰고 있었다는 댓글도 있었고요.
거제시가 지금까지 홍보에 쏟은 노력보다 이 영상 하나가 크다는 말도 많이 나왔어요. 공공기관은 지방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회의를 하는데 리센느는 그냥 딸깍 눌렀다는 식의 농담이요.
만화가 기안84가 리센느의 하루를 따라다닌 영상도 있어요. 새벽부터 음악방송, 끝나자마자 강원도 행사까지 하루 종일 붙어 다니는 콘텐츠입니다.
여기서 기안84가 원이한테 이렇게 물어요. 너 언제 스타 될래, 원이야.
원이가 되려고요, 하니까 열심히 하라고, 너도 오빠처럼 훌륭한 연예인 되려면 더 열심히 해야지, 하고 덧붙입니다.
원이 대답이 바로 나와요.
아 꼰대시다.

*만화가 기안84가 리센느의 하루를 따라다닌 날*
꿈이 뭐냐고 물으니까 세계 정복이라고 답하고, 인터뷰 도중에 자꾸 스케줄 때문에 불려 나가니까 기안84가 원이야 너만 앉았다 하면 일어난다, 너 슈퍼스타인가 보다, 하고 놀립니다.
이동하는 차에서 팬들한테 인사를 하는데 기안84가 무야호 오리지널을 처음 듣는다고 감격해요. 무야호가 아니라 그냥 야호라고 셋이 동시에 정정해주고, 기안84가 나 옛날 사람이어서 그렇다고 사과합니다.
이게 왜 먹혔을까 생각을 해봤는데요.
원이가 거제를 잘 알아서인 것 같아요. 당연한 말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잖아요.
거제에는 오디션 학원이 없대요. 아이돌 하겠다는 사람 자체가 없어서요. 그래서 원이는 부산까지 학원을 왔다 갔다 했고, 고등학교 졸업까지 거제에서 다 하고 서울에 왔습니다. 중학교 때 무대에서 춤을 췄는데 호응이 좋아서 이거 되겠다 싶었다고 해요.
거제 최초 아이돌이라고 본인이 방송에서 소개하는데, 그게 자랑이면서 동시에 좀 쓸쓸한 말이기도 하죠. 최초라는 건 앞에 아무도 없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니까 그 영상에서 자랑한 대각선 횡단보도랑 편의점 위치랑 버스 노선은 진짜로 그 사람 인생이었던 거예요. 스무 해쯤 거기서 살면서 심심하면 버스 타고 바다에 갔던 사람이 자기 동네 얘기를 한 거고요.
여기 살 만하다는 말은 살아본 사람만 할 수 있잖아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리센느 멤버들끼리는 서로 성을 붙여서 부른대요. 야 김가영, 야 이예빈 이런 식으로요. 원이는 성 떼고 원이야, 하고 부르면 극혐한다고 합니다.
남들이 들으면 싸우는 줄 알 것 같다니까 원이가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진짜 사랑스럽게 부르는 거야.
옆에 있던 멤버가 바로 받았고요. 근데 솔직하게 저는 조금 서운해.
거봐 이게 그렇다니까, 하고 진행자가 웃었는데 저도 거기서 웃었어요. 자기는 사랑을 담아 부르는데 듣는 쪽은 서운한 그 간극이 어쩐지 이 사람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아서요. 대표님한테 발 닦고 자라고 말하는 사람이기도 하거든요. 촬영장에 자꾸 오시니까 부담스러워서 카메라에 몰래 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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