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직전 방송이었다.
그 주에 그의 뷰가 틀렸다.
밤에 자꾸 누가 쫓아오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삼성전자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 같다고. 가위에 눌리고, 한 시간마다 일어나서 안 움직이는 걸 알면서도 계속 본다고.
엔비디아가 오르게 해 달라고 기도했더니 하이닉스만 오르더라고 했다.
기도를 정확하게 했어야지, 하고 옆에서 말했다.
그가 그날 가져온 건 일본 요괴였다.
이름이 오쿠리이누다. 보내는 개라는 뜻이다.
밤에 산길을 혼자 걸어가면 눈 가장자리에 뭔가 왔다 갔다 하는 게 있다. 개처럼 생긴 것이 계속 따라온다.
정말 개 같은 상황이네요, 하는 말이 나왔다.
그 요괴는 사람이 넘어지면 달려들어 물어 죽인다고 했다.
제가 그런 심정이었던 거죠. 그가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교훈이 있다고 했다.
겁먹거나 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천천히 걸어서 의연하게 가면 괜찮다고.
넘어졌을 때도 그냥 아이고 쉬었다 가는 거야, 하고 태연하게 있으면 안 그런다는 것이다.
5퍼센트 물린 것 정도는 의연해라, 뭐 그런 말이죠. 옆에서 그렇게 정리했다.
어느 지역에서는 그 요괴가 늑대로 표현된다고 했다. 개와 늑대는 유전적으로 0.04퍼센트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그래서 늑대인간 얘기로 넘어갔다.
늑대인간 전설은 대부분 유럽에 있다고 그는 짚었다. 한국 전래에서 늑대로 변한다는 사람을 들어 본 적 있느냐고.
우리나라 최대 포식자는 호랑이라서 늑대가 명함을 못 내민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로마 시인이 남긴 기록을 하나 가져왔다.
길가에 친구가 있길래 봤더니 옷을 벗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옷에 오줌을 싸고 숲으로 도망갔다고. 늑대로 변해서.
우리 친구는 술 마시면 개가 된다는 얘기를 고급스럽게 써 놓은 것 같은데요, 하는 말이 나왔다.
그럴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늑대인간 설화가 다 늑대인간 이야기가 아니라, 개 같은 놈이었다는 걸 우의적으로 표현한 걸 수도 있다고.
추석 명절에 가끔 그렇게 변하시는 분이 있죠, 하는 말도 붙었다.
늑대인간 이야기가 지금 형태로 굳은 건 유럽의 마녀사냥 때라고 그는 설명했다. 여자는 마녀로, 남자는 늑대인간으로 잡혀서 종교재판에서 같이 처형됐다고.
그런데 그때 잡힌 사건들에는 대개 식인이 얽혀 있었다고 했다.
먹을 게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고. 잡고 보니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거라서, 신의 피조물이 이럴 리 없으니 얘를 늑대로 분류한 것 같다고.
늑대인간은 언제 변하나. 보름달이 뜰 때다.
드래곤볼도 그렇다고 그는 말했다. 주인공이 보름달을 보면 괴물 원숭이가 된다고.
이거 몇억 명이 본 만화예요, 하고 그가 덧붙였다.
사람도 보름달을 보면 뭔가 두근두근하지 않느냐고 그는 물었다.
한가위에 달을 보면 욕망의 스위치가 켜지면서 지르자 하는 게 온다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가위에 뭘 질러요, 하고.
여기서 그가 달 자체를 파기 시작했다.
달은 지구 직경의 27.3퍼센트라고 했다. 태양계에서 모행성 대비 이 정도로 큰 위성은 드물다고.
그리고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29.53으로 똑같다. 그래서 우리는 늘 한쪽 면만 본다.
지진파로 속을 봤더니 생각보다 비어 있다고도 했다.
그래서 달이 인공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스타워즈의 데스스타처럼 지구를 감시하려고 만들어 놓은 거라고.
쓸데없는 걸 누가 만들겠어요, 하는 반박이 나왔다.
내가 한 얘기가 아니고요, 하고 그가 답했다.
달 착륙 음모론으로 넘어갔다.
그가 소개한 영화가 있다. 실제로 달에 가긴 가는데, 생중계가 실패할 수도 있으니 스튜디오를 하나 만들어 플랜B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다.
자기가 아는 한 이 음모론을 가장 유쾌하고 실제에 가깝게 만든 영화라고 그는 평했다.
