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노트 필기법을 처음 써 보려는 분이라면 줄을 어디에 긋고 칸마다 무엇을 적는지부터 잡고 시작하시는 게 좋습니다. 양식 파일을 따로 내려받아야 하나, 해 봤다가 며칠 만에 흐지부지되면 어쩌나 싶으실 텐데요, 저는 코넬대 학습지원센터의 안내 페이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학습센터 자료, 위키백과 항목을 열어 칸 크기와 쓰는 순서를 하나씩 맞춰 봤습니다. 칸 나누는 기준, 한 페이지가 완성되는 순서,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이유, 양식 만드는 법까지 한 번에 정리했습니다.
코넬노트는 코넬대학교 교육학 교수 월터 파욱(Walter Pauk)이 만든 방법입니다. 코넬대 학습지원센터는 이 필기법이 파욱의 책 『How to Study in College』 10장에 나온다고 안내하고, 위키백과에는 1950년대에 고안되어 1974년 책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코넬노트는 특별한 공책이 아닙니다. 쓰는 방식의 이름입니다. 시중에 파는 코넬노트 제품이든 집에 굴러다니는 일반 공책이든 선만 그으면 똑같이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가 다음 순서입니다.
구역 | 놓이는 자리 | 크기 | 적는 것 |
|---|---|---|---|
노트 | 오른쪽 | 페이지의 약 3분의 2 | 수업·강의·책에서 건진 핵심 |
키워드·질문 | 왼쪽 | 페이지의 약 3분의 1 | 덩어리마다 하나씩 단 키워드나 질문 |
요약 | 맨 아래 가로 | 약 5cm(2인치) | 그 페이지 전체를 한두 문장으로 |
노스캐롤라이나대 학습센터는 아래쪽 2인치를 비워 두고 왼쪽 위 3분의 1에 키워드나 질문, 오른쪽 3분의 2에 노트를 쓰라고 안내합니다. 위키백과는 노트 칸이 키워드 칸의 두 배 너비라고 설명하면서 아래 빈 공간을 5~7줄로 잡습니다.
선은 공책 왼쪽에서 3분의 1 되는 곳에 세로로 한 줄, 아래에서 5cm 되는 곳에 가로로 한 줄 긋습니다. 자와 펜 하나면 1분이면 됩니다. 센티미터 숫자를 정확히 맞추는 것보다 노트 칸이 키워드 칸의 두 배쯤 넓다는 비율을 지키는 쪽이 중요합니다. 학습센터마다 안내하는 크기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숫자에 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칸이 나뉘었으면 이제 채우는 순서를 볼 차례입니다.
한 페이지는 네 번의 손놀림으로 완성됩니다.
페이지를 세 칸으로 나누고 맨 위에 날짜와 주제를 적습니다.
수업 중에는 오른쪽 칸만 씁니다. 들리는 대로 받아 적지 않고 내 말로 줄이며, 기호나 약어를 씁니다.
필기가 끝나면 되도록 빨리 오른쪽을 훑으면서, 내용 덩어리마다 키워드나 질문을 하나씩 왼쪽에 답니다.
페이지를 덮고 떠오르는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아래 칸에 적습니다.
복습 방법도 위키백과에 나옵니다. 오른쪽 노트를 손으로 가리고 왼쪽 키워드만 보면서 내용을 말해 보는 방식입니다. 다시 읽는 것은 아는 느낌만 주지만, 가리고 말해 보면 내가 기억하는 내용이 실제로 드러납니다.
방법을 알았으니 실제 모양이 어떤지 가상의 예시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양식을 보여 주려고 만든 가상의 필기입니다. 실제로 쓴 노트가 아닙니다.
왼쪽 키워드 칸 | 오른쪽 노트 칸 |
|---|---|
수요 법칙이란? |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은 줄어든다 / 다른 조건은 같다고 둘 때 |
수요량이 바뀌는 경우와 수요 자체가 바뀌는 경우는 뭐가 다른가? | 가격이 변하면 같은 곡선 위에서 움직임 / 소득이나 취향이 변하면 곡선이 통째로 옮겨감 |
대체재 | 값이 오른 상품 대신 사는 물건 |
아래 요약 칸에는 이런 식으로 적습니다. "가격이 변하면 곡선 위에서 움직이고, 가격 말고 다른 요인이 변하면 곡선이 이동한다."
키워드 칸은 명사 한 단어보다 질문으로 적는 쪽이 낫습니다. 질문이 있어야 복습할 때 답을 가리고 입으로 꺼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업 중에 왼쪽 칸까지 채우려 하면 필기 속도를 못 따라가서 그만두게 됩니다. 왼쪽과 아래는 수업이 끝난 뒤에 채우는 칸입니다.
요약 칸이 가장 자주 비워집니다. 요약이 없으면 그 페이지는 평범한 필기 한 장으로 끝납니다. 한 문장이면 됩니다.
키워드 칸에 본문을 다시 옮겨 적으면 복습 때 질문 구실을 못 합니다. 오른쪽을 보지 않고도 답할 수 있게 질문 모양으로 적으세요.
키워드만 달고 다시 보지 않으면 일반 필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칸을 나누는 목적이 복습입니다.
기대치도 조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위키백과는 코넬노트가 개념 이해와 읽기 쉬운 노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학생 성적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는 연구가 있다고 함께 적습니다. 코넬노트는 마법이 아니라 복습을 돕는 틀입니다.
손글씨 문제도 있습니다. 코넬대 학습지원센터는 손으로 쓰는 필기가 노트북 타이핑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있다고 소개합니다. 태블릿으로 쓸 때도 손글씨로 쓰는 쪽이 이 필기법과 잘 맞습니다.
코넬노트 양식 PDF나 한글(HWP) 파일을 찾는 분이 많지만, 구조가 단순해서 새로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종이 공책은 자로 세로선 한 줄, 가로선 한 줄을 긋습니다.
한글이나 워드는 표를 삽입해 두 칸짜리로 만들고 아래에 합친 칸 하나를 둡니다. 위쪽 두 칸의 너비는 1 대 2로 맞춥니다.
엑셀은 열 너비를 1 대 2로 맞추고 아래에 병합 셀을 둡니다.
만든 파일을 PDF로 저장해 인쇄하면 같은 양식을 계속 쓸 수 있습니다.
Q. 코넬노트 쓰는 법을 한 줄로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오른쪽 노트, 왼쪽 키워드, 아래 요약으로 나누고 수업 중에는 오른쪽만 씁니다. 끝난 뒤 왼쪽과 아래를 채우고, 복습할 때는 오른쪽을 가린 채 키워드를 보며 말해 봅니다.
Q. 책 읽을 때도 코넬노트를 쓸 수 있나요?
A. 됩니다. 읽은 부분의 핵심을 오른쪽에 적고, 다 읽은 뒤 왼쪽에 질문을 달고 아래에 요약하면 같은 방식입니다.
Q. 코넬노트를 쓰면 성적이 오르나요?
A. 오른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위키백과에는 학생 성적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는 연구도 소개돼 있습니다. 복습 습관을 만들어 주는 도구로 보는 게 맞습니다.
코넬노트는 칸을 예쁘게 나누는 기술이 아니라, 끝난 뒤에 질문을 달고 가려서 말해 보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줄 세 개를 긋는 것은 시작일 뿐이고, 진짜 일은 필기 뒤에 왼쪽 칸을 채우는 시간에 일어납니다. 오늘은 지금 쓰고 있는 공책 한 페이지에 세로선 하나와 가로선 하나만 그어 보세요. 1분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