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이었다. 날씨가 엄청 좋다고 그는 말했다. 조금 전까지 야외에 있다가 들어왔다고, 이거 보시고 슈카월드도 보시고 산책하시면 좋겠다고.
그런데 방송이 끝나 갈 무렵 그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는 집에도 안 들어가고 밤새 고민했다고.
금요일 방송을 못 해서 허전하니 일요일에라도 한다고 했다. 다음 주를 생각하면서.
외국인은 지난주에만 8조 원쯤 팔았다. 언제 사 들어올지 정말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원화 때문도 아닌 것 같고 비중 때문도 아닌 것 같다고.
개인들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차익을 실현하고 있었다. 각자 평단 근처에 오면 파는 물량이다. 그는 이걸 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으로 봤다. 오히려 깔끔해지고 있다고.
코스피는 6,894로 끝났다. 위아래 3퍼센트쯤 되는 좁은 틈에 갇혀 있어서, 다음 주에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든 꽤 세게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올라가다 보면 윗꼬리 맞고 떨어지고, 빠지다 보면 반등해서 끝나고. 답답하죠, 하고 그는 말했다.
금도 조금 올랐지만 아직 살 때는 아니라고 했다. 골드 불패라며 다들 당연히 오른다고 하던 시점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그때 못 올라가더라고.
다음 주 달력을 펼치다가 그는 일본에서 멈췄다.
월요일은 경로의 날, 화요일은 국민의 휴일, 수요일은 추분의 날이라고 쉰다는 것이다. 우리 같으면 일해야 되는 날들인데 그런 이유로 쉰다고.
그리고 웃으면서 덧붙였다. 정작 추석엔 안 쉰다고.
일본은 탈아입구를 내세운 나라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아시아를 벗어나 서양 열강 쪽으로 들어가겠다고. 그래서 음력 명절을 국가 기념일에서 빼고 태양력을 따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너무 못 쉬게 하면 좀 억울하니까, 명분을 이것저것 만들어서 쉬는 것 같다고. 제 생각엔, 하고 단서를 달면서.
일본이 월화수를 쉬고 나면 목요일부터는 한국이 쉰다. 대만과 중국은 금요일부터다.
그 사이에 뉴욕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는 기대를 크게 걸지 않았다. 차라리 유엔 총회에 들어오는 걸 허가받은 이란 대통령이 미국과 휴전 비슷한 약속이라도 맺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그리고 그는 글 한 편을 가져왔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 시장에서는 그 신문이 한물갔다고들 하지만, 마틴 울프의 칼럼만큼은 특히 외환 하는 사람들이 꼭 찾아 읽는다고 그는 말했다. 세계은행에서 일한 사람이라 글만 끄적이는 게 아니라 숫자를 근거로 쓴다고.
7월 18일에 실린 글이었다. 두 달 전이다.
삽화부터 의미심장하다고 그는 짚었다. 앞주머니에 볼펜을 꽂은 사무직 같은 사람이 배를 타고 휩쓸려 가는데, 두 손으로 노를 저어야 할 때 휴대폰을 보고 있다. AI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균형을 잃고 있다는 그림이라고.
요지는 단순했다. 미국 증시가 역사적으로 비싸고, 그건 AI에 대한 과도한 낙관 때문이며, 위험 요인은 많은데 시장이 그걸 거의 가격에 넣지 않고 있다는 것.
근거는 세 가지였다고 그는 풀었다. 그 전에 주가수익비율부터 한 번 짚고.
매년 100원을 버는 회사가 1,000원에 거래되면 10배다. 10년이면 본전을 뽑는다는 뜻이라고. 20배면 20년을 더 벌 거라고 믿어 주는 것이다.
밸류에이션이라는 건 결국 지금은 못 벌어도 나중에 많이 벌 거라는 기대가 녹아 있는 숫자라고 그는 말했다.
첫째는 실러의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이다. 장기 평균이 17.8인데 7월에는 41.4였다고. 주식을 사면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로 뒤집으면, 예전에는 연 5.6퍼센트쯤을 바라고 샀는데 지금은 2.42퍼센트를 바라고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둘째는 그 2.42를 채권과 나란히 놓는 것이다. 물가를 빼고 계산하는 미국 10년 물가연동국채가 당시 2.31이었다. 차이는 0.11.
물가 걱정 없이 매년 2.31을 고정해서 받을 수 있는데, 겨우 0.11을 더 먹으려고 변동성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럴 바엔 채권을 사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마틴 울프는 물었다고.
셋째는 버핏 지표였다.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을 명목 GDP로 나눈 값인데, 7월에 202퍼센트로 역사상 최고였다고 했다.
그러면 지금은?
