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 사람은 적은데 더워서인지 다들 조금 어리버리해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시장도 그렇다고.
이 날 방송의 절반은 펀더멘탈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가 돈을 못 벌 리는 없고 내년에도 벌 것 같은데 주가는 빠진다. 그러니까 펀더멘탈이 훼손된 게 아니다. 그는 여기서 되물었다. 그러면 대체 어떤 게 펀더멘탈이냐고.
그가 기업 실적으로 주가를 맞히는 걸 믿지 않게 된 과정은 이렇다. 매크로를 맞혀도 금리를 못 맞힌다. 금리를 맞혀도 주가를 못 맞힌다. 기업 실적을 맞혀도 그 기업 주가를 못 맞힌다. 이게 반복되면 다 무의미한가 싶은 단계가 오는데, 그 단계를 또 지나면 무의미한 건 아니고 결국 중요한 건 내 포지션 관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시장이 어떻든 포지션 관리를 잘하면 잃지 않는다. 시장이 아무리 좋고 내가 아무리 잘 맞혀도 관리를 못 하면 못 번다. 기관이 맨날 포트폴리오 이야기만 하는 이유가 그거라고.
그래서 이날의 지침은 어제와 거의 같았다. 물린 사람은 여기서 손절하면 당분간 링 아웃이니 버티는 쪽이 기댓값이 높다. 현금을 30% 이상 만들어둔 사람이 제일 힘들 텐데, 사고 싶으면 장중에 보지 말고 종가에, 되도록 금요일에 사라. 뉴스는 봐도 그냥 지나가라. 지금은 실적이 얼마인지의 게임이 아니라 누가 조바심을 내며 던지고 누가 조바심을 내며 사느냐의 게임이라고 했다.
밈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밈이 되는 종목들이 있는데, 재밌긴 하지만 그런 거 만들 시간에 조금 더 냉정하게 시장을 판단해야 하는 시기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도 억울해서 운 적이 있다고 했다. 장이 끝났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펀더멘탈하고 완전히 달라서.
속상할 때 사람마다 버티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냉정하게 다시 분석하는 사람이 있고 외면하는 사람이 있고 그냥 허허 웃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뭐가 좋은지는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긍정적이면 결국 이익을 본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 같다고. 자기 아버지가 아주 긍정적인 분이었는데 잘되지는 않으셨다고 했다.
그가 고른 쪽은 냉정이다. 지금은 내가 불리하고, 섣불리 움직이면 생돈 날리고 바보가 된다. 그런 생각으로 나를 제어해야 한다고, 시장을 제어하려 들지 말고 나를 제어하라고 했다. 위기 관리가 전공이라 위기에는 자기가 좀 잘한다며, 목요일이 제일 힘들 수도 있으니 패닉에 팔지도 말고 패닉에 사지도 말라고 했다. 좀 안정되면 사야 하니까.
그리고 이 날 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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