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룸이나 작은 방에 에어컨을 놓으려고 알아보시는 분이라면, 창문형 앞에서 한 번쯤 멈추게 되시죠. 설치가 간단하고 값도 훨씬 싼데, 검색만 하면 "시끄럽다", "전기세 폭탄" 같은 말이 줄줄이 나오니까요.
'그래서 대체 얼마나 시끄러운데?' 싶으실 겁니다. 저도 작년에 작은방에 하나 놓으려다가 딱 이 지점에서 한참을 고민했는데요. 후기를 아무리 읽어도 숫자가 안 나오더라고요. 나와 있어도 그 숫자를 어디서 가져왔는지가 없었고요.
그래서 제조사가 공개한 규격표와 한국전력 요금표를 직접 열어서 다시 계산해 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음이 실제로 몇 dB인지, 전기세가 우리 집 기준으로 얼마나 더 나오는지, 벽걸이와 비교하면 어느 쪽이 나은지, 그리고 사기 전에 뭘 재봐야 하는지까지 정리했습니다.
먼저 흔히 나오는 말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소음 — 실외기가 본체에 붙어 있어서 벽걸이보다 시끄럽다
전기세 — 여름에 계속 켜 두면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다
냉방 범위 — 방 하나만 식히도록 만든 물건이라 거실까지는 못 감당한다
셋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구조를 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압축기가 창틀에 같이 얹혀 있으니 소리가 실내로 들어오고, 냉방 능력이 작으니 넓은 곳에는 안 맞습니다.
다만 이 말들이 정보로 쓰이려면 숫자가 붙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숫자를 찾아보면 생각보다 손에 잡히는 게 적습니다.
소음부터 보겠습니다.
제조사가 공개한 값은 이렇습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윈도우핏은 32dB로 적혀 있습니다. LG전자 오브제컬렉션 엣지 창호형은 34dB입니다.
숫자만 보면 조용합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 값을 어떻게 쟀는지도 같이 적어 뒀습니다. 무향실에서 저소음 모드로 측정한 값입니다.
무향실은 소리가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지 않도록 만든 시험실입니다. 그러니까 32dB은 평소 쓰는 방의 숫자가 아닙니다. 소리가 가장 적게 잡히는 조건에서, 가장 조용한 모드로 잰 값입니다.
여기서 더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에는 소음 표시 항목이 없습니다. 등급, 냉방효율, 월간소비전력량, 월간 에너지비용은 들어가는데 소음은 안 들어갑니다.
표시 의무가 없다는 말은 측정 조건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A사 32dB과 B사 34dB은 같은 자로 잰 값이 아닐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재 본 자료는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6년에 가정용 이동식 에어컨 6종을 시험했는데, 소음이 46~53dB(A) 로 나왔습니다. 평균은 53dB(A)였습니다.
이동식은 창문형이 아닙니다. 본체와 배기 호스가 방 안에 들어와 있으니 조건이 더 나쁩니다. 그러니 이 값을 창문형에 그대로 옮기면 안 됩니다.
그래도 하나는 읽힙니다. 카탈로그에 적힌 30dB대와 공인기관이 실제로 잰 40~50dB대 사이에는 간격이 있습니다. 소리는 로그로 세는 단위라서, 10dB이 오르면 소리의 세기는 10배가 됩니다. 32dB과 52dB은 20 차이가 아니라 100배 차이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창문형은 시끄럽다"는 말은 반박된 게 아닙니다. 확인이 안 될 뿐입니다. 제조사 숫자로는 확인도 반박도 못 합니다.
숫자를 믿기 어려운 건 소음만이 아닙니다. 전기요금 쪽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전기요금은 공개된 표가 있어서 계산이 됩니다. 한국전력 주택용 전력(저압) 요금표를 쓰면 됩니다.
여름(7~8월) 요금은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300kWh까지는 kWh당 120.0원, 301~450kWh는 214.6원, 450kWh를 넘으면 307.3원입니다. 기본요금도 각각 910원, 1,600원, 7,300원으로 올라갑니다.
여기서 계산이 뒤집힙니다. 똑같은 전력량을 써도 요금이 같지 않습니다. 그 집이 원래 얼마나 쓰고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에어컨 때문에 한 달에 100kWh를 더 썼다고 놓고 세 집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에어컨 켜기 전 한 달 사용량 | 100kWh를 더하면 | 늘어난 전력량요금 | 늘어난 기본요금 | 더 내는 돈 |
|---|---|---|---|---|
150kWh | 250kWh (1단계 안) | 12,000원 | 0원 | 12,000원 |
250kWh | 350kWh (1·2단계 걸침) | 16,730원 | 690원 | 17,420원 |
400kWh | 500kWh (2·3단계 걸침) | 26,095원 | 5,700원 | 31,795원 |
같은 100kWh인데 12,000원인 집과 31,795원인 집이 생깁니다. 2.6배 차이입니다. 에어컨이 다른 게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인덕션을 얼마나 쓰던 집이냐가 다른 것입니다.
그러니 "창문형 에어컨 전기세 얼마 나와요"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습니다. 답을 가진 건 에어컨이 아니라 지난달 고지서입니다.
100kWh라는 숫자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계산이 보이도록 잡은 값입니다. 실제 사용량은 제품, 설정 온도, 방 단열에 따라 다릅니다.
대신 상한은 그을 수 있습니다. 정격 소비전력이 0.99kW인 창문형이 하루 8시간씩 30일을 쉬지 않고 최대로 돌면 237.6kWh입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낮게 나옵니다. 인버터는 설정 온도에 닿으면 출력을 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창문형이 다른 에어컨보다 전기를 덜 먹는다는 말은 맞는 걸까요. 여기서 앞의 계산을 한 번 의심해 봐야 합니다.
