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2시 20분, 예고 없이 켜진 라이브. rADIO 시리즈의 첫 편이자 알상무 채널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가장 사랑스러운 영상입니다. 시작이 이렇습니다.
"밤에 일하다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무서워요. 이 건물에 밤에 저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이 무서움을 나눠 보자 생각이 들어서."
"사실 저는 주식 시장 얘기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해 봐야 속만 상하고, 시장을 맞춰도 돈을 못 버는데. 그래서 점점 딴 얘기 하는 채널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겁 많은 분과 미성년자는 보지 말라는 경고까지 붙였습니다.
가로등 아래 여자 — 장마철, 창밖 골목 가로등 밑에 흠뻑 젖은 여자가 서 있다. 다음 날은 조금 더 앞에, 그다음 날은 더 앞에. 마지막 날 커튼을 열었더니 없다. 안심하는 순간, 뒤에서 물이 툭툭 떨어지는 소리. 일본 요괴 아메온나(雨女)의 현대적 변형이라는 해설까지 붙습니다.
젖은 발자국 — 혼자 사는 사람이 폭우에 젖어 귀가한다. 발자국이 두 갈래인데, 내 것은 현관에서 시작하고 다른 하나는 욕실에서 침대로 이어져 있다. 자다가 볼에 물이 떨어져 위를 보니 천장에.
마중 나온 엄마 — 늦게까지 공부하고 오는 길, 어둡고 비도 오는데 엄마가 우산을 들고 마중 나왔다. 말없이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는데 뭔가 계속 중얼거린다. 옆을 보니 — "네 엄마가 네 엄마 좋아하니."
"이거 고등학교 때 듣고 저희 어머니한테 절대 마중 나오지 말라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고는 스스로 평가합니다. "앞의 얘기는 별로 안 무섭네요. 어른이 되면 무서운 얘기가 안 무서운데, 더 무서운 것들이 있으니까." 그 더 무서운 게 2부입니다.
"이때쯤 되면 꼭 봐야 되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금이 나이스 타이밍이야."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이 원작인 10년 된 영화. 다들 봤지만 "뭐가 잘못돼서 터졌는지는 알겠는데, 각각의 주체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이해 못 하더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이 영상은 줄거리 요약이 아닙니다. 네 명의 주요 인물이 직업적으로 정확히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각자가 금융위기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업계 출신의 눈으로 뜯어봅니다. "번역도 다 잘못됐어요."
원래 의사였는데 블로그에 쓴 투자 의견이 잘 맞아 전주에게 연락이 왔고, 그 돈을 운용하는 매니저가 됐다. 헤지펀드지만 실질은 패밀리 오피스에 가까운 형태.
트레이더가 아니라 리서치로 저평가를 발굴하는 가치투자자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가 발견한 것은 단순했습니다. MBS의 기초자산인 모기지 연체율이 30~40%로 치솟는데 정작 채권 가격은 안 떨어진다는 것.
그래서 골드만삭스 구조화(스트럭처링) 팀을 찾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주택 시장이 무너지면 내가 돈을 버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줘요."
"그전까지 글로벌 IB들은 주택 시장이 빠지는 데 베팅하는 파생상품을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사실상 마이클 버리가 모기지 CDS를 탄생시킨 사람인 거죠. 만들어 달라고 했으니까."
영화 속 그 미팅 장면에서 구조화 팀이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도 설명합니다. 절대 안 빠질 시장이 빠지는 데 걸겠다며 제 발로 보험료를 내러 온 사람이니까. (앉은 자리로 누가 시니어 실무자인지 읽는 법까지 알려 줍니다)
결국 여러 IB를 돌며 13억 달러 규모의 CDS 계약을 맺었는데, 연간 프리미엄만 9천만 달러. 펀드 규모를 감안하면 몇 년만 버텨도 원금이 사라지는 구조였습니다.
전주가 환매를 요구하자 마이클 버리는 펀드를 동결해 버립니다. 여기서 뉴스에 종종 나오는 "펀드 환매 중단"이 무슨 뜻인지도 짚어 줍니다. 운용자는 투자자를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가 있어서, 한 명이 빼가면 남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고 판단하면 막을 수 있다는 것.
"정당한 권리긴 해요. 근데 그렇게 하면 다시는 돈을 못 받습니다. 맡긴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찾고 싶을 때 못 찾는다는 얘기니까."
결말은 아는 대로입니다. 4억 달러 넘는 수익, 그리고 마지막 이메일의 그 한마디. "You're welcome."
하지만 알상무가 강조하는 건 그 뒤입니다. 베팅이 맞았는데도 3년 동안 모기지 가격은 오히려 올랐고, 그 3년 내내 손실이었고, 투자자들에게 고소당하고 욕을 먹었다는 것. 영화에서 드럼을 치고 바닥에 누워 있던 그 장면들.
"마이클 버리도 나중에 후회합니다. 숏을 너무 빨리 친 것 같다고."
자레드 베넷 — 흔히 자막에서 '은행원'으로 옮기는데 틀렸다는 지적. 실제로는 세일즈맨입니다.
이어서 마크 바움과 벤 리커트까지, 네 인물이 각자 어떤 자리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었는지 차례로 설명이 이어집니다. 업계에 있던 사람이 아니면 짚어 줄 수 없는 대목들이라, 빅쇼트를 봤든 안 봤든 이 영상 하나로 영화가 다시 보입니다.
말은 안 하지만 답은 명확합니다. 모두가 안 빠진다고 믿는 자산이 있고, 데이터는 이미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고, 먼저 알아챈 사람은 3년을 손실로 버텨야 한다는 이야기. 7월 폭락장 한복판에서 이 영화를 꺼낸 이유입니다.
"스트리머처럼 소통은 아니고요, 그냥 조용히 들으시면 됩니다. 너무 열심히 들으시면 못 주무실 수도 있는데."
영상 길이 69분 48초 · 2026년 7월 15일 업로드 (7월 15일 새벽 라이브)
주식 채널에서 괴담 듣게 될 줄은 몰랐음 ㅋㅋㅋ
가로등 밑 여자 얘기 듣고 그날 밤에 화장실 못 갔어요 ㅠㅠ
딴 얘기 하는 채널로 바꾸겠다는 말이 진심 같아서 좀 슬펐어요
저도 그 대목에서 잠깐 멈췄어요
빅쇼트가 더 무섭다는 말 인정합니다 그건 실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