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 서 있는 고질라 모양 송편을 그려 달라고 했다고 그는 말했다.
AI는 고질라에게 광화문을 부수게 했다. 헬기가 날아다니고, 사람들은 도망쳐야 할 텐데 오히려 고질라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현판에는 광화문이라는 글자도 없었다.
고질라 하면 부수는 건가 봐요, 하고 그는 말했다.
자기 같으면 송편 속 팥이 고질라 화염처럼 훅 뿜어져 나오게 했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눈도 대충 그렸고 질감에만 너무 집착했다고.
보여지는 것에는 공을 많이 들이는데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건 주부형이 전에 했던 말이기도 했다. 유료로 쓰고 있긴 한데 다시 그려 달라고 하기는 좀 그래서 거기서 멈췄다고 했다.
그래도 좋아진 건 사실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예전 같으면 이걸 그리기가 정말 힘들었을 거라고. 그럴듯하잖아요.
그럴듯한 그림 다음은 그럴듯한 시장.
월요일엔 AI 속도 조절론이 나왔고 목요일 아침엔 연준이 금리를 올렸다. 그런데 금요일에 코스피는 2.66퍼센트 올라 6,900 근처에서 끝났다. 체감으로는 강한데 주간으로는 오히려 조금 빠졌다고 그는 짚었다.
20일, 60일, 120일 이동평균선이 이렇게까지 붙어 있는 건 오랜만에 본다고 했다. 20일 동안 산 사람과 60일 동안 산 사람과 120일 동안 산 사람의 평단이 지금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위로든 아래로든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어느 쪽이든 열려 있다고.
쇠 긁히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올라왔다.
그는 먼저 자기 목에서 나는 소리인지 의심했다. 밖이 정류장 근처라 차 소리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다음엔 의자였다. 등을 덜 기대 보겠다고, 의자도 좋은 걸로 하나 사겠다고.
알고 보니 볼펜이었다. 말하면서 만지작거리던 볼펜.
그 기분 안다고 그는 말했다. 자기도 귀가 예민한 편이라 산책하거나 운동하면서 들을 때 귀가 아플 때가 있다고. 최대한 귀를 안 아프게 하겠다고 했다.
볼펜은 내려놓았다.
예측이 틀릴 때가 있다는 걸 그는 먼저 꺼냈다. 당일 전략까지 말하다 보니 틀리는 구석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제일 편한 건 견해를 빼는 거라고 했다. 어제 미국 반도체가 좋았으니 우리도 좋을 거예요, 끝. 그런데 운용하던 시절부터 불만이었다고 한다. 아침 한두 시간 뉴스를 보면 하루 종일 같은 말이 나오고, 장이 끝나면 어느 종목이 올랐다로 끝난다고. 정보의 농축도가 너무 낮다고.
그래서 자기 뷰를 밀어 넣은 거라고 그는 말했다. 견해는 듣지 말라고 따로 표시를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자기가 상정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절반 넘고, 30퍼센트는 예전에 사서 손실 나 잊으려고 했던 2차전지, 20퍼센트는 그나마 조금 수익이 나는 종목. 연간으로 10퍼센트에서 17퍼센트쯤 손실을 본 사람.
영점을 그 정도로 맞추시고 들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팔자고 할 때는 아주 조금 파는 거고 사자고 할 때도 천천히 사는 거라고.
댓글에는 별로 상처받지 않는다고 했다. 짜치는 건 타격이 없고, 가끔 뼈를 때리는 건 오 날카롭구만 하게 된다고. 자기도 롱 포지션이 많을 때는 속으로 좀 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돈도 걸렸고 위신도 있으니까.
그런데 코스닥이 응축된다고, 연휴 끝나고 추가 매수하자고 했다는 말이 올라왔다. 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한 달 치 방송은 거의 다 기억한다고 했다.
???: 어디서 환청을 듣는 겁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각자한테 다르게 들어가는 멀티유니버스 같네 ㅇㅅㅇ
목을 가다듬다가 그는 긁힌 건 아니라고 했다. 자존심 높은 펀드 매니저였다니까, 하고.
운용을 오래 한 사람은 다 곤조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운용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냥 군 생활 하면 되는데 굳이 해병대에 지원하고, 거기서 또 수색대에 지원하는 애들 같은 거라고.
특수부대 출신에게 남는 건 나간 무릎과 휘장 정도라고 했다. 운용자도 비슷하다고. 약간의 돈과 만성 편두통과 나온 뱃살을 갖고 그만두게 된다고.
웃으면서 한 말이었다.
운용 출신이 증권사 사장이 되는 걸 한 번도 못 봤다고 그는 말했다. 운용본부장까지는 가는데 전무도 잘 못 간다고.