제조사가 공개한 규격을 나란히 놓고 보겠습니다.
LG전자 창호형 WQ06DCBAS는 냉방능력 2.36kW에 소비전력 0.99kW,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입니다. 같은 회사 6평 벽걸이 SQ06FA1WDS는 냉방능력 2.3kW에 소비전력 0.69kW, 5등급입니다.
냉방 능력은 거의 같은데 소비전력은 창문형이 0.3kW 더 높습니다. 그런데 등급은 창문형이 1등급, 벽걸이가 5등급입니다.
등급이 뒤집혀 보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등급은 절대 성능이 아닙니다. 같은 부류 안에서 매긴 등수입니다. 반이 다르면 1등과 5등을 맞대 볼 수 없습니다.
「효율관리기자재 운용규정」 별표1을 보면 전기냉방기의 등급 기준은 기기 구분과 냉방능력 구간에 따라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창호형에 매기는 자와 분리형에 매기는 자가 같지 않습니다.
여기서 이 글에 불리한 것도 적어 두겠습니다. "덜 먹는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뜻이 두 개인 것뿐입니다.
냉방 능력 1kW를 만드는 데 드는 전기 — 창문형이 더 씁니다. 위 규격이 그렇습니다.
한 달 동안 집에서 실제로 나가는 전기 — 창문형이 적을 수 있습니다. 방 하나만 켜니까요.
18평 스탠드 에어컨을 켜고 거실을 식히는 것과, 6평 창문형으로 안방만 식히는 것은 애초에 다른 일입니다. 그래서 전기요금 고지서만 놓고 보면 창문형 쪽이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창문형은 효율이 좋은 기계가 아닙니다. 식히는 범위가 작은 기계입니다. 작아서 적게 드는 것을 효율로 읽으면 다음 판단이 어긋납니다.
그럼 어떤 경우에 사는 게 맞는지가 남습니다.
단점 목록보다 이 선이 실제 판단에 쓰입니다. 창을 먼저 보고 방을 그다음에 봅니다.
설치가 아예 안 되는 조건부터 봅니다. 삼성 윈도우핏은 창 높이 92~151cm가 기본이고, 연장킷을 쓰면 254cm까지 됩니다. LG 창호형은 설치 높이가 105~149cm입니다. 이 범위를 벗어난 창이면 제품 고르기 전에 이야기가 끝납니다.
창 종류도 미리 정해집니다. LG는 단창용 마감키트와 이중창용 마감키트를 모델번호가 다른 제품으로 팝니다. 우리 집 창이 단창인지 이중창인지 모르고 주문하면 키트가 안 맞습니다.
여기까지 통과했다면, 나머지는 취향이 아니라 조건 문제입니다.
창문형이 맞는 쪽
전세·월세 — 벽에 구멍을 안 뚫습니다. 이사할 때 떼어서 들고 갑니다
방 하나만 쓰는 생활 — 6평(19㎡) 안팎을 기준으로 만든 물건입니다
실외기 자리가 없는 집 — 실외기가 본체에 붙어 있어서 따로 놓을 데가 필요 없습니다
창문형이 안 맞는 쪽
거실이나 트인 공간 — 냉방 능력이 2.3kW대입니다. 넓은 곳에서는 온도가 안 내려갑니다
침대가 창 바로 옆인 방 — 소리가 나는 곳과 자는 곳의 거리가 1m 안쪽이 됩니다
창을 열어 둬야 하는 생활 — 창 한 칸이 여름 내내 고정됩니다. 환기 동선을 미리 잡아야 합니다
겨울에 떼어 두는 것까지 생각해 두시면 됩니다. 밀폐가 되는 구조가 아니라서 찬 바람이 들어옵니다. 매년 붙였다 떼는 일이 한 번씩 생깁니다.
모든 항목을 다 따져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창 높이를 재는 것 하나만 먼저 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걸리면 나머지는 볼 일이 없습니다.
창문형 에어컨 단점은 과장된 말이 아닙니다. 다만 숫자로 확인되는 단점과 확인이 안 되는 단점이 섞여 있습니다.
소음 32dB은 무향실에서 저소음 모드로 잰 값입니다. 라벨에 소음 표시 의무가 없어서 제품끼리 맞대 보기도 어렵습니다.
전기요금은 에어컨보다 그 집의 기존 사용량이 정합니다. 같은 100kWh가 12,000원이 되기도 하고 31,795원이 되기도 합니다.
냉방 능력 1kW당 전기는 창문형이 벽걸이보다 더 씁니다. 대신 켜는 범위가 작습니다.
제품을 비교하기 전에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 줄자로 창문 높이부터 재 보세요. 92cm보다 낮거나 254cm보다 높으면 제품 비교는 안 하셔도 됩니다.
제품별 월간소비전력량은 적지 않았습니다. 모델마다 다르고, 한 숫자로 묶으면 틀린 값이 됩니다. 사려는 제품의 효율등급 라벨에 그 값이 적혀 있으니 거기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소음 실측값도 창문형 제품에 대해서는 못 넣었습니다. 공인기관이 창문형만 따로 시험한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본문에 쓴 46~53dB(A)은 이동식 에어컨 값이라 참고용입니다.
전기요금 계산은 전력량요금과 기본요금만 더한 값입니다. 기후환경요금, 전력산업기반기금, 부가가치세는 빼고 셌으니 실제 고지서는 이보다 조금 더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