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 달린 댓글 하나 때문에 며칠째 마음이 불편하신 분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될 겁니다. '이 정도면 고소가 되는 거 아닌가', '캡처는 해뒀는데 이걸로 뭘 할 수 있지' 싶으실 텐데요. 저도 법 조문을 하나씩 열어 보기 전까지는 악플이면 다 명예훼손이고, 심하면 다 고소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조문을 읽어 보니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악플 고소 방법을 찾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었고, 그걸 건너뛰면 6개월 만에 고소할 권리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죄명을 가르는 기준부터 처벌 수위, 증거 모으는 법, 실제 신고 경로까지 겪는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악플이라고 다 같은 죄가 아니라, 표현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에 따라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갈립니다.
가게 앞에서 "저 집 사장 싸가지 없다"고 소리치는 것과, "저 집 사장이 손님 돈을 훔쳤다"고 소리치는 것은 다른 얘기입니다. 앞의 말에는 구체적인 사실이 없고, 뒤의 말에는 '돈을 훔쳤다'는 사실 주장이 들어 있습니다. 앞의 말은 모욕죄, 뒤의 말은 명예훼손죄 쪽으로 갑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명예훼손죄에서만 따지고, 모욕죄에는 애초에 따질 사실 자체가 없습니다.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형법」 제311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형법」 제307조 제1항
여기서 "공연히"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댓글이 공개 게시판이나 SNS에 달렸다면 대부분 이 조건은 채워집니다.
나쁜 예를 하나 들면 "그 사람 학벌 위조했대"입니다. 사실 주장이 있어서 모욕죄가 아니라 명예훼손죄 쪽으로 봐야 합니다. 반대로 좋은 예는 "그 사람 인성 쓰레기"입니다. 사실 주장 없이 경멸적 표현만 있어서 모욕죄 쪽에 가깝습니다. 결국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를 가르는 건 표현의 심한 정도가 아니라, 사실 주장이 들어 있는지 여부입니다.
다만 두 죄 모두 상대가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어야 성립합니다. 실명을 안 쓰고 이니셜이나 별명만 썼더라도, 주변 사람이 보고 "그 사람" 이라고 알아볼 수 있으면 특정성은 인정됩니다.
죄명을 나눴다면, 이번엔 그 죄를 고소할 수 있는 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봐야 합니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고소할 수 있는 기간도 다릅니다.
모욕죄는 문이 잠긴 집과 같습니다. 피해자가 열쇠, 그러니까 고소장을 넣어야만 수사가 시작되는 친고죄이기 때문입니다. 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재판에 넘길 수 있는 죄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 열쇠에는 유효기간이 있어서,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쓸 수 없습니다.
친고죄에 대하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
—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
제308조와 제311조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 「형법」 제312조 제1항
명예훼손죄는 다릅니다. 문이 열려 있는 집이라, 이웃이 대신 신고해도 경찰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집주인, 그러니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히면 그때는 절차가 멈춥니다.
제307조와 제309조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 「형법」 제312조 제2항
이런 죄를 반의사불벌죄라고 부릅니다. 고소기간의 제한이 없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만 없다면 수사와 기소가 그대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친고죄는 누구나 신고할 수 있는 죄가 아니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절차가 열리는 죄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짚을 게 있습니다. 6개월의 기준은 글을 본 날이 아니라 "범인을 알게 된 날"입니다. 나쁜 예는 욕설 댓글을 보고도 6개월 넘게 참다가 뒤늦게 고소하러 갔다가 막히는 경우입니다. 좋은 예는 허위사실이 섞인 명예훼손성 글을 몇 달 뒤에 발견해도, 고소기간 걱정 없이 신고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6개월이 지났어도 거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그 댓글이 명예훼손죄 쪽으로도 성립하는지부터 다시 살펴보면 됩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처벌 수위도 다릅니다.
같은 명예훼손이라도 인터넷에서 벌어지면 형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고, 처벌 수위도 함께 올라갑니다.
동네 골목에서 뒷말을 하는 것과, 가게 앞에 확성기를 켜놓고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무게가 다릅니다. 인터넷 게시판과 SNS는 이 확성기에 가깝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동시에, 그리고 빠르게 퍼지기 때문입니다.
