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 채널을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일단 이거부터 보고 시작할게요. 「(다이어트 일지#1) 3일동안 다이어트가 망하는 과정」 초반에 체중계 올라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지금 바로 몸무게를 재고 확인을 하면 진짜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살을 뺀 다음에 오늘 잰 몸무게를 나중에 볼 거예요. 저는 보지 않고 몸무게만 재고 후딱 내려올 거예요."
올라가긴 올라가는데 숫자는 안 봅니다.
카메라한테 잰다고 약속했으니까 재긴 재고, 대신 자기 눈을 감아요 ㅋㅋㅋㅋ
저 30초 때문에 이 채널을 계속 보게 됐어요.
보통 다이어트 영상에서 저런 어정쩡한 장면은 편집으로 잘려요. 멋이 안 사니까. 근데 저 어정쩡함이 진짜잖아요. 다이어트 여섯 번쯤 말아먹어본 사람은 저 마음 알아요. 마주보긴 무섭고, 그렇다고 도망칠 배짱도 없어서, 반쯤만 보는 마음.
지방쿸은 그 반쯤만 보는 마음을 3년째 찍고 있는 채널입니다.
이 채널 숫자가 좀 이상해요.
구독자는 13만인데 영상은 편당 40만~60만씩 나옵니다. 영상 59개로 누적 3,741만 회. 나눠보면 평균 63만이에요. 「(다이어트 일지#20) 몇 년간 망가져왔던 내가 달라졌다. 첫 결실」은 152만.
구독자 서너 배가 매번 나온다는 건 뭐냐면, 이 채널 보는 사람 대부분이 구독을 안 누른 채로 본다는 거죠.
구독하기는 좀 그런데 새 영상은 계속 찾아보게 되는 채널 ㅋㅋ
그래서 조회수에 비해 이름이 안 알려져 있어요. 딱 이 게시판에 어울리는 종류의 유명함입니다.

제목만 보면 다이어트 채널 맞아요. 일지가 #29편까지 있고, 매번 계획 세우고, 매번 무너지고.
근데 몇 편 이어서 보면 알게 돼요. 이 채널이 진짜로 찍고 있는 건 혼자 있는 밤이에요.
일지#1의 새벽 장면 보세요.
"지금 새벽 4시인데 닭가슴살 구워서 먹고 싶어요. 나 내일 9시에 수업인데 어떡해."
"습관이라는 게 진짜 무서운 것 같아요. 딱히 엄청 배고프지 않아도 이 시간이 되면 항상 뭘 먹고 있었으니까, 안 먹고 있는 게 너무 이상해요. 음식 없이 뭔가 하는 것도 이상하고. 내가 얼마나 음식의 노예였는지 알 것 같은 느낌."
배고파서 못 자는 게 아니라 안 먹고 있는 상태가 이상해서 못 자요.
이거 식욕 얘기가 아니잖아요.
「우울해서 눈물 흘리고 눅눅짭짤해진 방쿸이의 일상」(89만 회), 「크리스마스에 홀로 엽떡과 허니콤보로 외로움을 달래는 100kg 여성」, 「엄마 몰래 낮에 초밥 시켜 먹다 들킬 뻔」, 「또 새벽에 엄마 몰래 라죽 끓여먹기」.
제목에 '몰래'가 계속 나오는 거 보이시죠.
일지#1에 이 채널 최대의 명장면이 있어요.
새벽에 배달을 시키는데, 문 닫는 소리에 가족이 깰까 봐 현관문을 아예 안 닫습니다. 30분 넘게 열어놓고 그 앞에서 노래까지 부름.
댓글창이 그냥 뒤집어져요.
"왜 현관문 안 닫으세요? 세상 흉흉한데 본인 식욕 때문에 가족들 안전은 잊은 거예요?" (3.4천 개)
"들키기 싫어서 현관문은 안 닫고 노래 부르면 어떡해요"
"야식을 위해서라도 문을 고쳐야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문을 소리 있게 닫아서 부모님이 깨셔도 당당할 수 있는 음식을 드세요"
마지막 댓글 ㅋㅋㅋㅋ 화를 내는데 결론이 "당당할 수 있는 걸 먹어라"임.
이 채널 댓글창이 딱 이래요. 팬덤이 아니라 잔소리하는 친척 집 같아요. 놀리는 사람, 걱정하는 사람, 진짜로 화내는 사람, 자기 흑역사 고백하는 사람이 한 영상 안에 다 있어요.
조회수 100만짜리 영상 밑에 이런 게 달려 있습니다.
"나도 잠깐이지만 한 때 딱 이렇게 산 적이 있었다. 가족 한 명이라도 집에 있으면 자발적으로 방에만 갇혀 살았지. (…) 어느 날 정신 차리고 싶어서 방을 정리하려니 20리터 쓰레기봉투 두 개가 꽉 찼고, 그 와중에 정리해야 할 (몰래 먹은) 배달 용기가 수두룩해서 가족 몰래 했었다."
아무한테도 말 못 하던 사람들이 여기 와서 자기 얘기를 해요. 지방쿸이 먼저 다 까놨으니까.
이 채널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이건데요.
어느 시점부터 댓글창에 같은 말이 반복돼요. 얼굴 홍조가 심해졌다, 물을 너무 자주 마신다, 저렇게 먹는데 살이 빠지는 게 이상하다, 두통이 잦다.
