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물 이야기로 시작했다.
무기력한 아저씨가 사고로 죽는다. 정신을 차려 보니 마법 세계에 갓난아기로 태어나 있다. 몸은 아이인데 머리는 어른이라 처음부터 다 안다. 그래서 영재로 자란다.
일본에서 이 이야기가 폭발한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이 아닌 세상에 대한 동경이라고. 현실이 힘드니까 그렇다고.
그리고 저쪽으로 넘어가면 대부분 중요한 존재가 된다고 했다. 중요하고 잘하는 존재.
여기서는 자기가 하찮게 느껴지니까.
우리도 곧 그렇게 될 거라고 그는 말했다. 일본이 2017년쯤부터 그랬는데 우리가 7년에서 10년쯤 늦게 따라가고 있다고. 이미 시작됐다고도 했다. 재벌가 아들이 아니라 도깨비고,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그러다 구운몽을 꺼냈다.
고등학교 국어책에 나오는 그 구운몽이다. 김만중이 유배지에서 어머니 심심하실까 봐 썼다는 그 소설.
내용은 어머니를 위한 것치고는 좀 그렇다고 그는 말했다.
주인공 이름이 양소유다. 소유욕이 큰 애라고 그는 짚었다. 육관대사 심부름으로 용왕한테 갔다가 술을 얻어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팔선녀를 만나 희롱하고 번호를 딴다.
그래서 인간 세상으로 추방당한다. 그런데 가서 승상이 된다. 팔선녀도 같이 추방당해서 여덟 명의 부인이 된다.
이게 추방이냐고, 휴가 아니냐는 말이 옆에서 나왔다.
웬만한 라노벨보다 자극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1687년에 쓴 것이다.
잘 살다가 죽을 때가 되니 허무해진다. 옆에 있던 스님과 상담하고 자고 일어나니 성진이라는 어린 승려로 깨어나 있다. 아, 일장춘몽이었구나.
그래서 육관대사를 찾아가 깨달았다고 말한다.
육관대사가 이렇게 답한다. 네가 진짜 성진인 건 아니고?
약간 소름 끼치는 결말이라고 그는 말했다. 배울 때는 이런 내용인지 몰랐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던져졌다. 현실의 이세계는 어디냐고.
금융권이라고 답이 나왔다.
제조업은 정직하다고 그는 말했다. 만들어서 파는 거니까. 금융은 공장도 없고 사람도 없고 머리 하나로 딸깍하면 된다고. 도깨비 같은 거라고.
2025년에 가장 많이 번 헤지펀드 매니저는 켄 그리핀이었다. 우리 돈으로 6조 5천억 원. 연봉이다.
같은 해 국내 그룹 오너 중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이 323억이었다.
전 세계 헤지펀드 운용자산은 8600조 원쯤 된다. 우리나라 1년 GDP의 세 배가 넘는 돈이 굴러다니고, 거기에 레버리지가 스무 배 서른 배씩 붙는다.
그런 돈이 코스피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자기가 한국에서 헤지펀드를 경험한 몇 안 되는 사람이라고 그는 말했다.
옆에서 바로 받았다. 몇 안 되지만 대다수 사람처럼 실패한 거죠.
잘렸다니까요, 하고 그는 답했다. 여기서 성공했으면 자기가 여기 앉아 있겠냐고.
그러고는 자기가 실제로 굴렸던 전략을 하나씩 꺼냈다. 방송에서 이걸 꺼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첫 번째는 독일 국채였다. 유럽이 마이너스 금리라 독일 국채가 말이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만기에 100을 받는데 120에 팔린다. 이자는 0이다. 그래서 그걸 빌려다 팔고, 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샀다. 자기 돈은 한 푼도 안 들어가는 구조였다.
처음엔 조금 먹었다. 그다음부터 계속 깨졌다.
1년에 80억을 까먹었다고 그는 말했다.
잘리기 직전이었다고. 금융위기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데 어디서 숏을 치고 지랄이냐는 소리를 들었다고.
두 번째는 물가연동국채였다. 물가가 2퍼센트인데 가격이 그걸 반영을 못 하고 있어서, 일반 국채를 팔고 물가채를 샀다. 이것도 2년을 고생했다.
그러다 2016년 말에 한 번에 터졌다. 몇백억을 벌었다.
한 해 생명 연장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 2019년에 잘렸다.
1년은 기다려 주더라고, 하고 그는 덧붙였다.
그다음에 나온 이야기가 이 방송에서 제일 좋았다.
그 세계 사람들은 미신을 믿는다고 그는 말했다. 정확히는 징크스다.
아침에 땅콩샌드위치를 먹었는데 돈을 잃었다. 그러면 다음 날부터 안 먹는다. 어느 날 양상추만 먹었는데 벌었다. 그러면 계속 양상추만 먹는다.
