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트레이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일본 사람이 은행에서 0.5퍼센트로 돈을 빌린다. 달러로 바꿔 미국 국채를 사면 4퍼센트가 나온다. 1년 뒤에 갚고 나면 3.5퍼센트가 남는다.
와타나베 부인들은 그걸 용돈처럼 쓴다고 그는 말했다. 1억이면 400만 원이고, 레버리지를 열 배 일으키면 4천만 원이라고. 통계에 잡히는 것만 2경 6천조 원이라고.
그러니 엔이 강해지면 그게 풀린다. 빌린 엔을 갚아야 하니 사둔 미국 자산을 판다. 제일 많이 사둔 게 미국 대형 기술주라서 그게 밀리고, 그게 밀리면 우리도 밀린다.
전날 엔이 2퍼센트 강해졌다. 사람들은 이제 캐리가 다 꺾일 거라고 봤다.
그러면 엔은 앞으로 강해질까 약해질까.
여기서 그가 방향을 틀었다.
앞으로를 알려면 그동안 왜 약해졌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금리 차이 아니냐는 답이 곧바로 나왔다.
그는 그래프를 하나 더 띄웠다.
옛날에는 금리 차이로 설명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2020년 5월에서 8월 사이에 양상이 달라진다. 그때부터 엔이 통제를 잃고 계속 약해진다.
미국이 금리를 올려서가 아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라 미국 금리는 바닥이었다.
금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자리에서 엔이 혼자 미끄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 그 여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그는 물었다. 그러고 장표를 넘겼다.
아베 신조 사망.
주식 방송에서 이게 왜 나오느냐고 옆에서 물었다.
이런 분석은 처음 들어 보실 거라고 그는 말했다. 이게 맞으면 자기가 스카우트될 수도 있다고.
2020년 8월 28일에 아베가 두 번째로 총리를 그만둔다. 그전까지 기세등등하던 사람이다.
사모님 스캔들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건 그 직전에 측근이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된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특수부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다.
일본에는 특수부가 도쿄와 오사카와 나고야 세 곳뿐이다. 피도 눈물도 없고 자기들끼리만 밥을 먹고 청렴하다는 자부심이 굉장한 집단이라고 했다.
2차대전 뒤 미군정이 일본인을 직접 처벌하기가 곤란하니까 그 조직을 통해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처리했다고.
그런데 지금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조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80년대 일본 공식 문서에는 있었는데 90년대부터 사라졌다고.
왜 사라졌는지는 그도 말하지 않았다.
특수부가 정권 핵심 인사를 체포하거나 기소하면 그 정권은 반드시 무너진다고 그는 말했다. 그건 확실하다고.
아베는 관료들을 꽉 틀어쥐던 사람이다. 대장성 관료들이 기가 죽어 있었다. 그러다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렸다.
도쿄고검장의 정년을 1년 늘려 검찰총장 자리에 앉히려 한 것이다.
그러자 그 고검장이 기자들과 포커를 쳤다는 기사가 났고, 그 사람은 그걸로 낙마했다.
우리도 모이면 고스톱 치는데, 하고 그는 말했다.
원래 늘 하던 일이 그때 갑자기 기사가 됐다는 뜻이었다.
한 달 뒤 특수부는 원래 히로시마 관할이던 사건을 자기들이 가져가서 아베 측근을 체포하고 기소까지 했다.
복수라고 그는 정리했다.
그러니까 그 기소가 가능했다는 건 이미 일본 안에서 이 사람이 밀려났다는 뜻이라고 했다. 당신은 더 이상 우리 우두머리로 안 된다는 것.
거기서 끝났으면 그냥 물러난 총리 이야기다.
2022년 참의원 선거에 아베가 다시 나왔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유세를 하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 총이 없는 나라에서, 전직 자위대원한테, 백주 대낮에.
세 발을 맞았는데 탄환 하나를 못 찾았다고 한다.