첫째는 비슷하고, 둘째는 더 나빠졌다고 그는 말했다. 금리는 올랐는데 기대수익은 그대로니까. 버핏 지표도 올랐다. 마틴 울프가 지금 다시 쓴다면 더 과열됐다고 할 거라고.
그 칼럼이 나오고 열흘쯤 뒤인 7월 말에 미국 시장은 급락했다.
그런데 왜 하필 두 달 전 글이었을까.
그때 국내에서 이걸 본 사람도 언급한 사람도 별로 없었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가진 정보가 생각보다 덜 글로벌하다는 걸 느꼈다고.
자기도 그때는 이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7월 초에는 비관론과 숏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숏쟁이들에게 한국 시장을 너무 미워한다는 말을 하고 다니던 참이었다고.
다음 주 전략은 코스피 6,500에서 7,200 사이. 연말까지는 지금보다 오를 가능성이 높고 8천까지도 가능하다고 봤다. 모르는 건 경로라고.
불안한 지점도 하나 짚었다. 주식시장 부양을 이끌던 핵심 인물들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 자리를 채운 사람들에게는 그만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
그리고 숫자를 다 내려놓고 그는 자기 이야기를 했다.
트레이더로 시작해서 애널리스트를 잠깐 하고 줄곧 운용하는 자리에 있었다고. 그래서 자기한테 제일 중요한 건 논리나 설득력이 아니라 맞히는 거라고. 의외로.
에너지의 굉장히 많은 부분을 맞히는 데 쏟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틀리는 건 큰 타격이라고. 틀리면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늘 있었으니까.
조금 예민하죠, 하고 웃더니 고쳐 말했다. 많이 예민해요.
그냥 웃기려고 마음먹었다면 슈카 친구들에 계속 있었겠죠, 하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면 항상 틀렸다고 하거나, 알반꼴이라고 하거나,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한다는 것이다. 모든 걸 희화화하는 분위기. 그게 슈카 친구들을 나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고.
진심을 담아서 말했는데 진심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다고 왜 나를 이해 못 해 주냐고 할 만큼 어리지는 않다고. 서로 다 이해 못 하는 거고, 싸워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그래서 바꾸기로 했다. 방향은 덜 말하고, 추천보다는 저는 이렇게 할 건데 참고하시라는 정도로.
그래도 현금 비중은 40퍼센트로 늘린다고 그는 말했다. 고집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하려던 거라고. 리스크를 덜 지고 덜 먹는 쪽을 골랐다고.
제가 못 먹으면, 아 쟤는 큰돈 못 벌겠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만 하면 또 그러니까 제도적인 방지책을 고민고민하다 만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논란 종결표.
앞으로 자료 끝에 매번 붙이겠다는 표였다. 코스피는 단기 중립, 장기 상승. S&P 500과 나스닥은 9월 말까지 하락.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상승.
숏 하나도 없죠, 하고 그는 짚었다. 우리나라 주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고. 중립은 팔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관망이라고.
내가 리서치센터도 아니고 애널리스트도 아닌데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붙였다.
장중에 무슨 워딩을 하든, 자료 발표하면서 무슨 워딩을 하든, 다른 방송에서 무슨 워딩을 하든 다 틀린 거예요. 이것만 맞는 거야. 나머지는 그냥 시간 때우려고 하는 말이야.
이거 캡처해 가지고 다시는 논란 못 하게!!! 이걸로 종결 안 되면 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어쩔 수 없는 거야!!!
목표가까지는 못 넣겠다고 했다. 그렇게까지는 잘 못 맞히니까.
점도표도 하라고요? 그건 크루들이 생기면 찍겠다고.
얼마 살지도 않는데 굳이 싸우다가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고 그는 말했다. 여러분도 많이 캡처해서 퍼 날라 달라고.
마지막에 그는 조금 쓸쓸한 발견을 하나 내놓았다.
주식 얘기를 안 하면 조회수가 잘 나오고, 주식이랑 시장 얘기만 하면 뭔가 안 좋다는 것이다.
???: 잘하고 싶은 거랑 잘하는 거랑 다른 건가 ㅇㅅㅇ
그날도 이랜드 음모론 영상이 올라간 참이었다. 음모론이나 해야겠다고, 시장 얘기를 좀 줄이겠다고 그는 말했다. 아침 시황도 가끔은 못 할 수 있다고. 이 표만 보면 되니까.
뷰가 달라지면 긴급 방송 같은 건 켜지 않겠다고 했다. 표의 색깔만 바꿔서 아무 말 없이 게시판에 올리겠다고.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시라는 인사를 하다가, 그는 이렇게 맺었다.
화해하도록 하겠습니다.
싸우지 않겠다던 사람이 마지막에 고른 말이 화해였다. 말을 줄이겠다는 날, 그는 평소보다 오래 자기 이야기를 했다.