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리즘이 노래 한 곡을 올려 줬는데, 누가 부르는지도 모르고 세 번째 듣고 있던 경험 있으시죠.
하이키가 그런 팀입니다. 이름을 모르는 채로 노래가 먼저 들어오는 팀이요. 저는 이게 이 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광고를 보고 오는 팀이 아니라 노래를 듣다가 "이거 누구야" 하고 찾아오는 팀입니다.
2022년 1월에 데뷔한 하이키는 서이, 리이나, 휘서, 옐 네 명입니다. 팀 이름은 high-key에서 왔고 처음 콘셉트는 운동이었는데, 지금은 교복을 입고 첫사랑을 노래하는 팀이 됐습니다. 이 변화를 알고 시작하시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하이키로 입덕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노래로 오시거나, 멤버로 오시거나, 자컨으로 오시거나. 어느 길로 들어와도 결국 같은 네 명을 만나게 됩니다. 이 글은 세 길을 차례로 걸어 보겠습니다. 다만 이 구분은 입구일 뿐이고, 안에 들어오면 다 섞입니다.
하이키는 초이크리에이티브랩 소속 4인조이고, 2022년 1월 5일 싱글 'ATHLETIC GIRL'로 데뷔했습니다. 팬덤 이름은 마이키(M1-KEY)입니다.
서이: 2000년생, 리더
리이나: 2001년생
휘서: 2002년생
옐: 2004년생, 막내
하이키 노래의 첫 번째 특징은 가사가 한국어로 또렷하게 들린다는 점입니다. 제목부터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여름이었다', '세상은 영화 같지 않더라', '나의 첫사랑에게'처럼 문장 같습니다. 요즘 나오는 노래 중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곡이 많은데, 하이키는 들으면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사가 향하는 곳이 한결같습니다. 작고 불안한 사람이 어떻게든 버티는 이야기입니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는 콘크리트 사이에서 악착같이 피는 꽃의 이야기입니다. "악착같이 산다"는 가사에서 이상하게 울컥하게 되고, 신입 시절의 간절함이 떠오릅니다. 여름이었다는 방학 때 친구들끼리 바다에 놀러 가서 쌓은 추억 같은 노래입니다. 뮤직비디오 마지막에 사진첩을 열어 보는 장면에서 아련해지고요. 세상은 영화 같지 않더라는 제목 그대로, 현실이 영화처럼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노래입니다. 그리고 나의 첫사랑에게는 "넌 누군가의 사랑이었다"는 가사로 사람을 달래 주는 곡입니다.
네 곡이 말하는 건 같습니다. 잘 안 풀려도 괜찮고, 너는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것. 저는 이 팀이 위로를 파는 방식이 요란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사운드도 독특합니다. 나의 첫사랑에게는 밴드 곡이라 기타가 앞에 나오고, 교복을 입은 뮤직비디오가 고등학교 애니메이션 오프닝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여름이었다는 기타와 베이스가 청량하면서도 묵직합니다. 걸그룹 노래가 이렇게 밴드 쪽으로 가는 건 흔치 않아서 이 팀의 정체성이 됩니다.
이런 분이면 노래로 시작하세요. 가사를 곱씹고 밴드 사운드를 좋아하신다면요.

하이키 네 명은 정말 다릅니다. 한 명씩 소개하겠습니다.
서이는 리더입니다. 겁이 많은데 멤버들 앞에서는 당당합니다. 이 사람의 매력은 이 모순에 있습니다. 공포체험에서 입장 전에 큰소리를 치다가 들어가자마자 코를 훌쩍이며 울기 직전이 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귀신 역할에게 "나 여기 나오지 마, 나오면 싸우는 거예요"라고 협박을 합니다. 겁쟁이 리더가 허세를 부리는 모습이라니, 허세와 겁이 같이 있는 모습이 정이 갑니다. 호떡을 좋아하고 요리 실력은 하찮고요.
