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렸다는 뉴스는 노이즈라고 그는 말했다.
올렸네요, 안 올린다네요. 그건 아무 소용 없는 정보고 시간 낭비라고.
지금 일본은행이 역사적 맥락에서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알아야 다음에 뭘 할지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려면 2011년 3월 11일부터 가야 한다고.
그날 그는 트레이딩룸에 있었다.
국채 선물을 잔뜩 숏 치고 있었고, 같은 팀에서 누군가 엔 숏에도 잠깐 들어가 있었다.
장 끝나기 15분쯤 전이었다. 화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에 지진이 났다고 했다. 지진이야 날 수도 있지, 했는데 역대 최대 지진이었다.
그래서 다들 일본이 어려워지겠다고 보고 엔 약세에 베팅했다. 처음엔 실제로 빠졌다.
그런데 올라가기 시작했다.
위기가 오면 엔이 안전자산으로 들어오는 자리라서 그렇다고 그는 설명했다. 게다가 일본에는 그런 일이 생기면 기업들이 해외에 있는 현금을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는 법이 있었다. 캐리가 통째로 풀린 것이다.
불꽃 같은 기세로 올라갔다고 그는 말했다. 쫓아가던 사람들이 전부 기절했다고.
우리 팀장님이 정말 빛의 속도로 도망쳐 나왔던 날, 하고 그는 그날을 그렇게 기억했다.
그다음이 이 회차에서 제일 강한 장면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기가 멈췄다. 다음 날 1호기가 터졌다. 하루 종일 헬리콥터가 물을 뿌리는 화면이 나왔다.
그날 트레이딩룸에서 사람들이 뭘 하고 있었는지를 그가 말했다.
원자로 온도계를 옆에 띄워 놨다는 것이다. 온도가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는 게 보였고, 특정 온도를 넘으면 폭발할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그래서 온도가 올라가면 위험자산을 버리고 안전자산으로 갔다. 온도가 내려가면 주식이다 주식이다 하면서 들어갔다.
자본주의는 차갑다, 하고 그는 말했다.
그런 시절이었다고.
그리고 하나를 더 붙였다.
그때 아내가 막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야 미안해, 나 회사 갈게.
그 시기에 쓴 보고서를 그가 그날 자료로 가져왔다. 산후조리 기간에 쓴 거라고, 그래서 아직도 좀 억울하다고 했다.
여기서 그가 짚은 게 뜻밖이었다.
후쿠시마 사고의 1차 관리 책임과 피해 보상을 지금도 도쿄전력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아니다.
우리 같으면 당연히 총리나 부처가 나서서 대책을 만들 텐데, 저기는 정부가 뒤에 있고 자회사가 앞에 나온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총리는 도망가려는 도쿄전력 사람들에게 도망가면 다 죽인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교훈이 있죠, 하고 그가 말했다. 이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누가 나가야 하느냐고.
옆에서 답이 곧바로 나왔다. 코믹스 팀장.
그러고 그가 조용히 한 말이 있다.
동일본 대지진 뒤에 일본 엘리트들이 얼마나 많이 나갔는지 아느냐고. 후쿠시마 조사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다 이민을 갔다고.
지금 일본에 원자력 학자가 별로 없다고 그는 말했다.
왜 그런지 아세요. 망할 줄 알고 나간 거예요.
당시 총리가 도쿄 소개령을 심각하게 검토했다는 얘기도 그때 나왔다. 방사성 물질이 거기까지 올 수 있었고, 실제로 더 세게 터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일본 사람인데 10년 전에 도쿄에서 30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진 데서 그 일이 났다고 생각해 보라고 그는 말했다.
그걸 알아야 지금 일본을 알 수 있다고.
그 뒤로 일본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위기감을 느꼈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가 이러다 망하는 게 아니라 그냥 소멸되는 거 아니냐는 감각.
그래서 보수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사람이 아베에게 집결했다. 2007년에 배가 아파서 그만둔 사람을 다시 데려온 것이다.
아베가 최적임자라서가 아니라, 모든 계파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라고 그는 봤다.
여기서 그가 아베 이야기를 하며 붙인 말이 좀 뜻밖이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베한테 좀 연민을 느껴요.
굉장히 쉬고 싶어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고. 원래 종합상사에 다니던 사람인데 위의 형들이 네가 그래도 그나마 똑똑하니 하라고 해서 정치로 들어온 거라고. 외조부가 그런 집안이었으니까.
자기는 그냥 평화롭게 살고 싶었던 사람인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정권을 다시 잡으려고 중의원 해산을 선언하자마자 니케이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경제가 좋아져서가 아니라고 그는 짚었다. 아베노믹스를 하겠다고 이미 공표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그때 엔이 80엔이었다. 나중에 160엔까지 갔다. 반토막이 난 것이다. 니케이는 그 사이에 두 배 반이 됐다.
