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안 하기를 바랐는데 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 날 코스피는 하루에 10% 가까이 빠져 6,023포인트로 끝났다. 장중에는 6,000이 깨졌다. 코스닥은 705포인트. 외국인이 5조 원어치를 팔았고 개인이 그만큼을 받았다. 그는 아침에 삼성전자가 10% 빠졌을 때 한 주를 사봤다고 했다. 혹시 반등하나 해서. 반등은 없었고 NXT에서 더 빠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빠질 줄은, 게다가 하루 안에 이만큼 빠질 줄은 몰랐다고 그는 말했다. 그만큼 우리가 취약했던 거겠죠, 라고.
그러고는 월봉을 띄웠다. 이번 달 코스피가 28.94% 빠졌다. 2014년 이후로 월간 변동폭이 28%였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게다가 월봉 위쪽의 뾰족한 꼭대기가 실제로는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진 자리여서, 차트에 찍힌 29%보다 시장이 몸으로 느끼는 압박은 40%에 가깝다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월간 최대 하락이 23%였고 저가로는 38%였다는 숫자를 옆에 붙여 보여줬다. 그때는 아래꼬리를 다섯 번 달고서야 올라갔다고.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그는 목요일 가설을 다시 꺼냈다. 숏을 든 쪽이 7월 말 수급이 빈 자리를 노렸다면 목요일 미국장이 끝나고 아시아장이 마지막 타점이었을 텐데, 화요일에 너무 많이 밀려버렸다는 것이다. 숏은 빌려서 하는 거라 시간이 돈이고, 월간 28%를 먹었으면 이미 많이 먹은 거라고 했다. 그러니 내일부터는 숏 쪽이 오히려 쫄릴 수 있다고.
이번 주 하단은 5,700에서 5,600 정도로 보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코스닥 700에서는 이미 150 ETF를 두 개 샀다고. 두 개다. 원래 이렇게 담는 거라고, 평단을 만들 때는 이렇게 담는 거라고 그는 말했다.
중간에 종목들을 하나씩 넘겨봤는데 이 대목이 제일 아팠다. 효성중공업은 470만 원에서 230만 원이 됐고 고점은 5월 7일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고점은 3월 4일이었다. 방산과 조선과 건설과 증권이 무너지는 동안 우리는 반도체만 보면서 지수가 간다고 느꼈고, 그래서 취해 있었다고. 잘못된 건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원래 취해서 가는 게 주식 시장이니까.
이참에 버리라는 말도 했다. 홍수가 나서 집에 물이 들어오면 그동안 미련 때문에 못 버린 가전을 버리게 되는 것처럼, 도저히 복구가 안 되는 종목들은 이번에 버리라고. 인터스텔라 이야기를 붙였다. 걔들이 떨어져 나가야 올라갈 수 있다고.
물린 사람은 가만히 있으라고, 자기라도 가만히 있었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조언이 답답하게 들릴 걸 아는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망한 게 아니고 주가가 빠진 거라고. 누가 가져간 게 아니라 그냥 녹은 거라고. 아무도 매매하지 않아도 지수가 빠지면 부가 사라진다고.
상승장에서 50억을 벌고 퇴사했다는 사람들 이야기도 나왔다. 그때 현금화를 했으면 성공한 것이고, 지금까지 들고 있다면 이삼십억은 사라졌을 거라고. 레버리지를 썼다면 더 나빴을 거라고. 그래서 포지션은 가벼워야 하고, 고기로 치면 유연한 고기가 돼야 살아남는다고 했다. 자기도 원래는 펀더멘탈리스트였고 사수한테 고집 세다고 엄청 혼났다는 이야기를 그 뒤에 붙였다.
4분기에는 코스피가 8,000 위에, 코스닥은 800 위에 있을 거라고 그는 여전히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 길이 쉽지는 않을 거라고. 좋은 시절은 갔고 이제는 정말 빡세게 하는 시기가 왔다고, 다시 주식 공부를 하자고 했다.
마지막은 이랬다. 죽지 않는다고. 자기는 훨씬 더 많이 잃어도 죽지는 않더라고. 한강에 가지 말고 한강 수영장에 가라고, 낮에 가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고 했다. 맛있는 거 먹고 맥주도 좀 마시고 건강하게 있으면 올라가는 장이 다시 온다고.
내일 아침에는 작전타임 같은 거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냈다. 그 소망은 하루도 못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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