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문장으로 시작했다.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안 입고 헤엄치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는 말이다.
이게 철학입니다, 하고 그가 말했다.
이거 저희 블로그에도 흔하게 써 있는 건데요, 하는 대꾸가 곧바로 나왔다.
그러고는 사자의 역사를 살펴보자고 했다. 사기 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그쪽 은어다.
첫 번째로 중국원양자원을 꺼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됐던 중국 회사다. 원양어선이라고 하면 보통 그물로 참치를 잡는데, 이 회사는 주낙을 내려 150미터 심해어를 잡는다고 했다. 중국에서 아주 비싸고 맛있는 고기라고.
2010년대였다. 중국 사람들이 원래 생선을 잘 안 먹다가 먹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돌던 때다. 여기에 원양 조업 독점권을 중국 당국에서 받았다는 소문이 붙었다.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이 국내 대형 수산회사를 훌쩍 넘겼다. 2014년 4분기에는 두 달 만에 열 배가 됐다.
애널리스트들이 탐방을 갔다.
배를 보자고 했더니 배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태평양에 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중국에 왜 왔지, 하는 상태로 밥만 먹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고 그가 회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사진을 띄웠다. 배가 세 척 있다는 사진이었다.
세 장이 다 같은 배였다.
물고기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각도만 살짝 튼 같은 사진에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가 있었다.
포토샵으로, 하고 그는 말했다.
2017년에 상장폐지됐다. 그리고 그 무렵 국내에 들어와 있던 중국 기업들이 줄줄이 문제가 됐다. 중국 기업의 신뢰도를 결정적으로 망가뜨린 사건이라고 그는 정리했다.
그러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실제 방식을 늘어놓았다.
몰래 공장에 들어가서 진짜 돌아가는지 본다. 드론을 띄워 위에서 찍는다. 경비 아저씨한테 슬쩍 가서 오늘 차 몇 대 나갔냐고 묻는다.
중국의 어느 커피 체인이 실적을 부풀렸을 때는 매장마다 사람을 보냈다고 했다. 아침부터 들어가는 손님 수를 세서 실적을 추정하고, 회사가 발표한 숫자와 맞춰 봤더니 안 맞았다는 것이다.
헤지펀드는 원유 저장 탱크를 적외선으로 찍는다고도 했다. 안에 얼마나 들었는지 보려고.
돈이 걸린 데는 그렇게 한다고 그는 말했다.
두 번째 사례는 청담동 주식부자였다.
2014년과 2015년에 크게 떴고 2016년에 문제가 됐다.
여기서 그가 자기 얘기를 했다.
그때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자기는 헤지펀드에 있을 때인데 누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저 사람은 개인인데 부가티도 있다더라, 너는 대학 나와서 월급쟁이나 하고 뭐냐고.
너무 짜증이 나서 그 사람 블로그에 들어가 봤다고 했다.
달러가 아주 강했던 시기였는데, 자기가 그걸 미리 예상하고 한국은행에 가서 달러로 환전해 크게 벌었다고 써 있었다.
한국은행은 개인 환전을 안 해 준다.
그때 알았다고 그는 말했다. 아, 얘는 사자다.
사기를 되게 띄엄띄엄 치네, 하고 그가 덧붙였다.
세 번째는 스케일이 크다는 것이었다.
1993년에 캐나다의 한 광산회사가 인도네시아에서 4천만 온스짜리 금맥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996년에는 그게 2억 온스가 됐다.
2억 온스면 전 세계 추정 매장량의 20퍼센트라고 그는 짚었다.
주가가 폭등했다.
1997년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큰 광산회사에 맡겨서 캐 보라고 했다.
없는데요.
그러고 폭락했다.
다 있다고 하면 믿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지질학자도 있고 학자들이 붙어 있으니까.
믿음의 매매를 하는 거라고.
네 번째가 판별법이었다.
허세를 부리는데 디테일이 없다는 것이다. 자료를 달라고 하면 못 준다. 줘도 이상하다. 그 바닥 사람이 보면 한마디에 안다고 했다.
말이 자주 바뀌고, 틀리면 남 탓을 한다.
지금 어디서 한 사람을 사자로 몰고 계신 거 아니냐는 농담이 오갔다.
그러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슈카 님한테는 어떻게 샀느냐면, 허세를 부리시기에는 차가 똥차여서 그랬다고. 마세라티 타고 다니는 줄 알았다고.
여기서 그날의 본론이 나왔다.
