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9일 금요일, 전 세계 윈도우 컴퓨터가 한꺼번에 파란 화면을 띄웠다.
보안 회사의 업데이트 하나 때문이었다. 공항이 멈추고 병원이 멈추고 방송이 멈췄다.
한국은 피해가 적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엄청 큰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주말 내내 시간도 남고 비도 오고 해서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거 누가 했을까.
그가 떠올린 건 다이하드였다.
문제를 하나 크게 일으켜서 경찰을 한쪽으로 몰아 놓고, 그 사이에 뒤에 있는 금고를 턴다.
화면을 띄워서 이목을 집중시켜 놓고 뒤로 뭘 했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그는 말했다.
그러고는 날짜를 늘어놓았다.
7월 18일에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수락 연설을 했다. 19일에 블루스크린 사태가 났다. 21일에 바이든이 사퇴했다.
사퇴하기 전에 뭘 정리해야 하는 걸까요, 하고 그는 물었다.
스마트폰에서 뭘 지워야 하나. 컴퓨터를 포맷해야 하나.
그러고는 곧바로 물러섰다.
결론은 모르겠어요. 증거가 없어요. 너무 깔끔하게 해서 증거가 없어.
그다음이 그날의 백미였다.
심증은 뭐냐는 물음에 그는 슬라이드를 하나 띄웠다.
블루스크린의 파란색이었다.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라는 색이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걸 쓴다고 했다.
그 옆에 민주당 로고를 붙였다.
같은 파란색이었다.
잠깐만요, 하고 옆에서 끼어들었다. 지금 그 소리를 하시는 거냐고. 민주당 파란색을 전 세계 사람들 머릿속에 띄우려고 그랬다는 거냐고.
너무 유치하죠. 그가 그렇게 답했다.
그래서 바로 폐기했다고. 정말 유치한, 애들이나 들고 올 음모론이라고.
폐기한 것치고는 슬라이드까지 만들어 오셨는데요, 하는 말이 곧바로 나왔다.
색깔이 예뻐서요. 그가 그렇게 답했다.
이 사람의 방송을 오래 보면 이런 대목에서 웃게 된다. 폐기했다고 말하면서도 그 자료를 굳이 만들어 오고, 굳이 띄우고, 굳이 두 색깔을 나란히 놓는다.
여기서 진짜 관찰이 나왔다.
사고를 낸 보안 회사 주가는 30퍼센트가 빠졌다. 조사도 들어갈 참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파란 화면이 뜬 자리는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얘도 잘못했지만 저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도 있는 것 아니냐고 그는 말했다. 블루스크린이 수십 년째 안 고쳐지고 있잖아요, 하고.
그러고는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안 빠질까.
심지어 오르고 있었다.
여기서 그의 설명이 나왔다. 근거는 없고 심증만 있는 쪽이다.
블루스크린을 안 고치는 이유가 주기적으로 블루스크린을 보여 주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고. 일부러 허술하게 두는 거라고. 뚫고 들어올 수 있게.
왜 미국 관공서가 저걸 계속 쓰게 두는지 아느냐고 그는 물었다.
정보를 빼고 싶어서.
애플은 협상을 안 해 준다고 했다. 비밀번호를 스물여섯 자리로 만들고 안 뚫어 준다고. 그래서 관공서에 애플이 별로 없다고.
범용으로 쓰는 개구멍은 막지 말라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안 빠진 이유로 그가 최종적으로 든 건 다른 것이었다.
이미 세상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미 이 세상의 일부라서 이런 데미지가 안 통한다고. 모두가 다 쓰고 있으니까.
그러고는 아서 클라크의 문장을 비틀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했다.
충분히 큰 기업은 세상 자체와 구분할 수 없다고. 엄청나게 큰 기업은 이미 세상의 일부여서, 우리가 그걸 기업이라고 인지하지 않는다고.
충분히 큰 슈카월드는 유튜브와 구분할 수 없죠, 하고 옆에서 받았다.
블루스크린에서 시작한 의문이 결국 그를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이건 음모론이 아니라 분석이라고 그는 못을 박았다.
2011년에 G20에서 정한 게 있다. 2008년에 금융위기가 나고 2010년에 유럽까지 흔들리자, 정상들과 재무장관들이 모여서 이러다 세상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망하면 안 되는 금융기관 스물여덟 곳을 정했다.
말은 규제였다. 자본을 더 쌓아라, 포지션을 보고해라.
그런데 실제로는 국가 차원의 백업을 받은 거라고 그는 말했다.
여기 들어간 곳들이 왜 우리를 규제하느냐고 하지 않고 엄청 좋아했다는 것이다. 여기 들어가면 안 망하니까. 시스템적으로 중요하다고 공인받는 거니까.
멱살을 잡혀도 너무 좋은 거라고 그는 말했다. 돈도 싸게 조달되니까.
그리고 금융안정위원회라는 조직이 지금도 있다고 했다. 각국 정부와 그 기관들에 계속 편지를 보낸다고. 포지션을 다 까지는 않지만 내가 돈이 얼마 있고 무슨 사업을 하는지를 주기적으로 보고한다고.
무섭지 않으냐고 그는 물었다.
세계에서 제일 큰 금융기관 스물여덟 곳이 한 기관에 정기적으로 보고를 한다는 것이.
정보를 다 갖고 있잖아요, 하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는 약관에 하나하나 동의해야 뭘 할 수 있는데 얘들은 그냥 프리패스라고.
왜 이 사람들은 빚이 이렇게 많고 엉망진창인데도 안 망하는지, 그 답이 거기 있다는 것이다.
단단하게 보호받고 있는 거라고. 카르텔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고.
역사 시간에 배운 금융 자유시장 경제 같은 건 이제 없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블루스크린 이야기로 시작해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 목록으로 끝난 회차였다.
중간에 자기가 만든 음모론을 스스로 유치하다며 폐기하는 대목이 있었고, 폐기했다면서 슬라이드는 굳이 만들어 온 대목이 있었다.
이 사람의 방식이 그 안에 다 있다.
궁금하면 히스토리를 그린다고 그는 말했다. 앞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이상한 결론이 나오면 그것도 일단 가져와서 보여 주고, 스스로 아니라고 잘라 낸다.
증거가 없으면 없다고 말한다.
그날 그가 제일 여러 번 한 말이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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