여기서 그가 자기 지론을 다시 꺼냈다.
가격이 저렇게 움직여서 경제지표가 바뀐 거라고. 정치가 정책을 정한 것뿐이라고.
시장에서 경제지표 얘기하는 건 하수라고 그는 말했다. 다 지나고 나서는 나도 얘기할 수 있다고. 경제가 안 좋았네요, 하고.
돈을 벌려면 가격을 알아야 한다고.
그래서 애널리스트를 오래 못 한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베노믹스의 별칭이 세 개의 화살이다. 대담한 금융정책, 기민한 재정정책, 그리고 성장전략.
세 번째는 못 했다고 그는 말했다. 화살은 원래 자기가 쏘는 게 아니니까 논리적으로도 안 맞는다고.
그런데 그가 진짜 하려던 건 그 이름 이야기였다.
일본에서 화살 세 개는 목숨을 건다는 뜻이라고 했다. 전장에서 장궁을 쓰니까, 화살 세 개로 적을 못 죽이면 내가 죽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1965년 국회 기록을 꺼냈다.
의원들이 당시 방위청 장관에게 그 이름을 아느냐고 묻는 대목이다. 자위대 안에 있던 연구회에서 한반도 재진입 방안을 도상으로 연구하고 있었고, 그 연구의 이름이 그것이었다.
그 세 개의 화살이 무엇이었는지를 그는 이렇게 읽었다.
첫째, 한반도에 전쟁이 난다. 둘째, 한반도에 핵이 터진다. 셋째, 일본이 정리하러 들어간다.
우익의 상징인 사람이 경제정책에 하필 그 이름을 붙였다는 게 그의 포인트였다.
왜 그 이름을 갖다 썼냐고 그는 물었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한반도를 다시 먹겠다는 게 아니라고 짚었다. 2차대전에서 진 것을 미국에게 다시 인정받겠다는 뜻이라고. 한반도로 들어감으로써 아시아에서 우리를 미국의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아베노믹스는 이게 전시 상황이라는 선언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시 옛날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그렇게까지 해석한 한국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오자마자 한국에서도 분석해서 낸 사람들이 있었다고. 자기는 다 읽고 얘기하는 거라고.
그러고 나서 일본은행 얘기로 돌아왔다.
아베 시절의 총재는 정치적 기반이 하나도 없는 평민 출신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세게 나갈 수 있었던 건 뒤에 아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아베가 실각했다는 건 그 힘이 그에게서 신임을 거뒀다는 뜻이고, 그래서 그 총재도 결국 잘렸다고.
지금 총재는 학자다.
그가 이번에 왜 그렇게 세게 나왔는지를 그는 이렇게 봤다.
정치적 압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정부에는 독립적이지만 연준에는 독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엔 정치 전화가 안 왔으니 학자로서 중앙은행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한 거라고.
지금은 우리가 올릴 때고 미국이 내릴 때다.
강하긴 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그게 오판이었다는 것이다.
주식이 무너지자 얼마 전까지 파월을 욕하던 사람들이 이번엔 일본은행을 욕하기 시작했다.
사고는 사장이 치고 뒤치다꺼리는 쫄병이 하는 거예요. 그가 그렇게 정리했다.
그러고는 3일 만에 부총재를 내보내 납작 엎드렸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되느냐.
다음은 연준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파월이 직접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우리가 뭔가 오판한 것 같다고 할 때 제일 먼저 나오는 자리가 따로 있다고.
미니애폴리스라고 그는 짚었다. 워싱턴에서 먼 변방 쪽에서 먼저 얘기해 주는 게 패턴이라고. 의사록에 내리면 안 된다고 적어 놓은 사람들은 체면이 있어서 못 하지만, 저쪽은 아무 말도 안 해 놨으니까 할 수 있다고.
오늘이 수요일이니 내일쯤 할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 실제로 내리고 안 내리고는 상관없어진다고 했다.
금리는 이미 다 내려갔고 지금은 의지의 문제라고. 폭락하는 걸 중앙은행이 막아 줄 것이냐 아니냐를 보여 주느냐 마느냐라고.
이번에 무너진 이유가 중앙은행이 의지를 안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문장이 그날의 결론이었다.
다 11월에 맞춰져 있다고. 대선을 향해서 스케줄이 짜여 있다고.
그러니까 11월까지는 롱 포지션이라고 했다.
그런데 11월이 끝나면 그 보호장치가 사라진다고. 그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잭슨홀에 가서 형님 제가 실수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고 물으면, 다들 모여서 한 석 달만 기다리라고 할 거라고 그는 말했다.
다음에 화면에 나오는 일본은행 총재의 표정을 잘 보시라고도 했다.
정말 싸한 표정일 거예요, 하고.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