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짝사랑이라고 시작해서 어리둥절했는데 끝까지 들으면 롱숏 특집이었습니다. 오프닝이 오딘 신화예요 ㅋㅋ
북유럽 신화에서 오딘이 최고신인데 눈이 하나 없죠. 싸우다 잃은 게 아니라 지혜의 샘물을 마시려고 미미르한테 눈을 바친 겁니다. 미미르가 "동네 대장인데 지혜롭기까지 하면 밸런스가 안 맞는다"면서 눈 하나 내놓으라고 했다는 거죠.
여기서 뽑아낸 게 공짜는 없다입니다. 주식을 산다는 것도 현금을 주고 주주 권리를 받는 거고, 그 현금은 그 순간 내 것이 아니게 되는 거라고요. 매수 매도를 포지션으로 바꾸면 롱숏이 된다는 데까지 끌고 갑니다.
이 연결이 억지 같으면서도 듣다 보면 넘어가게 돼요.
2014년 삼성 헤지자산운용 시절 얘기가 나옵니다.
당시 유럽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였고 2016년 초에 독일 국채 금리까지 마이너스로 들어갔대요. 만기에 만 원 받을 걸 만 이천 원 주고 사는 상황인 거죠. 이건 인정 못 하겠다 싶어서 독일 국채를 팔고 같은 만기 미국 국채를 샀다고 합니다.
이론상으로는 금리차 1.5%를 10년 동안 받아가면서 스프레드가 좁혀지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면 되는 거래였어요.
그런데 스프레드가 더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는데, 독일 국채를 빌릴 수가 없어서 국채 선물을 매도했는데 롤오버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컸다는 거예요. 여섯 달 만에 접었고 손실이 백억 단위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스프레드는 실제로 1%까지 줄어들긴 했대요. 너무 일찍 들어갔고 너무 모르고 들어갔고 성급했다는 게 본인 정리입니다.
롱숏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LTCM으로 넘어갑니다.
94년부터 98년 어느 시점까지 하루도 손실이 난 적이 없던 회사가 몇 달 만에 무너진 과정을 그래프로 보여줍니다. 노벨 경제학상 받은 사람들이 계산한 안정성이 시장 앞에서는 무기력했다는 거죠.
여기서 나온 얘기 중에 제일 무서웠던 건 원래 상관관계가 없던 자산들도 한 곳에 담기면 같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런던 주식이랑 코네티컷 채권이 아무 상관 없다가, LTCM이 둘 다 들고 있으니까 LTCM이 무너질 때 둘 다 약세 요인이 됐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걸 지금 ETF에 그대로 대입합니다. 글로벌 ETF가 커질수록 그 안에 담긴 것들의 상관계수가 올라간다고요. 우리나라 종목이 뉴욕의 큰 ETF랑 상관없어 보여도,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엮인다는 얘기입니다.
여기부터가 본론이라고 하면서 목소리 톤이 바뀝니다.
요즘 알파벳 실적이 좋은데 알파벳이 빠지고 메모리가 오르는 게 이상했잖아요. 그걸 롱숏으로 설명합니다.
6월 어느 시점에 마이크론 누적 수익률이 300% 넘게 벌어졌을 때, 롱숏 하는 입장에서는 이 스프레드가 과하다고 느꼈을 거라는 거예요. 그래서 메모리 쪽을 팔고 알파벳을 사는 포지션이 성립합니다.
논리가 이렇습니다. AI가 실패하면 메모리는 박살 나고, AI가 잘 되더라도 알파벳은 여전히 소비자 접점이 있어서 버틴다. 어느 쪽으로 가도 메모리 쪽 수익률이 지금보다 낮아질 확률이 높다는 데 거는 거죠.
실제로 6월 25일에 들어갔으면 벌었을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당혹스러워진 게, 구글이 실적 발표에서 "돈은 벌지만 반도체는 더 살 거예요"라고 해버렸다는 것. 스프레드가 줄어들 줄 알고 들어갔는데 또 벌어진 겁니다. 앞에서 말한 독일 국채랑 똑같은 그림이 된 거죠.
그래서 지금 하이퍼스케일러랑 반도체가 따로 노는 걸 이걸로 설명하면 대충 설명이 된다고 합니다.
"공짜는 없다. 최고의 신도 눈을 바쳐야 된다"
"시간이 기다려 주지 않았죠. 너무 일찍 들어갔고 너무 모르고 들어갔고 또 너무 성급했습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거, 그게 풋사랑이죠"
마지막 문장이 이 편의 전부인 것 같아요. 트레이딩 실패담을 사랑 얘기로 마무리하는 게 이 시리즈 아니면 어디서 보겠어요 ㅋㅋ
한 시간이 넘는데 지루한 구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롱숏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오딘 얘기부터 따라가면 끝까지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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