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이 켜졌을 때 그는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혼자 하면 목이 마른다고 했다. 에스프레소보다 드립백을 좋아하는데 향이 좋다고 덧붙였다.
게스트를 못 구했다고 했다. 당분간 금요일은 혼자 할 것 같다고.
뒤에는 트레이딩룸이 있었다. 진짜 방이 아니라 화면 안에 만들어 넣은 방이다.
혼자 하니까 외롭다고 했더니 누가 만들어 줬다고 그는 설명했다. 창밖으로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사람들이 책상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심심하면 그 친구들한테 이름을 붙여 준다고 했다.
그러다 한 명이 책상을 뚫고 지나갔다.
그는 일어나 보라고, 어디 갔냐고 그 친구를 불렀다. 그러고는 웃으면서 AI는 아직 멀었다고 했다.
없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방에 혼자 앉아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 사람이 있었다.
원래 이 작업은 기관에서 주말에 하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주말에 정리해서 월요일 아침 회의에 올린다고. 물론 장 열리고 10분 만에 다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날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가 금요일에 하는 건 원래 아무도 안 보는 자리에서 하는 일이었다.
그 주에 시장은 무서웠다. 미국이 며칠째 밀렸고 아시아 장은 하루에 5퍼센트씩 빠졌다. 왜 빠지는지 설명해 달라고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그는 듄이 12월에 개봉한다는 말로 시작했다.
듄의 세계에는 컴퓨터가 없다. 우주선이 은하를 건너다니고 사람이 예지력을 갖는데 칼을 들고 싸운다. 덜 발달한 세상 같지만 반대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보다 훨씬 앞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세상이라고.
그 이전의 인류는 노동을 전부 기계에 넘겼다. 기계를 가진 인간은 스스로 기계처럼 되어 쾌락만 느꼈고, 기계를 가질 수 없는 인간을 지배했다.
그러다 세레나 버틀러라는 여자의 아들이 기계화된 주인 앞에서 죽는다.
그 여자가 사람들을 모았고, 그들은 연산 기계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부쉈다. 그래서 그 세계의 경전에는 사람의 정신을 본뜬 기계를 만들지 말라는 구절이 남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기계를 다 부수고 나서도 인간은 자기보다 큰 것을 원했다.
베네 게세리트라는 집단이 몇 세대에 걸쳐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섞는다. 여기서 아이를 낳고 저기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을 다시 맺어 준다. 그렇게 만들려 한 것이 퀴사스 헤더락이고, 뜻은 길을 줄이는 자다.
폴이 그 존재가 된다. 그리고 소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길을 줄이는 자이지만 내가 줄인 길 끝에는 죽음만 가득하다고.
미래가 다 보이는데 바꿀 수가 없다. 나중에 황제가 된 폴이 신하들 앞에서 자기 통계를 읊는 대목을 그는 그대로 옮겼다. 적게 잡아 610억 명을 죽였고 행성 90개를 초토화했고 500개를 노예로 만들었고 종교 40개의 신자를 몰살했다는 것.
황제니까 그만두라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는 스스로 물었다. 그러고는 안 된다고 답했다. 자기가 만들어 낸 존재들이 그걸 하려고 할 때는 황제도 못 막는다고.
그가 제일 오래 붙잡은 건 폴이 아니라 베네 게세리트 쪽이었다.
그렇게 오래 공을 들여 만든 존재에게 자기들이 부정당한다. 나중에는 구석에 모여 저 황제를 어떻게 몰락시킬지 소곤거리는 처지가 된다.
그날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워크를 냈다. 개발자용이던 물건을 일반 사무로 끌어낸 것이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같은 날부터 소프트웨어 회사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다들 하는 얘기라고 그는 말했다. 연결 고리가 하나 더 있다고.
그 소프트웨어 회사들한테 돈을 빌려준 쪽이 사모펀드였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에는 압류할 물건이 없다. 회사가 쓸모없어지면 빌려준 돈도 같이 사라진다.
블랙스톤도 KKR도 아폴로도 정확히 그날부터 빠졌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엔비디아를 보는 게 아니라 이쪽을 본다고 그는 말했다.
