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이야기로 시작했다.
교환이 없던 시대에는 자본주의가 발달할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쌀을 심어서 먹고 끝나면 그걸로 끝이니까.
교환이 제도가 되면 상업이 되고, 그걸 나라끼리 하면 무역이 된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붙였다. 우리가 서로 7천만 원이라고 하면서 거래하면 그게 7천만 원짜리인 것처럼 느껴지고, 그러면 그걸로 뭘 할 수 있게 된다고.
가격이 올라가고, 올라간 가격을 인정하면 그게 가치가 된다고.
산업혁명으로 생산물이 급격히 늘자 다들 팔아야 했다. 나도 팔고 싶고 너도 팔고 싶으니 싸운다. 그게 제국주의로 가고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간다.
2차대전이 끝나고서야 전쟁으로는 사람만 죽고 얻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관세와 무역에 관한 협정에서 시작해 자유무역 체제가 만들어졌다.
트럼프 이후로 관세가 부활하긴 했지만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그게 우리에게는 다행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이 전후의 자유무역 기조와, 운 좋게도 냉전 구도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나라였던 거죠. 그가 그렇게 말했다.
1962년부터 수출진흥확대회의라는 걸 했다. 민간과 관료를 다 모아 수출을 어떻게 잘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마산에 수출자유지역이 생겼다.
그리고 2023년 수출이 6300억 달러가 됐고 그해 목표가 7000억 달러였다.
수출은 잘되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하다고 느끼느냐는 물음이 나왔다.
낙수를 기다리면 됩니다. 그가 그렇게 답했다. 언젠가는 너와 함께하겠지, 하고.
여기서 그날의 본론이 나왔다.
우리나라 수출 데이터를 가진 데가 셋이라고 했다. 세금을 매겨야 하는 관세청, 산업 부처, 그리고 민간 단체인 무역협회.
무역협회 데이터가 애널리스트 할 때도 자격증 딸 때도 정말 좋았다고 그는 말했다.
왜 좋으냐는 물음에 그가 든 이유가 재미있었다.
검열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업체가 신고하면 그대로 집계되는 구조라서 그렇다고. 그리고 워낙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회원들을 위해 아주 깔끔하게 공개해 준다고.
돈을 안 내도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걸 누가 공짜로 줘요. 그가 그렇게 말했다. 딴 데서는 돈 내고 봐야 한다고.
자기는 우리나라 실업률은 안 본다고 했다. 그런데 무역 데이터, 뭘 팔고 뭘 사 오고 얼마나 파는지는 아주 많이 본다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기를 보여 주는 시금석이니까.
그러고 이 문장을 붙였다.
데이터는 뉴스보다 빠르다.
7월 데이터를 8월 중순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품목마다 코드가 붙어 있어서 그것만 치면 그래프까지 그려 준다고 했다.
화장품을 예로 들었다. 2019년부터 확 좋아지는 게 보인다.
그런데 그 무렵 대형 화장품 회사 주가가 급락했다.
여기서 그가 짚은 게 이 회차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이었다.
데이터를 보고 화장품이 좋으니 화장품주를 샀다면 안 맞았을 거라고. 왜냐면 저 화장품이 누구 화장품인지를 알았어야 한다고.
거기 화장품이 아니고 딴 데 화장품이 팔린 거예요.
대형사 위주로 팔리던 게 2010년대였고, 지금은 작은 브랜드와 온라인 위주로 팔린다는 것이다.
큰 데이터만 보면 그 업종 전체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시대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품목도 가려서 봐야 한다고 했다. 기계류처럼 특정이 안 되는 것도 있고, 자동차 부품처럼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만드는 데가 몇 곳 없는 것도 있다고.
그러면서 그날 그가 가져온 게 방산 소재를 만드는 회사였다. 포탄을 많이 팔았고 실적이 나왔는데 주가는 빠져 있었다.
우크라이나 쪽 수출 데이터가 안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
막은 게 아니라 원래 없는 거라고 그는 정리했다. 거기 직접 파는 게 아니니까. 미국이 사고 폴란드가 사는 거라고.
그리고 자기가 말하는 모범 사례를 하나 꺼냈다.
친구의 남자친구가 다니는 회사 얘기였다.
그분이 야근을 아주 많이 하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회사 주식을 샀다고 했다.
내부자 정보는 안 됩니다, 하는 말이 곧바로 나왔다.
들은 게 아니라고 그가 답했다. 직원들이 일을 많이 한다는 것 말고는 아무 정보도 아니라고. 그냥 야근을 많이 한다길래 추리를 한 거라고.
야근은 우리도 많이 하는데요, 하는 대꾸가 붙었다.
그런데 그다음에 해외로도 나가신다고 하더라고요. 그가 그렇게 말했다.
잘되니까 나가는 거잖아요.
성공했다고 했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그러고 그가 정리했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 주는 거라고. 오늘은 이 종목이 걸렸을 뿐이지 자기가 하는 건 이걸 당기는 법을 알려 주는 거라고.
그러니 다들 자기가 다니는 회사, 자기와 관련된 산업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그냥 감으로 사지 말고, 데이터로 뒷받침이 된 상태에서 매매를 하시라고.
화학 쪽에 계시면 화학 쪽 수출 데이터를 보면 바로 눈치챌 수 있다고. 방산 쪽에 계신 분들은 당연히 아실 거라고.
물론 이런다고 100퍼센트 버는 건 아니라고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
미끼만 먹고 떨어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하룻밤 내내 한 마리도 안 잡히면 속 터진다고.
마지막은 그 주 전략이었다.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목요일 아침에 달리면 우선 올라타자고 그는 적어 놓았다.
그런데 그가 그 자리에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이미 다 프린팅했을 거라고. 지금쯤 회의 자료가 다 타이핑돼 있을 거라고.
그걸 몇 명이 볼 것 같으냐고 그가 물었다.
적어도 100명은 볼 거라고.
음모론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날 예상은 이랬다. 미국이나 유럽은 긴축을 좀 늦출 텐데, 신흥국은 이미 금리가 낮으니 천천히 하라는 쪽으로 갈 거라고.
그러면 달러가 약해진다.
금융완화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금리를 내리거나, 달러를 약하게 만들거나, 유동성을 넣거나.
금리는 이미 거의 다 썼고 유동성은 부담이 크니, 남은 건 달러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그날 원달러가 큰 음봉을 그리며 밀렸다. 주식도 빠졌다.
보통은 주식이 빠지면 환율이 오른다고 그는 짚었다. 그런데 이번엔 둘 다 빠졌으니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잭슨홀을 기다리는 주식쟁이들은 차익실현을 한 거고, 잭슨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달러를 판 거라고.
세상만사가 다 잭슨홀로 연결되는 것 같다는 말에 그가 답했다.
저는 진짜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번에 좋든 안 좋든 큰 게 와야 됩니다.
한 시간 동안 교환의 역사에서 시작해 무역협회 회원가입까지 온 회차였다.
종목 이름은 하나 나왔는데, 그날 그가 진짜 주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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