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트럼프가 유세 중에 총에 맞고 귀를 스친 직후의 방송이었다.
세상이 온통 그 얘기였다. 배후가 있다는 말이 사방에서 나왔다.
이 채널에서 음모론을 맡고 있는 사람은 그였다. 몇 주 전에는 아베 신조가 길에서 총에 맞은 게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경고였다고 말한 사람이다.
그래서 다들 그가 뭘 들고 나올지 기다렸다.
먼저 그가 한 건 죽는 자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백주 대낮에 길 한복판이라는 표현을 그쪽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그는 말했다. 아베가 그랬고 이번도 그렇다고.
그런데 일반적으로 독재자는 측근에게 실내에서 죽는다고 했다.
시저는 공개된 자리에서 죽었다. 독재자가 되려다 못 됐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대의명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은 공개된 자리에서 권력자를 무너뜨리는 걸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미 독재자가 된 사람은 장막이 쳐져 있어서 그렇게 죽지 않는다고.
여기까지 듣고 나면 다음 말이 예상된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말했다.
이번은 딥스테이트가 한 게 아니야.
마음을 먹었다면 훨씬 더 완벽하게 했을 거라고. 저 정도로 실패하지 않았을 거라고. 아마추어처럼 실패한 걸 보니 어둠의 손이 한 게 아니라고.
저보고 다들 음모론자라고 하지만 제가 봤을 땐 이건 그냥 일어난 일이에요. 그가 그렇게 말했다.
액시던트라고.
지난번에 아베 얘기를 하셔서 이것도 경고인 줄 알았다는 말이 옆에서 나왔다.
아베는 아마추어처럼 실패한 게 아니었잖아요, 하고 그가 답했다.
물론 걸리는 데는 있다고 했다.
케네디를 쏜 리 하비 오스왈드가 스물넷이었고 며칠 뒤에 죽었다. 이번 저격범은 스물이었고 현장에서 사살됐다.
왜 그랬느냐고 물어볼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죽은 사람은 증언을 남기지 못하니까.
로버트 케네디를 쏜 사람도 20대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왜 다 20대가 총을 들고 가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를 쏘느냐고. 미국에 무슨 한이 있길래.
남자라는 공통점도 있고 손이 두 개라는 공통점도 있죠, 하고 옆에서 놀렸다.
그것 말고는 정말 이상한 지점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자기도 보자마자 그건가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라고.
여기서 방송이 뒤집힌다.
당시 시장은 이 사건을 트럼프의 호재로 읽었다. 지지율이 뛴다는 기사가 쏟아졌고 관련주가 움직였다.
그는 이게 트럼프에게 치명적이라고 했다.
왜 경호가 그렇게 허술했는지부터 짚었다. 미국에서 저격을 당하는 건 보통 민주당이나 진보 쪽 후보였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완전히 반대편이다. 오히려 시스템을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으로라도 갈아엎어야 한다고 말해 온 쪽이다.
그런 사람을 펜실베이니아에서 조용히 살던 스무 살짜리가 지붕에 기어 올라가서 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비밀경호국도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차라리 맞는다면 바이든이 맞는 게 그동안의 미국 암살 역사로는 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리고 이게 왜 악재인지를 설명했다.
2021년 의회 습격이 벌어졌을 때 트럼프는 미국 사회에서 거의 매장될 뻔했다고 그는 짚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쟤는 미국을 반으로 갈라지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미국인들에게 남북전쟁은 여전히 가장 무서운 단어라고 했다.
그렇게 매장됐다가 최근에 되살아나던 참이었는데, 이번 일로 사람들이 다시 깨달은 거라고 그는 말했다.
아, 쟤는 저런 존재였구나. 우리 분란을 정말 극단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존재였구나.
운이 조금만 나빴어서 트럼프가 사망했다고 생각해 보라고 했다. 진짜 내전이었을 거라고.
그 무렵 부통령 후보 지명도 있었다.
나와서 발표한 것도 아니고 트위터로 했다고 그는 말했다. 서른아홉 살 상원의원이었다.
그걸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자기는 아니라고 했다.
부통령 후보로 삼을 만큼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처음 입성할 때 데려간 자기 사람들과 다 싸우고 다 잘랐으니까, 회사처럼 다 잘라 놨으니까 이제 아무도 없다고.