구분 | 법 조항 | 사실 적시 | 허위사실 |
|---|---|---|---|
형법 명예훼손 | 제307조 |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정보통신망법 사이버 명예훼손 | 제70조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7천만원 이하 벌금 |
벌금 상한만 봐도 형법보다 정보통신망법 쪽이 훨씬 높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 자체가 가중 요소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중 허위사실 유포 쪽 벌금 상한은 2026년 1월 6일 개정으로 5천만원에서 7천만원으로 올랐습니다. 같은 개정에서 이 죄로 얻은 금품이나 이익은 몰수하고, 몰수가 어려우면 그 가액을 추징하는 조항도 새로 생겼습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비방할 목적"이라는 말도 풀어보면, 상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뜻합니다. 단순히 의견을 주고받다 나온 말인지, 애초에 해칠 목적이었는지를 수사기관이 함께 살핍니다.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는 이유는 욕설의 강도가 아니라, 그 공간이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온라인이라고 무조건 더 무거운 처벌로 가는 건 아닙니다. 처벌 수위의 상한이 높아졌다는 것만 우선 알아두시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흔히 헷갈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사실을 그대로 말했다고 무조건 안전한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진실 여부는 정확한 주소를 대는 것과 같습니다. 주소가 맞았다고 해서 아무 데나 그 주소를 퍼뜨려도 되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 주소를 알려주는 이유입니다.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 「형법」 제310조
이 조항이 말하는 위법성 조각이란, 겉으로는 죄의 요건을 채웠어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조항은 진실과 공익 목적, 둘 다 갖췄을 때만 적용됩니다.
이웃과 다툰 뒤 화풀이로 상대의 이혼 사실을 동네방네 퍼뜨렸다고 해보겠습니다. 사실이어도 목적이 공익이 아니어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 피해를 본 소비자가 다른 피해를 막으려고 판매자의 사기 행위를 알렸다면, 공익 목적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건 결국 법원이 사안별로 판단할 몫입니다. 같은 "사실을 말했다"는 행동도 목적에 따라 죄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합니다. 이 차이가 위법성 조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말이 진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말을 한 목적이 무엇이냐입니다.
죄명과 처벌 기준을 확인했다면, 이제 실제로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를 볼 차례입니다.
고소장을 쓰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증거를 남기는 것입니다.
증거는 옷에 묻은 얼룩과 같습니다. 바로 사진을 찍어두지 않으면 세탁 한 번, 그러니까 삭제 한 번에 흔적이 사라집니다. 챙겨야 할 것은 네 가지입니다.
화면 캡처: 댓글 전체 내용과 작성자 닉네임, 작성 시각이 한 화면에 같이 나오게 찍습니다.
게시물 주소: 글이 올라온 정확한 URL을 캡처와 별도로 저장해 둡니다.
화면 녹화: 곧 삭제될 것 같으면 캡처 대신 화면 녹화로 남깁니다.
원본 백업: 캡처와 녹화 파일은 날짜별로 정리해 클라우드에도 하나 더 저장해 둡니다.
이 네 가지를 처음부터 다 갖추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우선 화면 캡처와 URL 저장, 이 두 가지만 먼저 해두세요. 이 둘을 놓치면 나중에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증거를 모았다면, 이제 어디에 접수하면 되는지를 볼 차례입니다.
악플 고소는 경찰서 방문이나 온라인 신고, 두 가지 경로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을 직접 방문해 고소장과 증거를 접수합니다.
방문이 어려우면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의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에서 온라인으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처벌보다 게시물을 내리는 게 급하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시정 요구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이트 운영자에게 직접 삭제나 반박 글 게재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마지막 방법은 정보통신망법에 정해진 권리입니다.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제1항
사업자가 침해 여부를 바로 판단하기 어려우면, 30일 이내로 글을 임시로 숨기는 임시조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방심위 시정 요구는 형사처벌과는 별도의 절차입니다. 고소는 상대를 처벌해 달라는 절차이고, 삭제 요청이나 방심위 신고는 문제 되는 글을 내려 달라는 절차입니다. 고소가 삭제를 대신하지 않고, 삭제 요청이 고소를 대신하지도 않습니다. 둘은 필요에 따라 같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접수 뒤에는 수사기관이 게시물이 올라온 사이트 운영자나 통신사에 자료를 요청해 작성자를 특정합니다. 해외 서버를 거친 경우처럼 특정이 오래 걸리는 사례도 있어서, 이 구간은 조급하게 보기보다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가해자로 지목한 상대와 직접 연락하거나 다투는 건 피하는 게 좋습니다. 상황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닉네임만 알고 실명을 모른다고 해서 여기서 멈출 이유는 없습니다. 아래 절차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작성자 실명을 몰라도 고소나 소송을 준비할 수 있는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특정한 이용자에 의한 정보의 게재나 유통으로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권리를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자는 분쟁조정의 신청 또는 민형사상의 소를 제기하기 위하여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분쟁조정부에 해당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보유하고 있는 해당 이용자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6 제1항
쉽게 말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하 분쟁조정부에 침해사실을 소명하면, 사이트가 갖고 있는 그 이용자의 최소한의 정보를 받아볼 길이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건 아무 때나 되는 게 아니라, 고소나 소송을 실제로 준비하는 단계에서 쓰는 절차입니다. 이 조항은 2026년 1월 6일 개정을 거쳤습니다. 지도로 치면, 주소를 몰라 못 찾아가던 곳에 공식 경로로 위치를 물어볼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악플 고소 방법은 화가 난 순서대로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죄명 구분과 고소기간 확인, 증거 확보, 신고까지 이 순서로 움직이는 일입니다.
오늘은 문제의 댓글 화면을 캡처 한 장만 찍어 저장해 두세요. 나머지 판단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