리이나는 강심장입니다. 서이가 우는 동안 공포체험에서 가장 신나 하는 사람입니다. 춤선이 곱고 턴이 예뻐서 뮤직비디오에서 턴을 하는 순간은 멈춰서 보게 되고, 상견례 프리패스상이라는 말이 네 명 모두에게 붙는데, 그중에서도 리이나가 대표입니다. 퀸덤 퍼즐에서 먼저 알려진 이유를 알 만합니다.
휘서는 목소리입니다. 아이돌 중에 목소리 지문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휘서의 음색은 한 번 들으면 구별됩니다. Golden 커버가 이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영상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공포체험에서는 소리만 나도 정신을 놓습니다. 기절이 재능입니다. 웃는 얼굴이 정말 예쁘기도 합니다.
옐은 막내입니다. 시원한 인상에 동네 친구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고 NC 팬이고, 기타와 작곡을 배우고 있는 사람입니다. 일상 브이로그를 보면 면접 브이로그 같을 정도로 성실한데 그 모습이 귀엽습니다. 여름이었다가 차트에 오른 뒤 "옐름이"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노래 제목을 이름에 넣은 말장난입니다.
이런 분이면 서이는 허세 있는 겁쟁이를, 리이나는 강심장을, 휘서는 목소리를, 옐은 성실한 막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하이키의 자컨 중에 입문용으로 가장 좋은 건 공포체험입니다. 이유는 네 명의 성격이 한 영상에 다 나오기 때문입니다.
서이는 허세 부리다 울기 직전, 리이나는 강철의 심장, 휘서는 소리만 나면 기절, 옐은 언니들과 함께라면 뭐든 재미있는 막내. 이 네 줄이면 하이키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묵찌빠 미션에서는 겁쟁이 서이와 옐이 오히려 잘한다는 얘기도 나와서, 담력과 승부가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고요.
추석에는 요리 영상이 있습니다. 네 명이 한복을 입고 요리를 하는데, 광고주님들께 "저희 요리 실력 보고 놀라셨나요?"라고 묻는 장면이 웃깁니다. 한복 차림이 네 명 모두에게 잘 어울립니다.
옐의 야구장 브이로그를 보시면 이 사람이 얼마나 야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응원 문화가 너무 좋았다고 말하는 모습이 순수해서, 이 영상을 보면 NC 팬이 하이키 팬이 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이런 분이면 자컨으로 시작하세요. 웃으면서 멤버를 알아 가고 싶으시다면요.
노래로 오든, 멤버로 오든, 자컨으로 오든 마지막에 만나는 건 같습니다. 이 팀은 무리하게 반짝이지 않는 팀이라는 점입니다.
네 명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서 있는데도 팀 분위기가 한결같은 이유는 노래가 같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서이의 겁도, 리이나의 용기도, 휘서의 기절도, 옐의 성실함도 결국 "버티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니까요.
그래서 이 팀을 좋아하게 되면 다른 걸그룹을 볼 때와 마음이 다릅니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섭니다. 신곡이 나올 때마다 이번엔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게 되고, 그건 아마 이 팀의 노래가 우리 자신에게 건네는 말과 닿아 있어서일 겁니다.
첫 번째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뮤직비디오입니다. 가사를 들어 보세요. 이 팀이 무슨 얘기를 하는 팀인지 아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나의 첫사랑에게 무대 영상입니다. 현재의 하이키를 가장 잘 보여 줍니다. 밴드 사운드와 교복, 그리고 무대 세트까지 이 팀의 지금이 들어 있습니다.
세 번째는 공포체험 영상입니다. 서이가 우는 장면부터 보세요.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노래만 알고 이름을 몰랐던 팀이라면, 이제 네 명의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
1. 서이는 허세 있는 겁쟁이 리더이고, 리이나는 강심장이고, 휘서는 목소리 지문과 기절 재능입니다.
2. 옐은 야구와 기타를 좋아하는 막내이고, 노래는 가사가 잘 들리고 밴드 사운드를 쓰는 팀입니다.
3. 어느 길로 오든 마지막에 만나는 건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위로"입니다.
한 명만 고르라면 위의 '이런 분이면' 문장에서 마음이 가장 크게 움직인 사람을 고르세요. 그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네 명 모두 만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