제일 나쁜 건 사모라서 누가 얼마나 물려 있는지 안 보인다는 점이라고 했다. 서브프라임이 그렇게 크게 터진 것도 결국 그거였다고.
그리고 이 말을 했다.
진짜 AI가 달성되면 AI는 쓸모없어질 거라고. 1등이 다 압도해 버리니까 AI가 발달하면서 AI 산업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논리적 비약이 좀 있다는 말을 스스로 붙이면서.
20분 동안 붙잡고 있던 이야기가 여기서 맞아 들어갔다.
폴 다음에 폴보다 센 존재가 나온다는 것까지 그는 스포일러라며 알려 주었다.
케빈 워시가 연준 의장에 지명됐을 때 시장은 매파냐 비둘기파냐만 따지고 지나갔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왜 하필 그 사람이냐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케빈 워시는 스탠리 드러켄밀러 밑에서 15년을 일했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도 같은 계보다. 둘 다 소로스 펀드를 거쳤다. 트럼프는 소로스를 매일같이 욕하는 사람이다.
그 직전에 법무부는 파월을 피의자로 부르려 했다. 파월은 카메라를 켜고 금리를 안 내려줘서 나를 기소하려는 거냐는 영상을 올렸다. 이틀 뒤 트럼프는 제이미 다이먼을 개인적으로 고소했다.
그렇게 월가와 각을 세워 놓고, 자기가 제일 미워하던 자리에 월가 안쪽 사람을 앉혔다.
앉힌 걸까요, 앉힐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그는 그렇게 물었다.
그때부터 말발이 안 먹힌다고 했다. 여당 상원의원이 이따위로 하면 연준 인선 안 하겠다고 해 버렸고, 텍사스에서도 지고 있고, 공화당 안에서 탄핵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고.
여기에 손등에 계속 드는 멍, 1월 3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급히 내보낸 영상, 체코 총리가 만나고 돌아와 저 사람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는 소문이 붙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외계인이 와서 보면 미국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날 그가 한 이야기는 두 번 다 같은 모양이었다.
만든 사람이 만든 것에 밀려난다. 베네 게세리트가 퀴사스 헤더락에게 밀려나고, 트럼프가 자기가 세운 판에 밀려난다.
경제 방송인데 하루 종일 정치 얘기만 하고 있다고 그는 스스로 말했다.
그런데 그날 그가 한 말은 예측이 아니었다.
팩트도 아니고 진실도 아니고 가설이라고 그는 못을 박았다. 이러지 않았을까, 이렇게 해서 이렇게 움직인다면, 이렇게 안 되면 또 어떻게 될까. 세우고 확인하고 다시 세우고 확인하는 거라고.
이과 분들은 다 아시는 거라고, 죄송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런 상황을 가정하고 있어야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결론이었다.
맞히려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느 쪽으로 굴러가도 놀라지 않으려고 만드는 사람이었다. 트럼프가 힘을 되찾아도 준비가 돼 있고 더 밀려도 준비가 돼 있다.
이야기를 하나 쥐고 있으면 다음에 뭘 봐야 하는지가 정해진다.
그러고는 자기가 한 말의 40퍼센트 정도는 허황된 생각이니 감안하고 들으시라고 했다.
끝에 그는 자기가 왜 혼자 하는지를 한 번 더 설명했다.
옆에 누가 있으면 눈빛으로 그만하라고 한다고. 지금은 그럴 사람이 없다고.
듄 얘기를 20분 하고도 안 잘렸으니 그건 사실이었다.
문과라서 이런 식으로밖에 못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과 분들이 나오면 밸류에이션 얘기를 하실 테니 그때 그걸 들으시라고.
밤에 트레이딩할 때는 원래 별 얘기를 다 한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까지 다 하는데, 그래야 잘 대응할 수 있다고.
없는 직원들이 걸어 다니는 방에 앉아서 그가 재현하고 있던 건 아마 그 시간이었을 것이다. 밤에 아무도 안 볼 때 자기들끼리 하던 말들.
주말에 한번 들어 보시라고, 그는 자기 방송을 그렇게 소개하고 끝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정보들을 다 모아서 이야기로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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