트럼프 주변에 누가 기억나느냐고 그는 물었다.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는 원래 위험 인물이었다고 했다. 후보 레이스 전까지만 해도 지지가 높지 않았는데 그만한 사람이 없어서 이러고 있는 거라고.
지금 공화당 안에서 두려울 거라고 그는 봤다. 정말 대통령이 되면 저런 일이 또 벌어지거나, 반대로 저 사람이 자기 정적들을 저렇게 할 텐데 그러면 미국이 남아날까 하는 두려움.
중도층은 이런 총격을 레이건 이후 처음 보는 거라고 했다.
여기가 그날의 진짜 예측이었다.
바이든에게 물러날 명분이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그동안은 노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나이도 많은데 뭘 또 하느냐고. 그런데 이제는 미국을 위해서, 미국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 물러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 새 후보가 신성처럼 등장할 수 있다고. 미셸 오바마도 그동안 나올 명분이 없었는데 이제 생겼다고.
트럼프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통합을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안 어울려요. 오바마가 텍사스 가서 카우보이 모자 쓴 것처럼 안 어울린다고.
좋은 할아버지, 우리 다 아메리칸. 그런 옷은 그에게 안 맞는다고. 미국인의 상당수가 이민자인데 그걸 어떻게 하겠냐고.
그리고 심리 얘기를 하나 붙였다.
나르시시스트가 제일 아끼는 게 뭔지 아느냐고. 자기 자신이라고.
이번에 죽음을 살짝 맛봤으니 계속 생각날 거라고 그는 말했다. 지금은 센 척하지만 점점 기가 빠질 거라고.
그거치고는 총 맞은 다음 날 골프 치러 가셨던데, 하고 옆에서 받았다.
팔에 맞아서 병원에 있으면 무조건 당선인데 너무 건강하다고 그는 웃었다. 그래서 음모론이 나오는 거라고.
그런데 결론이 또 한 번 뒤집힌다.
그럼 민주당 테마주로 갈아타면 되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주식시장은 긴장해야 한다고.
돈 푸는 걸 멈출 수 있으니까.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가 계속 경합을 이루면 계속 지원이 있을 테니 오히려 괜찮은데, 트럼프가 확 떨어지면 그게 악재라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율과 주가 상승률은 거의 비슷할 거라고 그는 정리했다.
야 듣다 보니까 무슨 말이 되는 것 같은데, 하고 옆에서 말했다. 3회 만에 세뇌시켰다고.
그러고는 결국 삼성전자 10만 원으로 갔다.
그 무렵 삼성전자는 HBM을 못 만든다고 포트폴리오에서 소외돼 있었다. 하이닉스만 담고 이쪽은 비워 두는 게 기본이었다.
그런데 퀄 테스트를 통과할 것 같다는 말만 나오면 그날 2, 3퍼센트씩 올랐다.
여기서 그가 매니저의 사정을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3퍼센트 오를 때 매니저들은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왜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가 비어 있는 사람은 삼성전자가 오를 때마다 남들에 비해 등수가 뒤처진다고. 다들 삼성전자를 채운 말로 달리고 있는데 우리 말만 그게 없으면 따라갈 수가 없다고.
그래서 결국 다들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모든 매니저를 다 채우고 가는 거예요. 그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10만 원은 안 갈 수가 없다고. 96층에 있는 형을 오늘 저녁에 보러 간다고. 구하러 간다는 뜻이라고.
마지막은 내기였다.
11월에 대선이 끝나면 특별 생방송을 하자고 했다. 자기 말대로 후보가 교체되고 새 민주당 후보가 이기면 조선왕조 500년의 왕좌 세트를 만들어 놓고 다들 무릎을 꿇기로 했다.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 가능하냐고 그가 물었다.
뒤에 있는 거 임시 대표 해 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트럼프가 이기면 물폭탄을 준비하기로 했다. 왼쪽 다리 하나가 걸렸다는 말도 나왔다.
그날 그의 결론은 하나였다. 다들 음모를 찾을 때 이건 그냥 일어난 일이라고 했고, 다들 호재라고 할 때 악재라고 했다.
11월에 트럼프가 이겼다.
그러니까 이 편은 그가 크게 틀린 회차다. 그런데 다시 봐도 이상하게 재미있는 이유는, 이 사람이 반대편에 서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음모론을 하는 사람이 여기는 음모가 없다고 말하는 자리가 그날 방송에 한 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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