그래서 운용하던 사람들은 건드리면 많이 긁힌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댓글에 흥분하는 유튜버가 있으면 대개 운용 출신이라고.
곧이어 채팅에 이 인간 말 참고하다 망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망했는데 왜 보고 있어 도대체? 내 말 들어서 망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렇게까지 강한 포지션을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 어떻게 망한 겁니까!!! 비법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굳이 와서 쓰는 걸 보면 애정이 있는 거라고 그는 덧붙였다. 혼잣말이 아니라 방백이라고. 나는 혼자 얘기하지만 너는 들어라, 하는.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마지막까지 버티던 연준이 결국 기준금리를 올렸다.
연준이 금리를 숫자 하나가 아니라 범위로 발표하는 건 정책 여력을 남겨 두려는 꼼수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배운 건 시장주의지만 실제로 사는 세상은 관리 시장주의라고.
그는 영국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뱅크 오브 잉글랜드, 영국 중앙은행이라고 풀어서 읽었다. 듣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BOE가 뭔지 모를 수 있으니까.
제일 안 좋게 생각하는 게 용어로 벽을 쳐서 많이 아는 것처럼 말하는 거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이 잘못한 건 아니라고 그는 고쳐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몸에 배어서 그렇다고. 과학자가 양자물리학을 설명하면 설명이 안 되는 것과 같다고.
그래서 자기는 될 수 있으면 일반인의 언어로 말하려고 한다고.
일본은행은 7대 2로 금리를 올렸다. 반대한 두 명은 정부 쪽에서 추천한 사람들이었다. 일본 중앙은행이 진짜 독립성을 얻었구나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트럼프는 금리 인상을 두고 워시는 착한데 이사회 놈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말했다.
어린애 변명 같다고 그는 말했다. 만장일치는 의장이 원해서 만드는 거라고. 소수 의견이 있어도 내 얼굴 봐서 이번엔 만장일치로 가자고 하는 게 의장의 일이라고.
일본에는 천하인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천하를 통일한 사람은 보통의 도덕으로 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트럼프에게 그런 면제부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남의 나라 대통령이니까 참는 거지 우리 대통령이 그랬다면 안 참았을 거라고.
자기는 친미주의자라 이게 더 불안하다고 그는 말했다. 자기 죽을 날은 한참 남았지만 애가 어떤 세상에 살지 고민이 된다고.
그런데 정작 놀란 건 워시의 말이었다고 한다.
미국 사람 절반 이상은 금융자산이 없고 물가를 생활비로 고스란히 맞는다고, 연준은 그 사람들을 위해 물가를 잡는다고 워시가 말했다는 것이다. 연준 의장이 서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라고 그는 짚었다.
부자 장인을 둔 시장주의자, 트럼프가 꽂은 사람이라는 게 다수의 평가였다. 그런데 이력을 보면 대부분 자기 힘으로 올라왔고, 양적완화에 반대하다 연준 이사를 그만두기도 했다고.
어쩌면 엄청 곤조가 센 사람이고, 트럼프가 못 건드리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고 그는 말했다.
곤조. 그날 두 번 나온 말이다.
그리고 본론, 금리를 올리면 지수는 얼마나 빠지나.
그는 연준 의장들을 차례로 짚었다. 아서 번즈 때는 올렸다 내렸다 개판이었고, 밀러는 1년 반 만에 잘렸고, 볼커는 오자마자 10퍼센트이던 금리를 20퍼센트까지 올렸다고.
물가가 잡혀서 내려 줬는데 그게 10퍼센트였다고 그는 말했다. 상상도 못 하겠죠.
파월은 변호사라 아무것도 모른다는 평가에는 이런 말을 붙였다. 요런 평가는 저만 하는 겁니다.
그가 직접 그려 온 건 따로 있었다.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날부터 다시 내릴 때까지 S&P500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예전에는 그 구간이 마이너스였다고 한다. 가장 깊었던 건 2022년, 미친 듯이 올리던 때로 20퍼센트쯤 빠졌다고. 2010년 이후에도 인상 직후 한두 달은 마이너스였다고.
그래서 10퍼센트쯤 빠질 수는 있다고 그는 봤다. 다만 그게 금융시장을 망가뜨리지는 않을 거라고. 기준금리보다 중요한 건 양적완화라고.
확실한 건 하나라고 했다. 금리를 올리면 적어도 한두 달은 그 시점보다 주가가 낮았다는 것.
한 주를 돌아보며 그는 감기 후반 같다고 했다. 둔감해졌다고. 상승 탄력은 있는데 그게 언제일지 확신이 없다고.
이번 인상의 막대는 몇 달 뒤에야 그려진다. 그 막대가 아래로 갈지 위로 갈지 모르겠다고,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그는 말했다.
고질라는 AI에게 맡겼지만, 그 막대 하나는 자기 손으로 그리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