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5일에 변동성 지수가 38까지 올라갔다.
코로나가 터진 2020년 3월에 82를 찍은 게 역대 최고인데, 그 뒤로 이 정도까지 온 건 몇 번 안 된다고 그는 말했다.
변동성이 뭔지부터 그가 고쳤다.
빠지는 게 변동성이 아니라고. 시장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쫙 퍼지는 것이라고. 어떤 사람은 여기라 하고 어떤 사람은 저기라고 하는 상태.
그러면 8월 5일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이걸 그냥 변동성 한번 크게 왔네 하고 넘어갈 거냐고 그는 물었다. 아니면 변동성이 근원적으로 뭔지를 볼 거냐고.
그러고는 138억 년 전으로 갔다.
이번 주 대응을 물었는데 왜 빅뱅 얘기를 하고 계시냐는 말이 곧바로 나왔다.
갈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답했다.
빅뱅은 다들 안다. 물질과 에너지와 시간과 빛이 한 점에 있다가 터진 것이다.
그런데 폭탄이 터지면 균질하게 터지지 않느냐고 그가 물었다. 힘이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퍼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주는 안 그렇다. 대부분 비어 있다지만 별이 있고 우리도 이렇게 물질로 뭉쳐 있다.
왜 그럴까.
양자요동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진공에도 미세한 요동이 있다는 것이다. 물질과 반물질이 10의 마이너스 26제곱 초 동안 생겼다 사라진다. 존재했다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도 뭔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거라고 했다.
그 미세한 요동이 초기 우주에 밀도 차이를 만들었고, 거기에 중력이 작용해서 물질이 뭉쳤다. 그래서 별이 생기고 우리도 생겼다.
우주가 형성되려면 그 요동이 필요했던 거라고 그는 말했다.
빅뱅도 사실은 요동이 있었던 거라고.
여기서 그가 자기 얘기를 하나 했다.
제가 도서팀장이 되고 나서 책이 왜 안 나오는지 아시겠죠.
이번 주 주가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면 양자요동 얘기를 하고 있으니 책이 나올 수가 없다고. 경제사를 쓰려고 하면 처음에는 미국 역사로 들어갔다가 점점 뒤로 가서 어디까지 가야 책이 써지는지 모르겠다고.
다음 장표가 태양계였다.
우리는 태양을 중심으로 별들이 도는 납작한 원반을 상상하는데, 실제로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중심에서 멀어지는 동시에 돌고 있다는 것이다.
나선이다.
주식 방송에서 이걸 볼 줄 몰랐다는 말이 나왔다.
정말 쇼킹하지 않냐고 그가 물었다. 주식이랑 비슷하지 않냐고.
주식이 오를 때 직선으로 안 가잖아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가잖아요.
저 돌고 있는 게 주식이라고 그는 말했다. 가운데로 곧게 가는 게 아니라고.
직선으로 움직이는 건 없다고. 달력도 그렇고 계절도 그렇고 다 도는데, 우리는 시간도 계좌도 직선으로 인지한다고.
블랙홀도 세차운동을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도 움직인다고.
이쯤에서 종교가 하나 만들어졌다.
우리 로그인교 하자고 그가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로그아웃이라고.
가입하시는 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됩니다, 하고.
그러고는 인식의 틀 얘기를 했다.
서양은 시간을 직선으로 본다고 했다. 그래서 종말론이 있다고. 기독교도 유대교도 그렇고 북유럽 신화는 아예 신까지 다 죽는다고. 끝점을 향해 다가간다는 감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산업혁명도 대항해시대도 나온 거라고.
동양은 돈다고 생각한다고. 윤회가 그렇고 태극이 그렇다고.
세상의 원리는 직선성과 순환성이 같이 가는 건데 인식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거라고 그는 봤다.
그다음이 이 회차에서 제일 좋았던 대목이다.
뉴턴 이후로 인간의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고 그는 말했다. 이대로 가면 우리가 모든 걸 밝혀낼 수 있겠다고.
그게 꺾인 게 1차대전이었다.
이성적인 존재가 됐다고 믿었는데 참호전에서 젊은이 수백만 명이 죽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젊은 과학자들이 학교로 돌아왔다.
선배가 없었다. 동료도 없었다. 다 죽어 있었다.
그러니 기성세대를 불신하게 된 거라고 그는 말했다.
당신들이 우리 세대를 다 죽였는데 우리가 왜 그 말을 들어요.
그 틈에서 양자물리학이 자랐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조차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젊은 사람들이 밀고 갔다.
그들이 세운 태도가 이거였다.
우리는 원인을 알 필요 없다. 결과만 알면 된다.
그러고 이중슬릿 이야기를 했다. 설명 안 해도 된다는 만류를 뿌리치고 굳이 했다.
틈 두 개를 만들어 놓고 빛을 쏘면 뒤에 파동 무늬가 생긴다. 그런데 전자를 하나씩 쏠 수 있는 기술이 생겨서 하나씩 쏴 봤더니, 알갱이니까 틈 모양대로 두 줄이 찍혀야 하는데 여전히 물결무늬가 생겼다.
이상하니까 어디로 가는지 보려고 카메라를 달았다.
그러자 무늬가 사라졌다.
우리가 보려고 하면 과정을 안 보여 준다고 그는 말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고.
그런데 결과는 확률적으로 아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고.
이 세계는 우리에게 과정을 철저히 숨긴다.
그가 그날 하고 싶었던 말이 그거였다.
주식이랑 똑같잖아요, 하고 그는 덧붙였다.
20분 빌드업 끝에 빅뱅에서 삼성전자까지 도착했다.
삼성전자가 9만 원이 됐는데 왜 9만 원이 됐는지는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반도체를 많이 팔아서라고 하지만 그건 사후 설명이라고.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건 오늘 종가뿐이라고. 사람들이 실적을 보고 달려들었는지 아닌지도 사실은 알 수 없다고. 산 사람 전부에게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우리나라 주가가 왜 이러냐는 질문은 공허한 거라고 그는 말했다.
빠지고 나면 이것 때문에 빠진 것 같다고 하고, 오르면 이것 때문에 오른 것 같다고 하는 것뿐이라고. 내일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내일 주가가 나오면 또 설명하는 거라고.
그럼 외국인은 어떻게 알고 들어가느냐는 물음에 그가 답했다.
외인도 모르는 거죠.
결론이 여기서 나왔다.
양자물리학은 원인은 모르겠고 왜 그렇게 되는지도 관심 없고, 결과만 보고 다음 결과를 예측하겠다고 한 학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주식은 아직 그게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자기는 그쪽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너무 많고 정보가 너무 많으니까, 결국 우리는 결과에 집중해서 파악하고 인사이트 같은 건 나중에 양념으로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지난 17년의 결과예요. 그가 그렇게 말했다.
이 회차를 다시 보면 이상한 지점이 하나 있다.
한 시간 동안 그가 한 일은 원인을 파고드는 것이었다. 8월 5일에 왜 그랬는지를 알려고 우주의 시작까지 갔다.
그러고 도착한 결론이 원인은 알 수 없으니 결과만 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걸 알기 위해 매주 원인을 파는 사람이다.
세계가 과정을 숨긴다는 문장은 포기 선언처럼 들리는데, 정작 그 말을 하기까지 그가 들인 시간이 그 반대를 증명한다.
책이 왜 안 나오는지 아시겠죠, 하고 그가 스스로 말한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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