당뇨 증상 같으니 병원 가보라는 댓글이었어요.
"얼굴 빨개지고 고칼로리 음식을 계속 드시는데도 몸무게가 줄어든다면.. 당뇨를 의심해봐야 해요, 피검사라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발 병원부터 가요. 건강이 먼저 아닌가요. 치료하느라 유튜브 못 한다? 그래야 한다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죠."
몇 달을 그럽니다. 그리고 3주 전, 이 제목의 영상이 올라와요.
「드디어 결심했다! 당뇨 검사 받기로💉 제발 아무 문제 없기를🙏🏻」
댓글이 사람을 병원에 보냈어요.
인터넷 댓글로 이게 되는 경우 잘 없잖아요 진짜.
물론 지방쿸이니까 검사받고 나오는 길에 뿌링클이랑 마라엽떡을 시킵니다 ㅋㅋㅋㅋ 최고 추천 댓글이 이거예요.
"당뇨 검사 받고 난 후 뿌링클에 마라엽떡 먹는 거 진짜 방쿸코어라서 좀 웃김 ㅋㅋ" (2.9천 개)
이 채널 오래 본 사람들이 반복해서 하는 말이 있어요.
"이 사람 ㄹㅇ 다 떠나서 유튜버로서 악마의 재능 수준은 맞는 듯" (4.6천 개)
"이쯤 되면 지방쿡은 유튜브의 악마다" (4.4천 개)
"스타성 진짜 ㄹㅈㄷ네. 웬만한 아이돌 자컨에 비해 댓글 조회수 압승인데"
"방쿸아 진짜 거짓말 아니고 너 계정 매일 들어와, 새 영상 뜰까 봐"
'악마'가 욕이 아니라 항복 선언이에요. 안 볼 수가 없다는 뜻.
30분짜리 브이로그 올리면 짧다고 항의 들어오는 채널입니다. 실제로 12분짜리 올렸더니 이 댓글이 상단에 박혔어요.
"방쿸아...... 12분이라니...... 32분 영상으로 끓여오걸아" (2.5천 개)
시리즈를 순서대로 보면 변하긴 변해요. 남들이 '실패의 연속'이라고 부르는 구간에서도 아주 조금씩은 움직입니다.
분기점이 「(다이어트 일지#18) 드디어 닉값하는 지방cook👩🏻🍳 집밥으로 건강을 지켜라」예요.
채널명 뒤에 붙은 'cook'은 원래 그냥 말장난이었거든요(메일 주소도 jibangcook@naver.com입니다). 근데 이 편에서 진짜로 장을 보러 갑니다. 요리를 못해서 실패하는데 그 실패도 그냥 올려요.
"요리를 하면서 왜 배달을 시키는지 알 것 같아요. 근데 요리가 맛이 없으니까, 요리를 못 하니까 계속 이걸 곁들여 먹는 거야."
그 편 끝에 이렇게 말하는데, 광고 받은 영상이었거든요. 그 사실까지 그냥 말해버려요.
"광고를 받아서 더 책임감이 생겨서 살을 뺀 것도 맞아요. 그래도 이 기회에 4kg를 뺐고, 계속 이걸 이어나가면 될 것 같아요. 언제 저는 두 자릿수가 될까요?"
광고 때문에 열심히 한 거 맞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유튜버 흔치 않죠.
그리고 두 달 전에 「(🇺🇸미국 여행 일지#1) 드디어 110kg 탈출 성공. 8kg 빼고 떠나는 la 여행✈️」이 올라옵니다. 첫 영상으로부터 3년 걸렸어요.
"이제 스스로 음식이 엄청 당기지도 않고,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좀 생긴 것 같아서, 이 영상들을 돌려보면서 계속 제 몸속에 각인시킬게요."
성공담 보고 싶으면 다른 채널 보시면 돼요. 여기는 그런 거 못 줍니다. 솔직히 취향 안 맞으면 1편에서 끄실 수도 있어요.
대신 이건 줍니다. 아직 안 끝난 사람이 여기 하나 더 있다는 것.
일지#27 제목이 이렇거든요.
「퀸 네버 다이. 외모 강박으로 눈물 흘려도 난 다시 일어나지👑」
울었다는 말이랑 다시 일어난다는 말을 한 제목에 같이 씁니다. 둘 중 하나만 안 골라요.
그 밑에 달린 댓글이 2.4천 개 받았어요.
"쿸아 난 네가 예쁘지 않아도 사랑해"
처음 보실 거면 일지#1부터. 체중계랑 현관문 다 거기 있습니다. 한 편만 보실 거면 152만 회짜리 일지#20이요. 19번 말아먹은 다음이라 그 편이 의미가 있어요.
조회수랑 구독자 수는 2026년 7월 25일에 확인한 거예요. 대사는 영상 자막에서, 댓글은 댓글창에서 그대로 긁어왔습니다(맞춤법도 원문 그대로).
체중계 올라가서 눈 감는 거 ㅋㅋㅋㅋㅋ 저도 그럽니다
새벽 3시 배달 편이 제일 웃겨요
이런 채널은 왜 구독자가 안 느는 거죠 진짜
이런 채널은 늘면 또 그거대로 걱정임 ㅋㅋ
다이어트 일지 1편부터 정주행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