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의 제목은 HOPE, 새로운 희망이었다.
그 아침 SK하이닉스 실적이 나왔고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덜 나왔다. NXT에서 6% 넘게 빠졌다. 그런데 방송을 켤 무렵에는 거의 회복해 있었고 삼성전자는 살짝 플러스로 돌아 있었다.
그는 이 장면을 아이러니라고 불렀다. 우리가 그렸던 시나리오는 하이퍼스케일러가 돈을 벌고 캐펙스를 늘리고 반도체를 비싸게 사주면 반도체 회사가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좋은 실적을 낸 쪽의 주가가 빠졌다. 그래서 실적이 좋게 나와도 주가가 빠지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다 거의 처음으로,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악재가 나왔는데 급등한 것과 같은 모양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반쯤 농담 같은 이야기를 붙였다. AI로 가는 길이 길게 이어지려면 메모리 반도체가 지금보다 몫을 좀 덜 가져가야 한다고. 메모리가 돈을 덜 벌어야 미움도 덜 받고 하이퍼스케일러도 조금 싸게 살 수 있다고. 메모리가 잘못한 건 아니라고, 급했으니까 그런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고는 음모론 쪽으로 한 걸음 더 갔다. 경영진 입장에서 장부에 이익이 크게 찍히는 게 과연 좋을까. 노동자와도 협상해야 하고 정부 눈치도 봐야 하는데. 회계적으로 이익을 줄이려면 줄일 수 있다고, 근거는 없고 그냥 생각해봤다고 했다.
전략은 간단했다. 외국인이 사면 산다. 2조 이상을 꾸준히 사면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20만 원 아래로 밀리면 전술적으로 사볼 만하다고 했다. 반등해서 23만 원에 팔면 10% 넘게 먹는 거라고. 자기가 방송을 안 하고 혼자 매매하고 있었다면 그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한 시간 단위로 나눠 샀을 거라고 했다. 아홉 시, 열 시, 열한 시, 열두 시, 그렇게 일곱 번.
숏은 안 친다고 했다. 기관에 있어서 칠 수 있는 상황이어도 지금은 안 친다고. 변동성이 커져서 숏을 치고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러니 어디서 살까를 생각하는 쪽이 맞다고 했다. 자기가 원래 긍정 회로를 돌리는 사람은 아닌데, 급락이 나오면 오히려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개인들이 좌절한 것치고는 무차별적으로 던지지는 않은 것 같다고, 느낌상 그렇다고 그는 말했다. 투자 경험이 쌓여서 그런 것 같다고. 물론 강제 매매로 나간 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바로 붙였다.
마지막에 오늘은 작전타임을 안 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급락해도 안 할 거라고. 힘들어 죽겠다고. 다른 걸로 뵙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날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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