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은 잘 안 맞습니다. 물 한 잔 마시고 그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따로 있다고 했다. 이미 드러난 정보인데 시장이 소화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나중에 가서야 그게 중요한 정보였다고들 한다고. 그러니 뭐가 중요한지 분간하는 눈을 기르시라고.
오늘은 영화도 애니메이션도 없다고 했다. 짧게 하겠다고. 대신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돈이란 무엇인가, 하고 그는 물었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일하러 다니는데 정작 돈을 거의 보지도 못한다고. 디지털로 와서 잠깐 스쳐 가는 숫자일 뿐이라고.
그가 내린 정의는 이렇다. 화폐는 약속의 물리적 형태라고.
이걸 받으면 내가 일을 해 주고, 이걸 주면 그 사람이 나한테 일을 해 준다는 약속의 증표. 하늘이 처음부터 이게 돈이다 하고 정해 준 게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옛날에는 그 약속이 멀리까지 가지 못했다. 국가의 힘이 약해서, 중국 사람이 아라비아에 가서 향료를 사며 중국 돈을 내밀면 안 받았다고. 그래서 금화에 무엇이 찍혀 있든 상관없이 금의 무게와 부피가 곧 가치였다고.
금은 캐서 만들거나, 빼앗거나, 빌리거나. 셋 중 하나였다고 그는 말했다.
동양은 그냥 만들 수도 있었다고 했다. 이거 안 받으면 죽이니까.
서양은 그게 안 됐다. 그래서 빌렸다. 그가 하려던 이야기는 결국 채권 시장이 어디서 태어났는가였다.
16세기 왕들은 늘 돈이 모자랐다.
상비군이라는 게 생기면서 전쟁만 하는 사람들한테 밥도 주고 봉급도 줘야 했는데, 세금은 그렇게 잘 걷히지 않았다고. 전쟁도 하고 싶고 사치도 하고 싶은데 금화는 찍어 낼 수가 없으니 상인을 찾아갔다고.
당시 유럽 최대 금융 가문이 푸거 가문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선제후들에게 뽑혀야 하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선거 자금을 대면서 높은 자리에 올랐다가, 돈을 떼였다고.
황제가 안 갚았다. 못 갚겠다고 했다.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1557년, 1560년, 1575년, 1596년에 계속 부도를 냈다고 그는 짚었다. 그런데 또 빌려주긴 했다고. 왕 말고는 그렇게 큰돈을 빌려 가는 고객이 없었으니까.
자본이 쌓이면 왕한테 빌려주고, 왕이 말아먹고, 같이 망하고. 금융 가문들이 생겼다 사라졌다를 그렇게 반복했다고.
그러다 로스차일드가 나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해서 아들들을 런던으로, 파리로 보냈다고 그는 말했다. 국제 네트워크를 만든 거라고. 그래서 어느 왕이 돈을 안 갚겠다고 하면 다른 왕한테 가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 돈을 받아 주시면 제가 커미션을 좀 드리겠습니다.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어쨌든 그 뒤로 아무도 로스차일드 돈을 못 떼먹었다고. 떼먹으면 털리니까. 왕좌의 게임 같다고.
그 노하우가 쌓여서 중앙은행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매번 빌리러 오기 미안하고 가오도 죽으니, 필요할 때마다 저희가 모아 드릴 테니 독점권을 달라고. 세금 걷을 권리와 땅을 담보로 잡고, 나중에는 화폐 발행권까지.
중앙은행은 원래 시장 사람이라는 말을 그는 이날 두 번 했다.
그리고 지금, 미국 재무장관 베센트가 바이백을 선언했다.
이미 발행한 국채를 정부가 되사서 10년물 금리를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9월 8일 엔화 개입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자기가 하우스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 시스템을 장악한 사람이니 내 맘대로라고. 나한테 개기지 말라고.
주제를 모르는 시장 놈들한테 전쟁을 선포한 셈이라고 그는 풀었다.
그런데 바이백을 한 날 금리가 올랐다. 보란 듯이.
유가가 급등한 탓도 있다지만 그런 것치고는 많이 올랐다고 그는 말했다.
여기서부터 조금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중요한 얘기라고.
오늘 미국 10년 만기 국채가 존재할까요, 하고 그는 물었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어제 발행했으면 오늘은 10년에서 하루가 모자라니까.
우리가 10년물 금리라고 부르는 건 가장 최근에 발행된 10년 만기 국채 하나를 가리킨다고 했다. 그걸 온더런이라고 부른다고. 그보다 앞서 석 달 전에, 여섯 달 전에 10년 만기로 발행된 것들은 오프더런이라고.
신상이 아니야, 하고 그는 말했다.
한국에서는 이걸 뭐라고 부르더라, 하다가 잊어버렸다고 했다. 한참 만에 생각해 냈다. 지표물과 비지표물.