연습장에서 대놓고 쏴도 탄피가 가끔 하나 없어지긴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가 일본인이 아니라서 이 사건의 무게를 모르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고 사쿠라다몬가이의 변을 꺼냈다. 도쿠가와 막부의 실권자 이이 나오스케가 성문 밖에서 낭인들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그때부터 막부의 권위가 급속히 무너졌고 그게 메이지 유신의 시초가 됐다고.
일본에서 정점에 선 사람이 길에서 죽는다는 게 그런 자리에 놓이는 사건이라는 뜻이었다.
개인의 일탈로 보기는 어렵다고 그는 말했다.
이건 사실상 경고라고.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또 나서느냐는 경고.
배후가 누구냐는 물음에는 밝히기 어렵다고만 했다. 종교 단체가 사주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정도.
프리메이슨 아니냐, 그냥 외계인으로 하자는 농담이 오갔다.
한참을 돌아서 그는 원래 질문으로 돌아왔다.
엔이 왜 약해졌느냐.
아베가 없어서 그래요. 그가 그렇게 답했다.
기축통화급 통화에는 레인지가 있다고 했다. 혼자 그 안에 머무는 게 아니라 여러 중앙은행이 같이 붙잡아 줘야 유지된다고. 그러려면 그 나라에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아베가 그 사람이었다.
미국 대통령한테 무조건 납작 엎드리는 것으로 그 자리를 샀다. 오바마 옆에서는 우산을 들었고 트럼프와는 카트를 운전했고 벙커샷을 치면 모르는 척했다.
굴욕적으로 보이는 그 행동들이 엔의 엄청난 약세도 엄청난 강세도 막아 주는 값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없어진 뒤로 일본 총리는 존재감이 없다. 지지율은 최저이고 파벌은 검찰이 치고 들어가 무너졌다.
구심점이 없으니 글로벌 재무장관들이 모여 엔의 레벨을 합의할 상대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엔이 약해지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둔다고.
가디언이 없는 거라고.
엔이 강해지려면 조건이 셋이라고 했다. 일본은행이 자산 매입을 줄이거나 멈출 것, 금리차가 좁혀질 것, 일본 정치가 정돈돼서 밖과 조율이 될 것.
셋 다 안 된다고 그는 잘랐다.
그러면 결론이 뭐냐.
엔이 강해지지 않으니 캐리가 크게 풀리지 않고, 캐리가 안 풀리니 미국 대형 기술주도 그렇게 많이 안 빠지고, 그러면 코스피도 별로 안 빠진다는 것이다.
너무 쫄지 말라고 그는 말했다.
아베 암살과 코스피 3천이 연관이 있다는 얘기가 됐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길긴 하네. 그가 그렇게 인정했다.
사람들은 이걸 아주 간단하게 묻는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 금리가 내려가니까 엔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게 30분을 돌아온 이유였다.
금리 차이는 표에 찍힌다. 그런데 그 표가 왜 그런 모양이 됐는지는 표 안에 없다. 2020년 여름에 그래프의 성질이 바뀐 자리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사라진 이유는 금융 데이터 어디에도 안 나온다.
그날의 결론은 소박했다.
지지난주에는 숏이었고 지난주에는 슈퍼 초울트라 롱이었는데 이번 주는 횡보로 보겠다고 했다. 잠깐 소나기가 오니 채권 쪽으로 피해 있자고. 우리가 많이 먹었으니 좀 팔고 가자고.
매주 이름이 바뀌네요, 하고 옆에서 놀렸다.
10년 동안 맞으면서 배운 게 그거잖아요, 하고 그가 답했다.
한 시간짜리 이야기 끝에 남은 투자 조언이 잠깐 쉬자는 것이었다.
종목을 찍어 주려고 아베까지 갔다 온 게 아니었다.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어떤 모양인지 알면 남들이 겁먹을 때 겁먹지 않게 된다는 말을 하려고 갔다 온 것이다.
이건 방송의 공식 의견이 아니니 일본 대사관에서는 참고해 달라고, 그는 마지막에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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