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로 가수를 좋아하게 되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한 사람인데 영상마다 다른 사람 같아서,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일이요.
최예나가 딱 그런 사람입니다. 캐치 캐치 뮤직비디오 속의 예나와 네모네모 속의 예나, 예능에서 "언니 때문이야!" 하고 소리치는 예나는 같은 사람인데 얼굴이 전부 다릅니다. 저는 이 사람의 얼굴이 네 개라고 생각합니다. 귀여운 얼굴, 무대 위의 얼굴, 예능의 얼굴, 그리고 만화 속 주인공 얼굴입니다.
이 얼굴 네 개를 순서대로 따라가면 최예나라는 사람이 한 번에 정리됩니다. 다만 이건 입구일 뿐이고, 안에 들어가면 이 사람의 취향과 고집이 더 깊게 보입니다. 그걸 풀어 보겠습니다.
최예나는 1999년생이고 YH엔터테인먼트 소속입니다. 2018년 프로듀스 48에서 최종 4위로 아이즈원에 데뷔했고, 2022년 1월 미니 1집 'SMiLEY'로 솔로 데뷔했습니다. 팬덤 이름은 지구미입니다.
최예나의 기본값은 귀여움입니다. 별명이 오리입니다. 무대에서 오리 입술을 하면 귀엽다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그런데 이 귀여움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단순히 사랑스러운 쪽이 아니라 살짝 과한 쪽입니다. 고양이 귀, 머리핀, 꼬리를 다 달고 나옵니다. 캐치 캐치 활동을 마치면서 "이제 과한 콘셉트는 졸업합니다"라고 선언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저는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과한 콘셉트를 하는 순간에 가장 행복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예능 영상에서는 먹을 때 오리처럼 우물거리고, 무대가 끝나면 장난꾸러기 초등학생으로 돌아옵니다. 무대 위의 사람과 대기실의 사람이 다르다는 점이 귀여움의 두 번째 층입니다.
이런 분이면 귀여운 예나부터 보세요. 과한 귀여움을 숨기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신다면요.
무대 영상의 예나는 표정 연기를 합니다. 한 곡 안에서 표정이 계속 바뀌는데, 얼빡직캠(얼굴을 크게 잡은 직캠)을 보면 이게 제일 잘 보입니다. 잠깐 사이에 표정이 몇 번이나 바뀌어서 "애니 감성"이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만화 주인공의 얼굴을 현실 사람이 하고 있는 느낌이죠.
안무도 이 사람의 특기입니다. 네모네모 안무는 가사를 몸으로 번역합니다. "째깍째깍 둥근 시계 우리 눈치 보고"에서 뒤에 있는 댄서들이 눈 모양을 만들고, "이러다 나 죽어"에서 댄서들이 일제히 쓰러집니다. 가사 한 줄 한 줄에 동작이 있어서 한 번 보면 안무가 머릿속에 남습니다. 캐치 캐치에서는 마지막에 하트를 던지고 받는 동작이 나옵니다. 곡 제목 그대로 하트를 잡는 연출이라서, 이 사람은 노래와 안무를 한 문장처럼 만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무대에는 댄서가 같이 주인공입니다. 혼자 서지 않고 무대 전체를 팀처럼 만드는 사람이라서, 보다 보면 예나가 하나의 그룹을 데리고 나온 것 같습니다.
이런 분이면 무대 위 예나를 보세요. 표정이 계속 바뀌는 사람을 볼 때 행복하다면요.
예능에서의 예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혜미리예채파에서 채원과 티격태격하는 영상이 대표적입니다. "언니 때문이야!"라고 소리치는 채원 옆에서 예나가 짓는 표정은 어디선가 많이 본 엄마 표정입니다. 둘이 서로가 서로에게 만만해서 웃긴 케미입니다.
