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 연준이 별로 당황하지 않고 정리를 잘했다고 그는 말했다.
왠지 아세요.
포지션을 다 아니까.
연준의 정식 이름이 연방준비제도라고 그는 짚었다.
시스템이라고. 뱅크는 없고 시스템이 있을 뿐이라고.
그러면서 2008년의 정확한 저점이 언제였는지를 말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 의장이 증권사와 보험사의 부채까지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발언한 순간부터라고 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속기록이 다 남아 있다고.
그전까지는 아무도 안 했다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 쪽에서는 우리는 보험인데 증권사 문제로 왜 나를 불렀느냐고 했다. 모든 규제기관이 나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물러섰다.
그렇게 서너 번 미루다가 마지막에 이렇게 됐다고 그는 옮겼다.
에이씨, 야 그냥 하자.
그러고 나서 시가평가를 중단시켰다. 너 망한 거 아니다, 장부가로 해라, 마이너스 없애라. 거기에 예금보험공사가 다 책임지겠다고 붙이면서 시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국은 원래 규제기관들이 그렇게 협력하는 전통이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게 2012년에 확립됐다고.
누군가의 꿈이 거의 완성된 거라고.
그러면서 알렉산더 해밀턴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을 금융 국가로 만들고 싶어 했던 초대 재무장관이다. 그가 만든 회사가 지금 미국에서 예탁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하고 그는 말했다.
거의 모든 사람의 포지션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다음이 블랙록이었다.
운용자산이 10조 달러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 돈으로 1경 3천조 원, 미국 1년 GDP의 절반이다.
창업자가 채권 하던 사람이라고 그는 짚었다. 모기지 채권으로 돈을 벌었다가 크게 망한 적도 있다고.
블랙록이 언제부터 커졌는지를 그래프로 보여 줬다. 2008년과 2009년부터 쭉 커진다.
그리고 2020년에 결정적인 일이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가 터지자 연준이 회사채를 샀다. 중앙은행이 민간 자산을 직접 사는 건 금기시되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원래 사려면 뉴욕 연준이 사야 한다고.
그런데 그 집행을 블랙록에 맡겼다.
유동성 공급과 회수의 창구라는 평가가 거기서 나온 거라고 그는 설명했다.
전 세계 연기금이 그곳에 돈을 맡긴다. 우리 국민연금도 있을 거고 노르웨이도 있을 거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모든 흐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블랙록도 그 스물여덟 곳 중 하나다.
자유시장 경제는 없는 거예요. 그가 그렇게 말했다.
거래소도 이상거래를 확인할 때만 매매 내역을 들여다본다고 했다. 그런데 저쪽은 마음만 먹으면 본다고.
너무 기분 나쁘지 않아요, 하고 그는 물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간 거라고 생각한다고. 네가 뭔데 내 포지션을 보느냐고, 왜 현금을 없애고 왜 다 카드로 결제하라고 하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라고.
블랙록 주가가 2011년에 200달러였고 그때 800달러였다. 지수 상승률과 거의 같다고 그는 말했다.
그냥 금융시장의 일부가 된 거라고.
구글도 정보기관에 협조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에 다 난 얘기라고. 우리나라도 정보기관이 달라고 하면 준다고.
여기까지 오면 답답해진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없지 않느냐고,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옆에서 물었다.
복수는 해 줘야죠, 하고 그가 답했다.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사야지.
주말에 자기가 내린 결론이 그거였다고 했다. 이번 블루스크린 사태에서 세상은 엉뚱한 회사 하나에 책임을 넘기고 안 무너졌다고. 그래서 안 무너질 것 같은 주식을 찾았다고.
드래곤볼 일곱 개라고 이름을 붙였다.
블랙록, 마이크로소프트, S&P500 지수, 알파벳, 애플, 록히드마틴, JP모건.
옆에서 곧바로 받았다.
죄송한데 이거 저희 엄마도 아는 거예요.