자기 생각도 그렇다고 했다. 달에 가긴 갔는데 영상은 좀 준비했을 수도 있다고.
그러고 근거를 하나씩 늘어놓았다.
착륙선 실험이 가기 직전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 처음 가서 쭉 내려와 앉았다가 아무 문제 없이 다시 올라왔다고.
아폴로 11호는 사람이 간신히 앉을 공간뿐이라 무게중심이 예민한데 착륙이 너무 매끄러웠다고도 했다.
원본 테이프가 없어졌다는 것도 짚었다. 다른 걸 녹화해 버렸다고 한다.
카메라 얘기가 제일 웃겼다. 뷰파인더도 없이 가슴에 붙인 커다란 카메라로 찍었는데 너무 잘 찍혔다는 것이다.
처음 가 본 우주에서, 불편한 우주복을 입고, 며칠 동안 응가도 제대로 못 한 상태에서요. 그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사진 두 장을 띄웠다. 헬멧이 너무 밝다는 것과 그림자 방향이 다르다는 것.
태양이 뒤에 있으면 앞은 실루엣이 돼야 하는데 헬멧에 빛이 반사되고 있다고 그는 짚었다.
앞에 조명 들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거 아니냐고.
왜 밝아요, 형님 가 봤어요, 하고 옆에서 물었다.
저도 안 가 봤죠. 그가 답했다. 그러니까 아니라고 말하기도 힘들다는 거라고.
이 대목에서 옆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여러분, 여기서 나오는 주식 이론이나 종목 추천을 이런 사람한테 듣고 계시다는 걸 꼭 생각하시면서 유머로 봐야 된다는 게 이런 이유가 있는 겁니다.
자기가 만든 게 아니라고 그는 항변했다. 방송국 다큐멘터리에도 이런 게 무지하게 많다고.
그리고 이 말을 붙였다.
음모론이 왜 나오는지 아느냐고. 명확한 설명을 안 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하란 말이야, 하고 그는 말했다. 납득이 되면 내가 왜 음모론자가 되겠어요.
그러면서 유튜브를 오래 하며 느낀 걸 하나 얘기했다.
설명을 하면 그다음이 있다는 것이다. A를 설명하면 A1이 있잖아 하고, A1을 설명하면 그 아래 것도 있잖아 한다고.
끝도 없어요. 그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나서 자기가 방금 한 얘기를 스스로 격하했다.
음모론에도 급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달에 갔는지 안 갔는지가 뭐가 중요하냐고. 사진은 편집했을 수도 있고 월면차는 지금도 볼 수 있으니 가긴 간 거라고.
이건 좀 짜친다고 그는 말했다.
진정한 고수는 그런 거 신경 안 쓴다고.
그러고 소개한 사람이 있다. 달에 갔는지 안 갔는지로 논란을 만든 주체가 나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왜 그랬냐면, 달과 화성에 외계 문명의 흔적이 있는데 그걸 숨기려고 시선을 돌린 거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게 싸우는 미국과 중국이 뒤로는 손잡고 입을 맞춘 거냐는 반박이 곧바로 나왔다.
유럽 나라들까지 다 입을 맞춘 거네요, 하고.
그 사람 주장이 그렇다니까요. 그가 그렇게 답했다.
이 회차는 그 긴 방송의 마지막이었다.
추석 인사가 마지막에 붙었다.
명절에 가면 화가 날 일이 있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날 세우지 말라고.
달도 뜨니까 변신을 하라고.
심술 들어온 캐릭터 말고, 착한 사람으로 변신하시라고.
한가위니까 덕담을 좀 하시라고 했다. 선의의 거짓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리고 마지막 숫자를 남겼다. 오르는 건 4퍼센트, 빠지는 건 3퍼센트, 그 정도 해야 하는 거라고.
그 정도 되면 라이브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하고 끝냈다.
이 회차를 다시 보면 처음과 끝이 이어져 있다.
그 주에 그는 틀렸고 물려 있었다. 밤마다 뭔가 쫓아오는 기분이었다고 스스로 말했다.
그러고 가져온 이야기가 밤길에 따라붙는 개였다.
그 요괴를 이기는 법은 더 빨리 뛰는 게 아니었다. 겁먹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었고, 넘어졌을 때도 벌떡 일어나지 않고 아이고 쉬었다 가는 거야 하고 태연하게 있는 것이었다.
틀린 주에 그런 이야기를 가져오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걸 자기 얘기라고 먼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