무대에서 가장 예쁘고 멋있는 사람이 예능에서는 여고생 같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삐약거립니다. 엎어지고 자빠져도 나는 간다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첫 예능도 인상적입니다. 호구들의 감방 생활에서 첫 예능부터 마피아를 맡았는데, 아기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어떻게 마피아겠냐 하는 분위기에서 너무 마피아였다고 직접 말합니다. 이 얘기를 하는 얼굴이 정말 즐거워 보입니다.
자체 콘텐츠도 재미있습니다. 나무위키 문서를 직접 읽고 틀린 곳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영상에서는 이 사람이 얼마나 가볍게 자기 자신을 대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게임 닉네임이 간장마미였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억울해하는 장면까지 있고요.
이런 분이면 예능 속 예나를 보세요. 무대에서 멋있던 사람이 의외로 허당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으시다면요.
이 사람의 뮤직비디오는 만화입니다. 착하다는 말이 제일 싫어는 만화책 표지로 시작하고, 마법소녀물의 성장 구조를 그대로 가져옵니다. 중간에 머리핀의 날개 모양이 바뀌면서 주인공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걸 보여 주는데, 이 디테일이 마법소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읽힙니다. 이 사람의 취향이 얼마나 진심인지 보입니다.
네모네모 뮤직비디오는 "네모"의 정체를 끝까지 숨기다가 마지막에 박명수를 등장시킵니다. 이 반전은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합니다. 캐치 캐치에서는 예나로 분장한 스턴트맨이 나오고, 토끼 그림자가 갑자기 벌크업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 편의 코미디입니다.
저는 이 사람의 뮤직비디오를 볼 때마다 "이 사람이 하고 싶은 걸 끝까지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사람은 온 세상의 채도를 다 가져온 무대를 합니다. 의상, 메이크업, 소품이 전부 고채도이고, 그게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이런 분이면 만화 속 예나를 보세요. 취향이 분명하고 그걸 숨기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신다면요.

얼굴은 네 개인데 이 사람을 한 사람으로 묶는 건 일관된 취향입니다.
솔로 데뷔곡 SMiLEY부터 캐치 캐치까지 노래의 모양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귀여운 소리, 그다음은 차분한 곡, 그다음은 팝 펑크, 일본풍으로 갔다가 이번에는 2세대 걸그룹 감성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곡에서 예나는 똑같이 과하고, 똑같이 귀엽고, 똑같이 진지합니다. 이 사람의 콘셉트가 뭐냐고 물으면 저는 "예나"라는 단어밖에 대답할 게 없습니다. 이 사람의 콘셉트는 자기 자신입니다.
그래서 캐치 캐치가 지금 사랑받는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티아라와 오렌지캬라멜이 떠오르는 2세대 곡의 질감을 가져왔는데, 그게 예나라서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래 사랑받은 노래의 공식을 쓰되 자기 방식대로 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팬덤 이름은 지구미입니다. 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참 마음이 편합니다.
첫 번째는 캐치 캐치 뮤직비디오입니다. 2세대 감성과 스턴트맨 장면까지 이 사람의 지금이 다 들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네모네모 댄스 프랙티스입니다. 가사와 안무가 맞물리는 구조가 가장 잘 보입니다.
세 번째는 혜미리예채파 영상입니다. 무대 밖의 예나입니다. "언니 때문이야!"까지 보시면 이 사람의 얼굴 네 개가 한 번에 정리됩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 사람인데 영상마다 다른 사람 같아서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얼굴 네 개를 기억하세요.
1. 귀여운 예나는 오리이고, 과한 콘셉트를 졸업하겠다고 하고는 못 졸업하는 사람입니다.
2. 무대 위 예나는 표정이 계속 바뀌고, 안무가 가사를 번역합니다.
3. 예능 속 예나는 "언니 때문이야"를 듣고 엄마 표정을 짓고, 만화 속 예나는 고채도 취향을 끝까지 밀고 갑니다.
한 명만 고르라면 위의 '이런 분이면' 문장에서 마음이 가장 크게 움직이는 얼굴을 고르세요. 한 얼굴에서 시작해도 결국 네 얼굴을 다 보게 됩니다. 그게 이 사람을 한 번 좋아하면 오래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