자리가 안 좋은 것 같으면 옮긴다. 돈을 벌 때까지 옮긴다. 출근하면 잃는 것 같으면 출근을 안 한다. 돈만 벌면 되니까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
돈을 벌면 수염을 안 깎는다. 오늘도 벌고 어제도 벌었으니 내일도 안 깎는다. 그래서 어떤 트레이딩룸은 수염 난 사람이 앉아 있다. 물론 관우처럼 나는 사람은 없어서 그전에 깎게 된다고 그는 웃었다.
장중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방광이 터지기 직전에도 안 일어난다.
얼마 벌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는다.
점성술로 굴리는 펀드도 실제로 있다고 했다. 홈페이지도 있고 화성과 금성이 일직선이 되었으니 다우가 빠지겠다는 식으로 알려 준다고. 지금은 망한 것 같다는 말을 붙이면서.
여의도에도 있다. 여의대로에 들어간 금융사는 잘 안 된다는 말. 그 길이 기가 지나가는 길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실제로 그 자리에 있던 증권사들은 주인이 자주 바뀌었다.
그중 제일 좋았던 건 이거다.
고위 임원이 와서 칭찬하면 거기가 꼭지다.
느리니까요, 하고 옆에서 짚었다.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상사가 와서 너 그거 많이 갖고 있다며 잘한다고 하면 그때 다 팔라고. 그건 과학이라고.
금융권이 차가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열정이 넘친다고 그는 말했다. 비합리적인 선택도 굉장히 많이 한다고.
그래야 돈을 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성적인 선택은 누구나 다 하니까.
AI가 왜 못 이기는지 아느냐고 그는 물었다. 돈을 벌려면 또 다른 힘이 필요하다고. 기가 세거나, 이세계에서 왔거나.
중간에 이런 질문이 오갔다.
시장에서 귀신처럼 살다가 서른에 중풍으로 죽은 사람의 삶과, 소소하게 연금 받아 가면서 화목하게 오래 사는 삶. 어느 쪽을 택하겠느냐고.
일제강점기 인천에 미두취인소라는 쌀 선물시장이 있었다. 반복창이라는 사람이 거기 사환으로 들어가서 1년 만에 지금 돈으로 수백억을 벌었다. 미두의 신이라고 불렸다. 그가 올라간다고 걸면 사람들이 다 따라 걸었다.
조선 최고 미녀와 조선호텔에서 호화 결혼을 했고, 2년 만에 빈털터리가 됐고, 서른 즈음에 중풍을 맞고 죽었다.
옆에서는 후자를 택하겠다고 했다. 말로가 다 안 좋지 않냐고.
그는 전자라고 답했다.
왜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지겨워. 이 평화로운 삶.
그런데 처자식이 있지 않느냐는 말이 나오자 곧바로 물러섰다. 처자식 목까지 떼다 배팅을 해야 진짜 전자인 거라고, 자기 재산으로만 하는 건 안전한 투자라고. 그러니까 자기는 후자라고.
한 번에 뒤집는 게 웃겼는데, 웃고 나서 보니 이 사람이 늘 하던 방식이었다.
세대주님이 알상무 걸고 배팅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그때 나왔다.
마지막에 이야기가 시장으로 넘어왔다.
케빈 워시가 연준 의장이 됐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도 같은 곳 출신이다. 둘 다 헤지펀드에서 왔다.
서양 귀신들이라고 그는 말했다. 마법사들이라고.
그러고는 조지 소로스 이야기를 했다. 그 바닥 사람들은 대개 스트레스로 명이 짧은데 이 사람은 100살이 넘도록 안 죽었다고. 왜 그러냐고 묻자 독해서라고 답했다. 이쯤 되면 인형도 100년이 지나면 영혼이 깃든다고.
헤지펀드는 다 같이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죽여서 먹는 사람들이라고.
방향은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롱으로 하루 3퍼센트 먹느니 무너뜨려서 30퍼센트 먹는 쪽이 낫다. 금융위기 때 제일 많이 번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공직에 앉아 있다.
6개월 안에 그 포메이션의 영향이 나올 거라고 그는 봤다. 반도체 숫자만 보면 팔 이유가 없지만 다른 섹터를 봐야 한다고. 나스닥이 많이 빠지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아무리 좋아도 살짝 경계하라고.
미국의 기가 바뀌었다는 말로 정리했다. 이제 저쪽에 앉은 사람들이 새님이 아니라고.
오늘 머니코믹스가 샤머니즘과 함께했다는 인사로 방송이 끝났다.
이세계로 갔다가 잘려서 돌아온 사람이, 그 세계 사람들이 이제 이쪽으로 건너오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무엇을 사라는 말은 끝까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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