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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사진입니다. 말머리성운, 장미성운, 오리온 대성운, 아이리스성운, 안드로메다 은하 같은 것들이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어디 산꼭대기 가서 밤새 찍는 사람 같잖아요. 그런데 영상 제목을 보면 이렇습니다.
동네 축구장에서 씨스타 관측하기
동네 주차장에서 본 안드로메다 은하
출근 전 3분 찍은 오리온 대성운
출근 전 3분이요.
이게 이 채널의 전부입니다. 장비 하나 들고 나가서 동네에서 찍고 들어옵니다. 광공해 심한 데라는 걸 제목에 대놓고 적어두기도 해요.
목록 내려보다가 멈춘 게 이 영상이었어요.
"CCTV 영상으로 촬영한 딥스카이"
삼렬성운, 아령성운, 초승달성운, 아이리스성운, 잠자리성단이 붙어 있습니다. CCTV로요.
댓글에서 본인이 이렇게 말합니다. 장비는 원래 다 있었는데 사진을 안 찍고 CCTV로만 찍고 있었다고요. 그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
제일 오래 본 건 촬영 전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었어요. 삼각대 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나레이션이 없어요. 그냥 화면만 계속 나옵니다. 그래서 처음엔 좀 심심한데, 보다 보면 이게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가 눈으로 들어옵니다. 극축을 맞추는 과정, 케이블 정리하는 순서 같은 것들요.
설명란에도 딱 한 줄만 적혀 있습니다. 장비를 설치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까지 보여준다고요.
말을 안 하는 채널이라 자막으로는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 본인 목소리를 인용할 수가 없었어요. 화면으로만 봐야 하는 채널입니다.
댓글이 두세 개씩 달리는데, 다는 사람들이 대충 정해져 있습니다.
"드디어 사진 장비 구축하셨군요"라고 반가워하는 분이 있고, 다른 채널 운영하시는 분이 와서 "초보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남깁니다.
거기 달린 답이 좋았어요.
"우와 아빠별님 방문 감사합니다. 사진 퀄리티는 낮아요. 초보분들은 생소하니 장면 쭉 보시면 도움될 것 같아서 만들었답니다. 관측지에서 봬요."
관측지에서 봬요. 이 말이 나오는 댓글창이라니.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밤에 어디선가 실제로 마주치는 사이인 거잖아요. 그게 좀 부러웠습니다.
천체사진 채널은 보통 결과물만 올립니다. 잘 나온 사진 한 장이랑 장비 스펙이요.
여기는 반대예요. 잘 안 나온 것도 그냥 올립니다. 퀄리티 낮다고 본인이 먼저 말하고요. 동네에서 찍으니까 당연히 산에서 찍은 것만 못한데, 그걸 숨기지 않고 제목에 동네라고 적어둡니다.
그래서 오히려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에 안 가도 되고 밤을 안 새도 되고, 출근 전에 3분이면 된다니까요.
물론 장비 값은 안 쌉니다. 그 부분은 영상에서도 대충 넘어가지 않아요.
밤에 하늘 보는 거 좋아하는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분들한테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밤에 아파트 주차장 나가서 하늘 한번 봤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습니다 ㅠㅠ 장비 없이는 안 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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