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사서 첫 줄까지는 썼는데 둘째 주쯤 되면 손이 안 가는 분이라면, 이 글에서 쓰는 순서부터 다시 잡아 보시면 됩니다. "나는 원래 꾸준히 못 하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접어 두셨을 텐데요, 끊기는 이유는 의지보다 칸이 너무 많은 쪽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위키백과의 가계부 설명을 열어 장부의 뜻과 지출 분류 예시를 하나씩 맞춰 보고, 그 틀 위에 수입 300만 원짜리 한 달 표를 직접 계산해 놓았습니다. 월초·월중·월말에 각각 무엇을 적는지, 수기와 엑셀과 앱 중 무엇을 고를지, 중간에 끊겼을 때 어떻게 이어 가는지까지 정리했습니다. 가격이 붙는 내용은 없지만 표에 쓴 숫자는 모두 설명용 가정이고, 앱 안내는 2026년 10월 기준으로 보시면 됩니다.
가계부는 예쁘게 꾸미는 노트가 아닙니다. 집안 살림의 수입과 지출을 적는 장부입니다. 위키백과 설명으로는 일본의 언론인 하세가와 모토코가 1904년에 여성 잡지에 처음 실었다고 합니다.
이 장부가 대신 답해 주는 질문은 네 개입니다. 이번 달에 들어올 돈이 얼마인지, 그중 얼마를 모을 것인지, 실제로 얼마를 썼는지, 다음 달에는 무엇을 바꿀 것인지입니다. 앞의 둘은 월초에, 셋째는 월중에, 넷째는 월말에 답이 나옵니다.
네 질문이 곧 아래 다섯 단계의 뼈대라서, 순서만 외워 두면 양식은 어떤 것을 써도 같은 흐름이 됩니다.
처음에는 칸을 잘게 나누지 않고 수입, 고정지출, 변동지출, 저축 네 칸만 만드는 쪽이 오래 갑니다. 그 네 칸을 시간 순서대로 채워 가는 것이 5단계입니다.
월초에는 이번 달 예상 수입을 적고, 모을 금액을 바로 정합니다. 쓰고 남는 돈을 모으겠다는 순서는 남는 돈이 없는 달을 자주 만듭니다. 그래서 저축액을 먼저 떼어 두는 쪽이 계획에 가깝습니다.
월세,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정기 구독료는 매달 거의 같은 날 같은 금액이 나갑니다. 이 칸은 첫 달에 한 번만 적어 두고, 다음 달부터는 복사해서 씁니다. 그러면 월중에 신경 쓸 칸은 변동지출 하나로 줄어듭니다.
식비·교통비·생활용품·외식·문화생활처럼 금액이 들쭉날쭉한 돈이 여기 들어갑니다. 가계부 분량의 대부분이 이 칸입니다. 위키백과는 지출 분류를 필수(식비·의복·집세 등), 비필수(외식 등), 문화(전시·책 등), 예기치 못한 지출(건강검진 등)로 나눈 예를 듭니다. 이름은 마음대로 바꿔도 되지만 5~7개를 넘기면 어디에 적을지 고민하다 접게 되니, 그 안에서 끝내세요.
분류를 정했다면 한 줄에 날짜, 항목, 금액, 결제수단 네 가지만 적으면 됩니다.
한 달치를 한꺼번에 몰아 적으면 기억이 흐려져 빠지는 항목이 생깁니다. 기록은 그날그날, 합계는 일주일에 한 번이 기본 방식입니다. 일요일 저녁에 이번 주 항목별 합계를 내 두면 월말에 할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월말에는 총수입, 총지출, 남은 돈을 적고, 가장 많이 쓴 항목 한 줄과 다음 달에 바꿀 점 한 줄을 붙입니다. 가계부는 합계를 내는 장부가 아닙니다. 이 두 줄이 있어야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도구가 됩니다.
다섯 단계를 숫자로 보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시 표로 넘어가겠습니다.
아래 표는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의 예시이고, 실제 누군가의 지출 기록이 아닙니다. 단위는 만 원입니다.
