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최장 영상 나왔습니다. 2시간 30분 ㅋㅋㅋ
자르지 말고 통으로 올려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그냥 통째로 올린 rADIO 무비 시리즈 2편이에요.
시작이 이랬어요.
"런닝을 하다가 문득 이 마진콜 영화를 다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월요일 대비를 어떻게 해야 되지 생각하다가… 가격은 좋은데 금요일에 미국 시장이 또 하락해서 두렵잖아요. 그래서 다음 주초를 위해 멘탈 훈련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마진콜이 딱이거든요."
"빅쇼트는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 준 거고, 마진콜은 급락 직전에 기관 투자자들이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 줘요. 24시간, 한 20~30시간 동안 어떻게 위험을 감지하고 어떻게 반응하고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2011년작이고 실화는 아니에요. 다만 감독 아버지가 메릴린치에서 오래 일했고 금융권 지인이 많아서 자문을 충실히 받았다고 합니다.
"제가 본 금융권을 다룬 영화 중에서 고증이 가장 잘 됐어요. 저도 드라마 하나 자문해 봤는데, 자문을 아무리 잘해 줘도 미디어 쪽 분들은 정확히 이해를 못 해서 잘 못 그려내거든요. 근데 이 친구는 너무 잘 그려낸 거야."
곁들여진 배경 설명도 재밌었는데요. 할리우드(서부)가 월스트리트(동부)를 싫어하는 역사가 있대요. 동쪽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서쪽에 정착한 내력이 있어서, 힙합 이스트코스트-웨스트코스트 대립이랑 비슷하다고.
"동쪽 놈들이 뭘 잘못하면 너무 신나서 똘똘 뭉쳐 영화를 만들어요. 봐라, 이 타락한 동쪽 놈들."
margin 원뜻부터 풉니다. 여백(페이지 마진), 차이(won by a narrow margin), 이윤(오퍼레이팅 마진), 그리고 선물의 증거금.
선물 사려면 개시증거금(initial margin) 넣고 시작하는데, 손실 나서 유지증거금(maintenance margin) 아래로 내려가면 전화가 와요. "야, 마진 걸렸으니까 돈 넣으세요." 그게 마진콜.
"마진콜은 일종의 최후통첩 같은 거예요. 돈을 더 넣어라, 못 넣으면 청산된다."
근데 이 영화의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이 영화는 마진콜을 한 번도 하지 않습니다. 마진콜하고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근데 저는 보고 나서 그 의미를 알 것 같아요. 중의적인 의미도 있고, 실질적으로도 마진콜의 그 절박한 느낌이 있거든요."
마침 국내에서도 레버리지 ETF 마진콜로 청산당한 계좌가 늘고 있고 그중에 20~30대가 많다는 기사 나온 시점이라, 남 얘기가 아니었어요 ㅠㅠ
줄거리 따라가면서 등장인물 각각이 어떤 직책이고 실제로 무슨 일 하는 사람인지를 업계 출신 눈으로 해설해줘요. 영화 봤어도 몰랐을 디테일이 계속 나옵니다.
왜 '층'으로 부르냐 — 서양 IB는 팀이나 본부 대신 "너 23층 배치받았어?"라고 말한대요. 같은 일 하는 조직을 한 층에 모으니까. 그리고 층이 곧 권력 서열이기도 하고요.
회의실이 전부 투명 유리인 이유 — 트레이딩 플로어에서는 숨어서 뭘 하면 안 되니까요. 포지션 숨기는 걸 막아야 하거든요.
책상에 서랍이 거의 없는 이유 — 모니터가 다 차지하고, 옆 사람이랑 비밀 통화가 불가능해요.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왕따가 됩니다."
복장 규칙 — 세일즈맨은 흰 드레스셔츠에 타이. 그리고 이 관찰이 좀 웃겼어요. "높은 사람일수록 수트를 안 벗어요. 직급이 낮을수록 대충 입어도 됩니다. 신기해."
'애널리스트'라는 직급 — 월스트리트에선 트레이더 되기 전 단계를 애널리스트라고 부른대요. 트레이딩 아이디어 보조하면서 "이거 알아봐라, 누가 뭐 하는지 알아봐라"를 하는 자리.
리스크 부서는 원래 다른 층에 있어야 함 — 차이니즈 월 때문에요. 영화에서 같은 층에 있는 거 보고 "얘는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앤데" 하고 갸웃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ㅋㅋ
2008년 월스트리트 해고 방식 — 인사팀이랑 법무팀, 그리고 가드가 같이 플로어에 들어와서 한 명씩 투명 회의실로 부릅니다. 6개월치 급여, 의료보험 유지, 스톡옵션 조건 통보하고 이의 제기는 안 하는 게 좋겠다는 반쯤의 협박까지.
"이때만 해도 월스트리트에는 예의라는 게 있었어요. 지금은 그냥 메일 보내기도 한다더라고요."
"월스트리트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지만 금융권은 의외로 체면과 절차를 굉장히 중시합니다. 인간 개개인은 좀 이기적이긴 한데, 서양 귀족들처럼 겉으로는 매너를 지키거든요. 그 프로토콜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차이가 납니다."
세스 브레그먼, 24세. 세일즈앤트레이딩 팀 애널리스트. 사실상 2년차라 인턴에 가까운 자리.
피터 설리번, 28세. 리스크 관리 팀 퀀트. 3~5년차 중견.
윌 에머슨, 시니어 트레이더. "군대로 치면 센 분대장이에요." 위로는 트레이딩 헤드랑 직접 소통하고 아래로는 팀 관리하는, 이 영화에서 제일 균형 잡힌 인물.
에릭 데일, 리스크 부문 헤드. 대량 해고의 날에 잘리는 사람.
이 사람들이 하루 남짓한 시간 동안 뭘 발견하고, 위로 어떻게 보고하고, 회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각 자리에서 실제로 어떤 판단과 압박이 걸리는지랑 같이 끝까지 따라갑니다.
"썸네일에 어그로 끄는 것만 배워 가지고 '폭락의 시작'이라고 썼는데, 근데 뭐 사실이에요."
"레버리지를 쓰면 마진콜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라디오는 약간 비 올 때 하는 맛이 있거든요. 맥주 한잔 하시면서 편하게 들으시면 됩니다. 듣다가 주무셔도 돼요."
R's Radio Station이라는 이름이랑 무비 시리즈에 대해서도 한마디 남겼는데요.
"나중에 책도 넣고 음악도 넣고 연극도 넣을 생각인데… 깊게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니까 자꾸 의미를 묻지 마세요. 설명하는 게 더 힘드니까."
149분 34초. 진짜 자기 전에 틀어놓고 듣기 좋습니다.
자르지 말고 통으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면서 틀어놨어요
멘탈 훈련용으로 영화를 본다는 발상이 신기함
저도 그날 따라 봤는데 확실히 도움 됐어요
2시간 30분 ㅋㅋㅋ 근데 결국 다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