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게 이름이나 브랜드 이름을 막 정하신 분이라면 상표권이 한 번쯤 걸리셨을 겁니다. 간판 맞추기 직전일 수도 있고, 이미 내용증명 한 장을 받아 놓고 찾아보시는 중일 수도 있고요.
"이거 그냥 써도 되나", "남이 먼저 등록해 버리면 어떻게 되지" 싶으시죠. 저도 이름을 정해 놓고 그게 제일 찜찜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한 번씩 걸리는 대목이 따로 있습니다. 내가 먼저 쓰고 있었으니 괜찮겠지, 하는 부분이죠.
등록을 안 하면 어떤 청구가 날아오는지, 먼저 쓴 사람은 어디까지 보호받는지, 확인은 어디서 하는지 조문을 열어 가며 적었습니다.
상표는 오래 쓴 사람이 아니라 먼저 출원한 사람이 가져갑니다.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동일ㆍ유사한 상표에 대하여 다른 날에 둘 이상의 상표등록출원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출원한 자만이 그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다.
— 「상표법」 제35조 제1항
3년째 장사한 가게보다 어제 서류를 넣은 사람이 앞선다는 뜻이죠. 그때 바꾸는 건 간판만이 아니고 포장지와 명함, 배달앱 상호, 도메인까지 따라옵니다.
내 이름을 먼저 등록한 쪽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셋입니다.
사용 금지 — 금지·예방에 더해 물건 폐기와 설비 제거까지 청구합니다(제107조). 찍어 둔 포장지가 그 물건입니다.
손해배상 — 고의로 갖다 쓴 것이 인정되면 법원이 손해액의 5배까지 정할 수 있습니다(제110조 제7항, 2025년 1월 21일 개정으로 3배에서 올랐습니다).
형사처벌 — 침해죄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입니다(제230조).
길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상표법」 제99조의 선사용권인데요. 조건이 둘이고 둘 다 갖춰야 합니다.
1.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이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하여 사용하고 있을 것
2. 제1호에 따라 상표를 사용한 결과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시에 국내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을 것
1번은 대개 넘어가고 막히는 쪽은 2번이죠. 우리 동네가 안다는 정도가 아니라 국내 수요자가 특정인의 것으로 알아보는 수준을 요구합니다.
인정을 받아도 범위가 좁습니다. 쓰던 그 상품에 한해 계속 쓸 권리라서, 품목을 넓히거나 남이 같은 이름 쓰는 걸 막지는 못합니다.
등록이 없어도 막을 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상호·상표·간판 같은 표지를 흉내 내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봅니다. 걸리면 도메인이름 등록말소까지 청구할 수 있고요(제4조 제2항).
문턱은 저 한 줄에 있습니다. 등록 상표는 등록증 한 장이면 끝나는데, 이쪽은 내가 얼마나 알려졌는지를 내가 증명해야 합니다.
내 이름이 비었는지는 키프리스에서 무료로 봅니다. 회원가입은 안 하셔도 됩니다.
검색창에 이름을 치면 화면이 특허·실용신안 탭에서 시작합니다. "검색결과가 없습니다"가 떠도 그건 상표를 본 게 아니죠. 위쪽 상표 탭을 눌러야 상표 결과가 나옵니다. 저도 처음엔 이걸 못 찾아 비어 있는 줄 알았습니다.
목록에서는 상품분류와 행정상태를 같이 봅니다. 거절·소멸된 건도 기본으로 나오니 떴다고 살아 있는 권리는 아니죠. 다만 류 번호만 보면 한 칸을 놓칩니다. 출원번호를 눌러 지정상품 표를 열면 G0301 같은 유사군코드가 붙어 있죠. 같은 30류 안에서도 과자(G0301)와 만두(G0206)는 다른 칸입니다. 맞춰 볼 것은 내가 팔 물건의 유사군코드가 그 상표의 지정상품 안에 있는지입니다.
상표권은 이름을 지켜 주는 제도가 아니라 상품 칸을 미리 잡아 두는 제도입니다. 오래 썼다는 사실은 그 칸을 잡아 주지 않습니다.
후보 이름 세 개만 키프리스 상표 탭에서 쳐 보세요. 간판을 맞춘 뒤에 알게 되는 것보다 훨씬 쌉니다.
「상표법」 제35조·제99조·제107조·제110조·제230조 (법률 제21134호, 시행 2025.11.11.) — 국가법령정보센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제4조 (시행 2025.10.1.) — 국가법령정보센터
키프리스 국내 상표 검색·상세정보 화면 (상품분류, 행정상태, 유사군코드) — kipri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