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유난히 화를 안 내는 사람이 두 명 있습니다. 성격이 좋아서인 줄 알았는데 몇 년 지켜보니까 그게 아니었어요. 방식이 있더라고요.
첫째, 원인을 사람한테서 안 찾습니다. 뭐가 잘못되면 "누가 그랬어"가 아니라 "어디서 꼬였지"부터 봅니다. 이거 순서만 바꿔도 대화 온도가 완전히 달라져요.
둘째, 자기가 실수했던 얘기를 먼저 꺼냅니다. 대단한 위로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도 저번에 이거 똑같이 했어" 한마디요. 그러면 상대가 방어를 안 하게 되고, 방어를 안 하면 그 다음 얘기가 됩니다.
셋째, 당장 고칠 수 있는 것만 말합니다. 지나간 건 안 건드려요. 이건 진짜 어려운 건데, 화가 나면 지나간 걸 꼭 한 번 짚고 싶어지거든요.
넷째, 이게 제일 놀라웠는데 표정을 먼저 정리합니다. 말보다 얼굴이 먼저 나가는 게 사람인데, 그 사람들은 잠깐 숨을 쉬고 나서 얼굴을 만듭니다. 처음엔 이게 좀 인위적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이게 배려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제가 화를 낼 때를 돌아보면 대부분 그 사람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 전날 잠을 못 잤거나, 다른 데서 눌린 걸 여기서 푼 거였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화가 올라오면 이걸 먼저 물어봅니다. 이게 지금 이 사람 때문인가. 대충 절반은 아니더라고요 ㅠㅠ
그리고 알게 된 게 하나 더 있어요. 화를 안 내는 사람들도 화는 납니다. 안 내는 거지 안 나는 게 아니에요. 그걸 알고 나니까 그 사람들이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오늘도 한숨 한 번 쉬었어요 ㅋㅋ 근데 예전보다는 줄었으니까 그걸로 만족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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