처음 들어 보셨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금융 기관에서도 채권 하는 사람이나 롱숏 하는 사람 정도가 보는 거라고. 굉장히 어렵지만 단순한 내용이라고.
오프더런들은 만기가 조금씩 짧아지니 금리도 대체로 낮아진다. 그런데 여섯 개의 금리를 찍어 보면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는 이상한 모양이 나온다고. 어떤 하나는 유독 낮다고.
바이백으로 살 수 있는 건 이 오프더런 쪽이라고 그는 짚었다. 온더런은 계속 발행되는 물건이니 못 산다고.
그 이상한 모양을 설명하려고 그는 미리 화면을 녹화해 왔다. PPT로는 순서를 보여 주기가 힘들어서 하나씩 그려 가며 찍었다고.
그런데 틀어 보니 소리가 없었다.
제가 녹화했는데 녹음이 안 됐어요!!! 그래서 변사처럼 말씀드릴게요!!!
혼자 하니까 녹음이 안 된 걸 몰랐다고. 나도 웃기다고.
자기가 녹화한 화면 위에 자기가 다시 해설을 얹는 기묘한 장면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그가 슬쩍 말했다.
이거 더 좋네. 설명력이 높아지는 거 같아.
나중에는 이걸 다시 찍어서 올려 놓을까요, 하고 묻기까지 했다. 재밌지 않느냐고. 그림으로 설명하는 게 훨씬 낫더라고.
변사의 설명은 이랬다.
정부가 몇십억 달러어치를 사겠다고 패를 까면 선수들이 그걸 먼저 산다고. 자사주 매입 발표가 나면 먼저 사 두는 것처럼. 어차피 정부가 비싸게 사 줄 테니까.
그런데 사 놓고 나면 불안하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지니까. 그래서 헤지를 하는데, 무엇을 파느냐 하면 온더런을 판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 바이백 대상인 오프더런은 금리가 내려가고, 우리가 벤치마크로 보는 온더런은 금리가 오른다. 마침 그날 온더런은 새로 발행되기까지 하니 유상증자처럼 물량이 풀려 값이 더 밀린다고.
금리가 내려가는 구간이라면 바이백이 금리를 누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는 구간에서는 오히려 지표 금리를 더 올린다고.
이거 제가 매매했어요, 하고 그는 덧붙였다. 바이백 발표가 나면 그 구간 채권을 미리 샀다고. 여기서는 1bp, 2bp가 되게 크다고.
자기 커리어가 채권에서 시작해서 파생으로 끝났다고 그는 말했다. 두루두루 보고 왔다고.
20분을 돌아 나온 결론.
베센트가 잠깐 잊은 거라고. 채권 시장은 빌려 가는 쪽이 큰소리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걸. 그 시장을 만든 게 누구였는지를.
자기도 그중 하나였으면서, 하고 그는 짧게 붙였다. 베센트도 원래 그쪽 사람이었다.
하우스는 네가 아니고, 미국 정부도 아니고, 시장이라고.
드러켄밀러 말대로 그냥 긴축하라는 게 시장의 목소리라고 그는 전했다. 재정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면 금리가 높으니 다 사 줄 거라고. 돈은 펑펑 쓰면서 바이백 깨작깨작 해서 금리를 내리겠다고 하니 시장이 두들겨 팬 거라고.
되게 위험한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다. 재무부가 시장에 우습게 보이면 막을 수 있는 건 연준밖에 없는데, 미국 연준 시스템의 대주주는 다 금융 기관이라고.
다음 주 FOMC에서 연준이 나도 시장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다음 주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20분 동안 얘기한 거라고 그는 말했다.
금리는 하락하기 어렵고, 주식시장은 당분간 중앙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미국 금리를 볼 때 느낌이 좀 다를 거라고.
짧게 끝내겠다던 약속은 지켰다. 그리고 끝에 그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했다.
이번 방송에서 주부형이 따로 맡은 코너가 있었다.
주부형이 말씀 잘하시잖아요, 하고 그는 말했다. 아는 것도 되게 많다고. 이번에 좀 쩔었다고.
말하다가 자기도 길다고 생각했는지 약간 당황하더라고 했다. 그래서 짧게 하라고 계속 눈치를 줬다고. 처음 해 본 거니까.
그러니까 댓글로 막 까지 마세요. 알았죠?
응원해 달라고 그는 말했다. 자기들은 둘밖에 없고, 소속도 없고, 광고도 많이 안 받아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채널이 커지면 그때는 마음대로 못 하니까, 커지기 전에 재밌는 걸 많이 해 보겠다고.
녹음 안 된 녹화본을 틀어 놓고 변사가 된 날이었다.
주말에는 좀 쉬시라고 했다. 다음 주에는 안 피곤한 상태로 대응하셔야 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