구분 | 들어간 항목 | 금액 |
|---|---|---|
수입 | 월급 | 300 |
저축 | 월초에 먼저 이체 | 80 |
고정지출 | 월세 70 · 관리비 10 · 통신 6 · 보험 10 · 구독 2 | 98 |
변동지출 | 식비 45 · 교통 8 · 생활용품 7 · 외식·카페 18 · 문화 10 · 의류 9 | 97 |
예비비 | 경조사·병원처럼 예상하지 못한 지출 | 25 |
합계 | 저축 + 고정 + 변동 + 예비 | 300 |
수입 300에서 저축 80을 앞서 빼 두면 쓸 돈은 220입니다. 이 220을 고정 98, 변동 97, 예비비 25로 나눈 것이고, 네 칸을 더하면 정확히 300으로 닫힙니다. 월말에 예비비가 남으면 다음 달 저축으로 넘기고, 모자라면 변동지출 가운데 어느 항목이 넘쳤는지 표에서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표 모양이 잡혔으니, 이 표를 어디에 담을지 고르는 기준을 보겠습니다.
도구는 기능이 많은 것이 좋은 도구가 아닙니다. 기록이 가장 덜 귀찮은 쪽이 좋은 도구입니다.
방식 | 이런 분께 맞습니다 | 걸리는 점 |
|---|---|---|
수기 가계부 | 적는 행위로 소비를 의식하고 싶은 분 | 합계를 직접 계산해야 합니다 |
엑셀·구글시트 | 항목을 내 방식으로 나누고 합계를 자동으로 보고 싶은 분 | 처음 양식을 만드는 시간이 듭니다 |
가계부 앱·금융 앱 | 카드·계좌 내역을 자동으로 가져오고 싶은 분 | 연동 범위와 분류가 앱마다 다릅니다 |
토스 같은 금융 앱을 쓴다면 어떤 카드와 계좌가 연동되는지, 현금 지출이 잡히는지는 앱 안의 안내와 고객센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금이나 연동 밖의 결제는 손으로 입력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용카드는 따로 약속을 하나 정해 두세요. 카드값이 빠져나가는 날이 아니라 카드를 쓴 날짜로 적어야 그달 소비가 제대로 보입니다. 카드값이 나가는 날로 적으면 지난달에 쓴 돈이 이번 달 칸으로 넘어옵니다.
가계부는 첫 달보다 둘째 주에 많이 끊깁니다. 흔한 원인은 세 가지이고, 각각 해결이 다릅니다.
항목이 너무 많은 경우입니다. 어디에 적을지 고민하다 포기하게 되므로 항목을 5~7개로 줄입니다.
며칠 빠뜨린 뒤 다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드는 경우입니다. 빠진 날은 그대로 비워 두고 오늘 줄부터 이어 쓰세요. 영수증이나 카드 내역이 남아 있으면 주말에 한 번에 보충할 수도 있습니다.
합계를 냈더니 생각보다 많이 써서 보기 싫어지는 경우입니다. 월말 요약은 반성문이 아닙니다. 다음 달에 고칠 한 줄을 찾으려고 쓰는 것입니다.
숫자가 나쁘게 나왔다는 것은 가계부가 제 역할을 했다는 뜻입니다. 가계부는 성적표가 아니라 현재 위치를 보여 주는 지도입니다.
Q. 수기 가계부 쓰는법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순서는 똑같고 더하기만 손으로 합니다. 노트 한 쪽에 날짜·항목·금액을 적고 주 1회 항목별로 더하면 됩니다.
Q. 신용카드를 쓰면 가계부는 어떻게 쓰나요?
A. 카드를 쓴 날짜에 지출로 적고 결제수단 열에 카드 이름을 남깁니다. 카드값 출금일에는 새로 적지 않습니다. 이미 적은 돈이라 다시 적으면 두 번 잡힙니다.
Q. 얼마를 저축해야 하는지는 어떻게 정하나요?
A.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월초에 목표 금액을 적고, 두세 달 기록한 뒤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이 실제로 얼마인지 보고 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가계부는 한 달을 완벽하게 채우는 숙제가 아닙니다. 월초에 저축 한 줄, 월말에 바꿀 점 한 줄을 남기는 습관이고, 그 사이의 기록은 빠져도 이어 가면 됩니다. 오늘 할 일은 하나입니다. 메모장이든 노트든 열고 이번 달 예상 수입과 모을 금액 두 줄만 적어 보세요. 5분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