어머니 전화 연결 찬스를 쓰겠다고 했다. 주식 일곱 개만 추천해 주세요. 애플이야. 어머니, 있어요. S&P. 어머니,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어머니, 있어요.
연준 뒤에 숨어 있는 어둠의 종목이 나올 줄 알았다고.
그의 항변은 이랬다.
2014년 이후로 얘들에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이렇게 올라간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어닝이 아니라고. 블루스크린 같은 사고와 상관없이 올라간다고.
어둠의 기운이 세계를 다 덮고 있는데 얘들은 그 안에 있는 애들이라고 그는 말했다.
튕겨 나가는 이벤트만 없다면, 개기지만 않으면 같이 가는 친구들이라고.
그 말을 하고 나서 그가 덧붙였다.
개기는 애가 요즘 하나 있죠.
주가 변동성이 유난히 큰 그 회사라고. 왔다 갔다 하면서 걸린다고.
그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산 미국 주식인데요, 하는 말이 따라 나왔다.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그가 그렇게 답했다.
그러면 국내는 어떠냐는 물음에 그는 한 줄로 답했다.
국내는 없어요. 돌봐주는 주식이 없어.
국내 없다 발언은 경고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종목이 아니라 섹터가 있다고 고쳤다.
그해 섹터별 등락률을 뒤져 봤다고 했다. 철강금속이 20퍼센트 넘게 빠졌는데 제일 좋은 게 뜻밖에 보험이었다고. 32퍼센트가 올랐다고.
요즘 보험이 오른다는 얘기를 아무도 안 하잖아요, 하고 그는 말했다.
그러고 포트폴리오를 하나 그렸다. 세상의 일부가 된 글로벌 메이저를 절반쯤 채우고, 나머지는 국내 섹터 중에 지금 잘 가는 쪽에서 고르라고.
여기서 그가 옛날 얘기를 하나 꺼냈다.
헤지펀드에 있을 때 쓰던 전략 중에 이런 게 있었다고 했다.
주식이 절대 안 빠질 것 같고 모두가 안 빠질 거라고 할 때, 의무적으로 5퍼센트를 숏 친다.
그리고 이 주식은 절대 안 오를 것 같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때, 그 주식을 5퍼센트 산다.
자기가 그 포트폴리오 팀 팀장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순간 좀 짠하네요, 하는 말이 옆에서 나왔다.
지금은 없어진 전략이라고 했다. 왜 아무도 안 보는 걸 사느냐고, 가는 걸 사야지 역발상을 너무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만 했어도 성공했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은 가는 놈만 가고 안 되는 애는 끝까지 안 된다고.
거래량이 안 터지면 영원히 죽어 있다고. 재료가 없으면 실적이 나도 거래가 안 들어온다고. 수급이 없으면 외국인도 절대 안 쳐다본다고.
그러고는 이 말을 했다.
종목 게시판에 그런 아저씨들이 계신다고. 오늘은 간다, 오늘은 간다 하면서 3년째 가고 계신 분들이 있다고.
그분들 영원히 소외되어 있다고요.
마지막 슬라이드에 중간에 일부 차익실현이라는 항목이 끼어 있었다.
괜히 그거 하나 넣어서 나중에 책임 회피용으로 쓰려는 거 아니냐고 옆에서 물었다. 잠깐 올랐다 빠지면 저기 적어 놨다고 하려는 거 아니냐고.
애널리스트들이 저런 걸 끼워 넣는지도 몰랐어요. 그가 그렇게 답했다.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는 문구 옆에, 중간에 일부는 팔았어야 한다는 문장이 늘 하나 끼어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는 투였다.
한 시간을 들여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설명하고 나서, 그가 내놓은 답이 누구나 아는 일곱 개였다.
그 사실을 옆에서 놀렸을 때 그가 화를 내지 않은 게 이 방송의 좋은 점이었다.
이 안에 있는 애들이니까요, 하고 한 번 더 말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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