원래 우리나라 금융당국과 정부는 부동산을 부양하는 쪽인데, 그 무렵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6개월 안에 정리하라고 아주 세게 나왔다는 것이다. 정리 안 하면 감사로 들어가겠다는 식으로.
댐이 빵 터지는 것보다 조금 열어서 빼자는 쪽인 것 같다고 그는 봤다. 업계 사람들을 만나 보면 그렇게 말한다고.
물을 뺄 것 같아요, 하고 그가 말했다.
그러면 앞서 말한 대로 누가 수영복을 안 입었는지가 드러난다.
우리가 그걸 지금 들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그가 그렇게 덧붙였다.
금융권이 부동산업에 내준 대출이 우리 GDP의 25퍼센트라고 했다. 은행은 가려서 해서 괜찮지만 사업용 부동산은 조심하시라고.
그리고 현금을 많이 들고 있는 쪽에는 기회라고 했다.
여섯 개 중에 네 개가 틀리셨는데 이 뷰를 믿고 우리 스튜디오 확장을 그만둬야 하냐는 놀림이 그때 나왔다.
그러고 그가 도스토옙스키를 꺼냈다.
사자들은 이야기를 넓게 펼쳐서 주제를 희석시키거든요, 하고 옆에서 곧바로 견제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대심문관 대목이었다.
15세기 스페인에 예수가 다시 나타난다. 종교재판이 한창이라 사람들이 죽어 나가던 때다. 예수가 기적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다독이고 있는데, 지나가던 대심문관이 부하들에게 잡아넣으라고 한다.
딱 보고 알아본 것이다.
밤에 감옥으로 찾아가서 화를 낸다. 내일 화형에 처하겠다고.
예수는 한마디도 안 한다.
대심문관이 이렇게 말한다. 왜 다시 와서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려 하느냐고. 당신이 1500년 전에 자유를 줬고, 그 뒤로 사람들은 그 자유를 우리에게 반납했고, 우리는 그걸로 체계를 만들어 그 아래서 다들 살아가고 있는데.
왜 와서 이 질서를 무너뜨리려 하느냐고.
한참 그러고 나면 예수가 아무 말 없이 일어나서, 그 노인에게 축복의 키스를 하고 나간다.
이야기가 거기서 끝난다.
그러고 그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생각보다 진실을 그렇게 원하지 않는다고. 막상 진실이 눈앞에 오면 회피하고 싶어진다고.
설마 여섯 개 중 다섯 개를 틀린 게, 사람들이 어차피 진실을 원하지 않으니까 그들을 위해 그런 거라는 얘기는 아니겠죠. 옆에서 그렇게 물었다.
그가 답한 문장이 이 회차에서 제일 좋았다.
진실은 밝히는 게 아니에요. 끝까지 쫓아가는 거지.
수평선처럼 죽을 때까지 쫓아만 가는 게 진실이고 공정가격이고 목표주가라고. 못 맞춘다고.
변명이 굉장히 철학적인데요, 하는 말이 나왔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길게 듣다 보니까 좀 용서하는 마음이 생기네.
마지막에 그는 사람 하나를 가져왔다.
전 뉴욕 연준 총재였던 윌리엄 더들리다. 2월까지만 해도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던 사람이 7월에 갑자기 내려야 한다고 매체에 기고했다. 그 무렵 주식이 빠진 이유 중 하나였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그가 슬라이드를 띄웠는데, 이력이 서른 줄쯤 적혀 있었다.
제발 세 줄 이상 적지 말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잖아요, 하는 말이 나왔다. 이게 애널리스트의 문제라고.
그가 반박했다.
사자는 디테일이 약한데 나는 엄청 디테일하잖아요.
그러고는 정말로 디테일한 얘기를 했다. 뉴스에 빌 더들리라고 나오길래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윌리엄을 왜 빌이라고 부르는지 찾아봤다고.
원래 독일 쪽 발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빌헬름 텔의 그 빌헬름이 윌리엄이라고. 에드워드가 테드가 되고 로버트가 밥이 되는 것도 같은 식이라고.
우리 고품격 주식 방송인데 지금 신기한 걸 하고 계신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고 나서야 본론이 나왔다. 그 사람이 1986년부터 2007년까지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였고, 2007년에 뉴욕 연준의 실무 총책임자가 됐고,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뉴욕 연은 총재였다는 것.
금융위기가 한창이고 질서가 재편되던 그 한복판에 있던 자리다.
연준의 심장은 뉴욕 연은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자를 알아보는 법을 한 시간 말한 사람이, 마지막에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을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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